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REVIEW > REVIEW
REVIEW

<노이즈>(2017) - 노 웨이 아웃(프롬 헬)

감독
임지선 (Lim Jisun)
시놉시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선영, 편의점 야간 알바를 마치고 아침이 돼서야 집에 돌아온다. 한숨 자고 다른 알바를 나가봐야 하는 선영은 할머니가 크게 틀어놓은 TV 소리에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예민해진 선영은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인다.
영화감상
http://bit.ly/2fxIFN2

80b696dff855003904211616211e42b4_1507746577_3998.jpg
 
 

사회학과 학생으로 지내온 약 5여 년 동안, 외국과 경쟁할만한 경제성장과 발전 속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온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 헬조선이라는 명제(혹은 신종 학문)로서 연구해 보며 보고 들은 국내 노동의 불공정, 서민들의 신체 및 정신적 고충 사례들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전히 같은 사유와 원인으로 많은 노동자들, 특히 꿈 많고 젊은 청년 세대가 그들의 맨 육체로 견뎌내기는 물론 실행시키기조차 어려운 수준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기초적인 인권법만 그럴싸하게 지키면서 실질적으로 여전히 부족한 적은 휴식 시간과 적은 급료로 오늘도 청년 세대는 꿈은 물론 기성세대만큼의 수명이나 기본 보장받기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나도 그런 현실들을 경험해 보았고, 학과 친구들로부터 이를 넘는 더 끔찍한 사례들을 들어왔다. 

 

80b696dff855003904211616211e42b4_1507746599_468.jpg
 

<노이즈>는 이런 절망적인 헬조선사회를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선영은 밤샘 편의점 야간 알바 끝에 계산대에서 잠이 들다 오전 교대 언니의 알람에 잠에서 깬다. 마침 계속 반복되는 야간 알바로 피로한데, 교대하러 온 언니라도 시끄럽게 자기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듯 떠들어 대 짜증만 난다. 언니의 담배 한 개비를 몰래 뺏어 피다가 편의점 매니저에게 고생에 대한 칭찬대신 담배 일로 호되게 혼나고, 결국 언니에게도 들켜 잔소리를 듣던 끝에 허탈하게 집으로 향한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주변은 여전히 성가신 소음들로 가득하다. 집에 가던 길에 매니저에게서 오늘은 야간에서 오후 알바로 바꾸자는 전화가 온다. 작은 집에서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생계 때문에 막상 거절할 수 없는 선영은 그 요구, 그보다는 명령을 승낙한다.

 

80b696dff855003904211616211e42b4_1507746624_0428.jpg
 

 

집에 도착한 선영은 못 다 잔 잠을 자려 하지만, TV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하루 종일 보기만 하는 할머니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 할머니를 말려보지만 계속 보겠다는 할머니의 고집에, 선영은 헤드셋을 창고에서 찾아내 할머니에게 권유한다. 할머니는 헤드셋이 불편하다고 역시 고집을 부리지만, 결국 선영이 제대로 폭발하면서 어쩔 수 없는 할머니는 헤드셋을 차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나 잤을까? 선영은 너무 피로한 나머지 알람을 맞춤에도 결국 그를 듣지 못하고 오후 근무 시작 시간이 지나서야 일어난다. 할머니는 헤드셋을 끼고 TV를 보느라 알람을 듣지도 못 했다. 결국 이를 알고 있는지 상관없이 이해 못하는지 역시 할머니에게 투정부리던 성영은 급하게 출근 준비를 하다가, 화장실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진다. 할머니는 여전히 헤드셋 때문에 선영의 비명도 듣지 못 한다.

 

80b696dff855003904211616211e42b4_1507746693_155.jpg
 

영화를 보면 전혀 영화 속 이야기, 쓰이고 촬영하며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느낄 수 없었던 게, 앞서 말한 듯 나도 대형 마트에서 알바를 하며 겪은 상황들과 사회학과 시절 주변 학생들에게서 듣곤 하던 사례들과 너무나 유사하였기 때문이다. 표현 방식이 짜여진 각본과 연출지도와 함께 한 연기로 촬영된 극영화일 뿐이지, 내용은 다큐멘터리나 다름없다. 또 실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청년층, 서민층, 더 나아가 여성들이 억울하게 받는 고충들도 묻어난다. 상대적으로 편하게 일한다고 피곤한 야간 알바 주인공에게 멈추지 않고 잘난 척하듯 떠드는 오전 알바 언니, 옥상에서 담배 피우는 것이 무슨 죄라고 꾸짓는 것에서부터 남이 버린 담배꽁초까지 오해하며 듣지 않는데다 전화에서 그 일을 친구에게 이르는 편의점 매니저, 소음부터 버려진 생선까지 관리가 안 되는 거리, 심지어 불필요한 짓궂은 장난을 쳐오며 같이 놀자고 하는 황당한 행인 남자.... 이 모든 이야기들 역시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비이성적인 이유로 고충을 받는 내 주변 사례들과 맞먹는다.

