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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주의 닭>(2015) - 어려운 사랑의 <라쇼몽>

감독
변성빈 (Byun Sung-Bin)
시놉시스
다운증후군 장애를 지닌 소녀 우주는 담임 선생님을 짝사랑한다. 어느날 선생님이 자신에게만 선물한 줄 알았던 머리핀을 같은 반 친구에게도 선물한 것을 알게된다. 배신감을 느낀 우주는 선생님께 드리려고 키우던 닭을 교실로 들고가 난동 부리기 시작한다.
영화감상
http://bit.ly/2xBBFt2

 

 충격적인 오프닝에서부터 놀랐다. 갑자기 한 어린 여학생이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며 투박하게 살아있는 닭의 날개를 잡은 채, 다짜고짜 교실로 들어가 선생님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바로 닭의 목에 커터 칼을 들이대기까지 과정이 거친 핸드핸들로 쉴 틈 없이 전개 된다. 첫인상에서 보아도 지적 장애, 다운 증후군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여학생이 살아있는 닭을 교실로 바로 가져와 잡으려 하기까지에 무슨 까닭이 있었던 걸까? 혼자 질문을 하는 순간 영화는 갑자기 자유자재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로 전말을 설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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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피상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편집이었다. 닭을 잡겠다는 무시무시한 선언을 한 주인공 우주에게 여학생 상미가 어떻게?”라고 비웃는 듯한 질문이 들린다. 우주가 돌아보고 화면도 이동하지만, 그것이 진짜가 아닌 수업 중에 상미가 질문을 던지는 과거 플래식백으로 이동하기 위한 장치였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에 맞춰 부드럽게 과거와 현재 간의 시간 전환을 오가는 파격적인 편집부가터 강하게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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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모든 문제의 오프닝에서 등장한 모든 인물들의 입장과 연관, 심지어 행동의 복선까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설명하는 영화는 다운 증후군 장애를 앓고 있는 우주가 자기를 좋아하여 머리핀을 선물해 준 줄 알았던 선생님이 상미에게도 같은 걸 선물하였다는 질투심에 의해, 수업 과제인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를 선생님에게 삼계탕을 선물해주는 것으로 택하여 살아있는 닭을 끌고 왔다는 전말을 설명한다. 이러한 과정은 왠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라쇼몽>을 연상시킨다. , 그와 같이 기존 배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유기관계를 각자의 시점에서의 플래시백들로 연결하여 전말을 밝히는 식의 전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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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향한 짝사랑, 저돌적인 상미의 대시, 머리핀으로 인한 질투심, 뒤에서 말없이 지켜만 보는 똑같이 우주를 짝사랑하는 점박이 남학생, 그런 우주를 결국 이상하게만 쳐다보는 학생들... 영화는 이 모든 인물들의 입장과 거칠게 변한 상황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인물들 간의 입장들을 털어 놓는다. 교실 사람들, 혹은 관객들의 심판만 남은 그 클라이맥스 상황에서 반장과 선생님이 우주를 잡으려 하지만 남학생이 둘을 넘어뜨려 말린다. 그러다 와중에 사고로 우주가 실수로 남학생의 손을 벤다. 죄책감을 느낀 우주는 그 자리에서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

 

정말 이 모든 일이 다운 증후군이 있는 우주의 판단 미숙 때문이든 아니면 그를 불문하고 누구나 그럴 수 있듯 사랑이자 질투심,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의 폭발 때문이든,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을까? 결국 그만큼 모두가 가지고 또 가져야 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감독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감독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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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우주를 말린 것은 그녀를 닭처럼 덮쳐 잡아 무조건 말리는 방식이 아니라 우주를 짝사랑한 점박이 남학생의 정성이다. 우주가 자살하려는 위기에서 남학생은 바로 앞에서 자기가 주는 선물이라며 우주가 평소 콧노래로 부르던 노래 가사를 불러준다. 그제서야 우주는 칼과 닭을 내려놓고 기뻐해주고, 우주와 남학생간의 사랑이 드디어 연결되게 되었다. 결국 표현이 어려워도 결과가 기대와 달리 엉망이어도, 그래도 사랑은 모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감독은 포기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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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을 연상시키는 실험적인 전개와 편집술,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특히 주인공 우주를 딱 떨어지게 연기한 시레 다운 증후군 장애인인 송소현씨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여러 플래시백들을 오감에도 혼잡스럽지 않게 전개한 스토리의 완성도와 연출력 이 모든 것이, 저예산 단편 작품 태생의 투박함의 한계를 덮어버릴 만큼 정말 좋았다. 왜 이 영화가 (인권 영화제 비롯한)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초청받았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실감이 든다. 변성빈 감독의 이 실험정신의 다음이 벌써 기대된다

 

 단편영화 감상 http://bit.ly/2xBBF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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