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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프로게이머>(2017)-엄마들의(교육의) 광란

감독
김진우 (kim jin woo)
시놉시스
컴퓨터 게임에 미쳐있는 영옥. 그녀는 광적으로 자신의 게임 캐릭터에 집착한다. 그녀에게 게임 캐릭터란 무엇일까.
영화감상
http://bit.ly/2fP4AmE

  

오프닝은 순조로워 보였다. 첫 쇼트에서 한 여인의 손이 우아하게 LP 플레이어를 작동시켜 유명한 오페라 음악이 흐르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곧 중년의 여인이 우아하게 춤을 추다 찻잔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는다. 로코코식 디자인의 목제 가구들과 소품들로 가득찬 고급진 저택의 미쟝센과 함께 블랙유머적인 경쾌한 분위기로 시작하는 영화는 여인이 컴퓨터 게임을 시작하면서 괴기스런 희극 겸 현실을 상기시키는 악몽으로 돌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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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마미님이라는 바로 의미심장해 보이는 닉네임으로, 리니지나 리그 오브 레전드 풍의 온라인 멀티 플레이 3D 어드벤처 게임을 하던 여인, 영옥은 곧 청담동쭈니맘이라는 유저에게 도전을 받고, 결투 끝에 쓰러진다. 곧 자신의 레벨 등급이 급하락하는 것을 보고는 식겁해 날뛰기 시작하던 영옥은 이내 침착한 듯 싶더니 광적으로 프로게이밍 공략집들을 한꺼번에 꺼내다가 수능공부 하듯 밑줄치고 메모하기 시작한다. 곧 전화가 한 통 온다. 아는 친구 유저(똑같이 중년 여인)에게 전화를 받은 영옥은 청담동쭈니맘에게 격파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웃어대는 여인의 비웃음을 듣는다. 여인이 화를 억누르던 찰나 전화 속 친구는 강 아래쪽 족집게 술사에게 전수받으면 강해질 수 있다는 비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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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하는 걸 하기 싫다고 내숭을 보이며 전화를 멋대로 끊은 영옥은 가지 아바타를 이끌고 강 아래쪽의 족집게 술사를 찾아가보는데... 그 순간, 컴퓨터 화면에 에러가 일어나더니 갑자기 꺼져 버린다. 컴퓨터가 꺼진 것에 광적으로 흥분하던 영옥은 서비스 센터를 급하게 부르고, 그가 오는 것마저 참지 못하다가 수리 기사가 오자 다짜고짜 빨리 고쳐 달라고 때를 쓴다. 마침 영옥과 똑같이 흥분하며 문의하는 전화들에 시달리던 수리 기사는 컴퓨터를 살펴보고는 CPU가 나갔다는 알 수 없는 기술적인 얘기를 해준다. 아직 자세한 설명도 시작 안 했는데 다시 킬 수 있냐며 때만 쓰던 영옥에게 수리 기사는 잠시 열을 받아 꺼진 것뿐이니 잠시 놔두면 다시 저절로 켜진다고 얘기해주며 떠난다. 그렇게 해결책을 얘기 받았음에도 영옥은 전형적인 게임 중독자처럼 그걸 못 기다리겠다며 생때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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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봐도 이 이야기가 제목 그대로 게임플레이나 프로게이머, 심지어 문자 그대로 게임 중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초반에 위선적인 듯, 오만해 보이는 듯 얼굴에 큰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급스런 분위기를 즐기는 영옥의 모습 오프닝에서부터 게임 플레이와 컴퓨터 조작의 작은 하나하나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중고등학생 전략 참고서를 연상시키는 게임 공략집들을 한꺼번에 공부하는 모습에 레벨 등급 뒷담화를 나누는 전화 속 친구, 그리고 강 아래쪽 족집게.....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 작품의 결말에 현실의 공포가 올 것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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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기사의 말대로 저녁이 되자 컴퓨터가 다시 켜진다. “게임 캐릭터가 마을로 귀환하였습니다라는 안내 음성과 함께 화면이 옆으로 트랙 패닝하니, 교복 입은 한 어린 남자아이가 우울한 표정으로 서 있다. 영옥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인 남자아이, 건우(!)에게 달려가고는 어찌 된 것이냐 묻는다. 건우는 죄송하다고 말하며 이제 그만하면 안 되겠냐고 애걸해 본다. 그 다음 영옥은 현실에서 모든 학부모, 특히 수험생 엄마들이 내뱉는 전형적인 잔인한 잔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건우가 겁먹은 걸 확인하고는 자신도 거기서 멈춰보려 한다. 여기까지면은 영화가 나름 희망을 주고 있다 느낄 수 있겠지만, 아직 영화는 끝나지 않았다.