 

이런 에피소드들과 함께 주인공 선영의 성격도 함께 점점 비이성적이며 난폭해져 간다. 시끄럽게 짜증난다고 오전 알바 언니의 담배 한 개비를 뺏어 피는 것에서부터, (진짜인지 모르겠지만)사라진 미술관으로 찾아오라는 표지판에 자기 멋대로 없어졌다고 표기(혹은 낙서)를 하고 또 가족인 할머니에게까지 잠을 잘 수 없다고 폭발하기까지의 모습은, 동정심이 들면서도 그만큼이나 또 우리가 겪는 리얼리티만큼이나 거리감이 생성된다. 결국 선영도 이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격마저 지옥처럼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현실에서 똑같아지는, 부정하고 싶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80b696dff855003904211616211e42b4_1507746674_2633.jpg
 

선영이 넘어진 직후, 영화는 선영이 헤드셋을 찾기 위해 창고에 들르는 장면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 때와 똑같이 선영은 헤드셋을 찾다 떨어뜨린 가족사진을 들여다보고, 이어 가족 앨범도 꺼내 들여다본다. 보는 이 입장에서 플래시백인가 생각되어지는 순간 창고 문을 누군가 거칠게 두드린다. 소리에 반응했다 다시 앨범을 보니, 사진들이 전부 없어져 있다! 그 순간 선영은 잠에서 깨어난다. 할머니가 헤드셋을 빼내어 TV 속 드라마에서 나오는 문 두들기는 음향효과에 눈을 뜬 선영은 자신이 정말로 넘어져 머리에서 피가 났고, 할머니가 기절해 있을 때 급히 치료해 주었음을 깨닫는다. 물론 역시 알바를 나가지 못해 해고 됐음 역시 알게 된다. 결국 할머니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줬음에도, 또 그래도 지옥 같은 알바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선영은 분에 차 할머니와 TV를 탓하듯 혼자 짜증을 낸다. 소음을 막기 위해 헤드셋까지 껴보는데 순간적으로 갑자기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한다. 헤드셋이 그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양보도 없고, 이해도 없고, 배려도 없다. 결국 이렇게 경제에만 바쁜, 그보다 돈이 더 많아도 남들보다 1원이라도 더 벌려는데 환장하는 헬조선대한민국 사회에서 막 사회 경험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 청년 세대, 그리고 설 자리가 부족한 소외 계층과 여성들은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심지어 생계와 위계와 관련 없는 일상에서도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힘든 남에 대한 생각 없이 소음이나 난데없는 행각으로 휴식마저 방해한다. 정말 이런 곳에서 살려면 아예 (소리부터는 물론)느끼지도 못하고 생각도 없이 노예로서의 먹잇감으로 사는데 익숙하거나, 똑같이 상대를 잡아먹어야 하는 포식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똑같이 인간성을 버리고 미치거나 짐승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는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논리 비판보다는 격렬하게 싸우는데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의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80b696dff855003904211616211e42b4_1507746730_733.jpg
 

생존이든 살아감이든, 불의든 정의든, 그나마 먹고 살기 위해서는 도전 정도가 아닌 목숨을 건 게임을 해야 하는 정글 같은 사회에, 가족부터 자기까지의 사진이 없어진 앨범처럼, 내가 (인간 혹은 나 자신으로서)설 자라가 있기나 할까? <노이즈>는 그에 대한 잔인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를 피하지 않고, 또 그렇다고 너무 극화하지도 않은 사실 그대로를 취재하여 펼쳐낸 듯한 다큐같은 이작품을 내보인 감독의 도전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또한 우리 청년 세대이 불안과 분노를 역시 사실적으로 연기해준 선영 역의 민소정 배우에게도 역시 경의를 표한다.

 

단편영화 감상 http://bit.ly/2fxIFN2


후원현황
0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