 

내일도 파이팅하자고 말해준 영옥에게 건우는 준수라는 친구 생일에 갈 수 있냐고 묻는다. 역시 영옥은 그럴 시간 없다고 다그치지만, 준수가 공부 잘하고 아빠가 의사라는 말을 하자 싹 돌변한다. 다시 건우는 힘없이 방으로 올라가고,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드려 하지만....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라고 말하며 다시 미친 듯이 게임플레이를 시작한다. 곧 동시에 건우도 자다 일어나 피로에 빠진 상태에서,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밤샘 자습을 시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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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연출의도를 읽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TV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서 11개의 학원을 다니는 8살 아이 이야기를 본 감독은 그런 아이의 상황과 엄마가 없는 취재진 앞에서 좀 쉬고 싶어요라고 말을 내뱉는 장면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고등학생 시절 좋은 대학 가야 굶주리지 않는다고, 길거리에 내앉지 않고, 취직할 수 있다고, 공부만이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일이니 어떤 고통이든 참고 인내하라는 지적을 학교와 부모님으로부터 세뇌 당하듯이 들으며 살아왔다.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차마 반항하고 싶어도 정말 노숙자로 실패자로 전락하게 될까봐, 또 무서운 부모님의 위압을 피해 공부와 성적에 광적으로 매달렸다. 그런 점에서 같은 상처를 갖고 있기에, 영화를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참담했다. 지금은 별로 그리 큰 대학을 못 갔음에도 다행히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며 대학 학과 공부에 자연스레 관심 가지며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고 부모님도 만족하시며, 가끔 청소년 시절 그렇게 밀어 부친데 미안하다고 얘기해주시기도 하신다. 그러나 여전히 석사, 박사 학위까지 땄으면 좋겠다고 강조하시는 건 여전하시도고, 뭐가 어쨌든 확실한 건 벌써 10년 가까이 지나고 있음에도 나는 그 시기 상처로부터 아직 벗어나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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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공부란, 또 연구란 똑같이 생존을 위한 것이긴 했지만 지금과는 의미가 다르다. 과거에는 자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여 계절 변화와 재해에서 살아남고 새로운 기술을 발명해내 더 편리한 삶을 추구하며 그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했으나, 지금에서의 공부를 통한 생존은 양보도 사과도 없는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가장 상위 계급으로 군림하기 위해 경력과 명예를 쌓기 위해 치사한 일종의 사족이자 또 다른 이름의 자본일 뿐이다. 지식이 곧 돈이 되는 세상인 것이다. 더 현실적으로 정확히 표현하자면, 쌓은 지식으로 시험에 통과해 명문 상류 사회에 진출해 커넥션을 얻으면서 그로 돈을, 자본을 채움으로써 상류 계급에 자리잡고 동시에 자기에게 뒤쳐진 이들에게 (자본적)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인 셈이다. 공부가 또 지식이 이런 경쟁 생존의, 혹은 자본 축적의 목적으로 쓰인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를 인지하는지 인지 못하는지 몰라도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엄마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걱정되고 곧 그를 위한다고 말은 하지만, 정말 그것이 걱정인지 과대망상인지(물론 잔인한 경쟁사회라는 현실이 더 전제가 되겠지만), 또 정말 자식의 명에를 위한 것인지 그 자식을 키운 학부모 자신들의 명예를 위한 것인지 질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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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대입 중심 교육, 학력 중심 교육으로 키우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심지어는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으면도 하고 있다. 물론 학교가 공부를 넘어 인간의 기초인 사회성을 기르는 목적이 있기도 하고, 만일 그와 학습을 흥미를 유도하며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자연스레 꿀 수 있게 이끄는 학교라면 대찬성이겠지만, 요즘 그런 생각을 학교나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아이들을 명예 수단, 경쟁의 게임 캐릭터로서 이용하는 엄마들의, 또 나아가 그로서 잔인한 결투를 부추기며 생존자(그보다 자본가 키우기)를 요구하는 교육의 광란을 온라인 게임이라는 아이디어로 기발하며 풍자하며 유머와 리얼리티를 적절히 맞붙여 추론하게 만드는 감독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비록 대놓고 건우마미님”, “청담동쭈니맘”, “강 아래쪽 족집게등 척봐도 알 수 있게 너무 노골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드러내는 점에서 너무 쉽게 연출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그만큼 아이디어를 보여냄으로서 감독의 다음 풍자극은 어떻게 암시되고 희화화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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