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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유명 산장>(2016) - 21세기 형 <조용한 가족>

감독
장요한 (John Jang)
시놉시스
3년차 부부인 현주와 인택은 산장으로 주말여행을 떠난다. A wife and a husband who got married for 3years, come to the lodge for a weekend trip.​
영화감상
http://bit.ly/2rDwpkS

  

나에게 우리나라 영화들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1998)이라고 답할 것이다. 감독 데뷔작 임에도 불구하고, 엽기적인 호러적 요소와 슬랩스틱과 스크루볼을 오가는 코미디의 찰떡궁합 같은 조합, 헐렁하면서도 과장된 희화화와 어두컴컴한 고딕풍 미쟝센 간의 불협화음 같은 하이브리드 이 둘로 한국 자본주의 사회와 인간의 불안한 욕망을 거침없이 가지고 노는 장르적 상상력과 구성이 항상 나에게 있어 즐거운 교훈이자 만들고 싶은 영화 및 장르 수사학의 기준이 된 필독서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성공 이후로 국내에서 이를 뒤이어 보려는 여러 블랙 코미디물들이 만들어졌지만, 이 작품이 보여준 발칙하면서도 균형잡힌 장르 투르기, 그리고 무시무시한 미쟝센과의 결합을 성공해 낸 영화들이 별로 없다고 느낀다.

 

(개봉 당시에는 어려서 볼 수 없었고 뒤늦게 TV로 처음 본 15살 이후)13년이 지난 후, 단편 <유명 산장>을 접하게 되었다. 공개딘 시놉시스를 보는 순간, 똑같은 내용이나 정서는 아니었지만 왠지 <조용한 가족>이 연상되었다. 아마 산장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비슷하게 고딕풍인 배경 디자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화는 시작부터 불안하다. 산길을 흔들리며 달리는 차 안에서 부부로 보이는 두 남녀가 결혼 삼주년 여행을 떠나는 길임에도 심각한 말싸움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심지어 대화 내용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나 관계에 대한 갈등이라면 모를까)여인 현주의 승진 발표가 임박한데다 남편 인택이 최근 실직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고 있는 점에서, 각자 목표에 더 치중하는 만큼 이 둘 간에서 사랑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시작하는 순간부터 극도의 비관을 내보이며 관객을 목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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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산장이라는 이름의 고전적이면서 앤티크한 산장에 도착한 현주와 인택은 언밸런스 해 보일 정도로 과하게 다정다감한 웃음을 보이는 여주인과 무시무시하게 무뚝뚝한 산장 주인 부부와 마주한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간 둘은 차 안에서의 갈등은 잠시 쉬고 여행 온 기분을 내보려 한다. 방 안 고급 욕조에서 몸을 풀던 현주는 차 안에서 울리던 회사 과장의 문자를 받는다. 승진 혹은 관련된 업무 문제로 갑질하듯 연락을 준 듯한 과장과의 문자대화에서 곧 둘이 인택 몰래 내연 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목욕을 마친 현주는 요리하는 듯한 인택과 마주한다. 그러다 가방 안의 컵라면을 보고 비아냥을 날리던 현주 앞에서 인택은 협박조 말투와 모욕을 내뱉으며 돌변한다. 자기는 생계 직장이 있다고 직장에 자주 짤리는 무직인 남편인 자기는 그동안 개처럼 무시하냐며 공격적으로 나서는 인택은 곧 현주를 구타하며 과장과의 불륜을 알고 있었다며 흥분한다. 망치를 꺼내들고 산장 안에서 몰래 현주를 죽이려던 찰나 평소 먹던 민트 사탕을 급히 먹다 목에 걸려 인택은 쓰러지고, 그 틈을 노려 현주가 반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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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 안팎에 널린 석고상들 중 하나로 인택을 때려 살해한 현주는 쇼크에 빠지다 진정하고 남편의 죽음을 감추기 위해 애쓴다. 이 순간부터, 고전적인 낭만을 풍기던 산장은 살인을 통해, 불안해 보이던 오프닝의 느낌처럼, 고딕풍 성과 같은 공포의 장소로 돌변한다. 한창 현장을 정리하고 남편의 시체를 욕조에 넣어 사고로 위장하려던 그 순간 산장에서 정전이 이른다. 현주는 어둠 속에서 혼자 나름대로 현장을 정리해보는데, 정전 때문에 도와주려 왔다며 산장 여주인이 들이닥친다. 필요 없다는 현주의 거절을 여주인은 뿌리치며 마치 미친 듯이 방 안으로 밀고 들어오고 현주는 인택이 샤워중이라며 어떻게든 시체를 못 보게 하려 정신 없던 찰나, 남편의 핸도폰에서 온 알람에 정신이 팔린 사이 결국 산장 여주인이 시체를 발견하고야 만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파괴된 사랑/부부 관계에 대한 연쇄 치정 범죄극처럼 보여 진다. 그러나 이 영화도 (다른 독립/단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그런 클리셰를 피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돌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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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택의 시체를 보고 충격받은 듯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던 여주인인 사실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이며 너무 일을 잘 처리 하셨네요!”라는 감탄사를 현주에게 내뱉는다. 그 말에 현주가 어리둥절해하던 찰나, 여주인은 마치 기다려왔던 일인 듯 시체 처리를 즐겁게 도와준다. 이윽고 산장 주인까지 합세하면서 현주의 살인 증거 인멸을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걱정 말아요. 이제부턴 저희 일이니까요.”라는 여주인의 말에 아직 어리둥절한 현주는 어쨌든 살아남기 위해 주인 부부의 생각처럼 자기가 처음에 계획해 온 것인 듯 연기하며 위기를 빠져 나간다. 아침이 밝고, 여주인은 잔금은?”이라는 또 알 수 없는 말을 현주에게 내건넨다. 현주는 인택의 지갑을 뒤져보다 잔금이라 쓰여 있는 현금 봉투를 발견하여 건네주고 역시 기쁘게 돈을 받던 여주인은 현주에게 앞으로 특별히 VVIP 할인을 해주겠다고 서비스 홍보를 해주면서 다시 상황이 일단락된다. 마침내 시체를 호수에 버리고 인택의 이메일 주소와 최근 행적 정보를 통해 유언장을 만들어 자살한 것처럼 꾸미기 해주겠다는 산장 주인의 서비스를 마지막으로 이상한 산장에서의 공포의 하룻밤이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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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산장 부부의 도움으로 자신의 살인을 모두 성공적으로 감춰낸 현주는 떨리는 걸음으로 산장을 나선다. 그 와중 과장에게서 다시 전화가 온다. 그와의 내연으로 마침내 현주는 승진이 확정되었다는 연락이다. 과장은 축하 파티를 하자며 평택에 하는 곳이 있다고 말하려는 순간, 현주는 전화를 갑자기 끊어 버린다. 보는 입장에서 살인에 대한 긴장감이 풀려 역으로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인지, 아니면 과장의 말에 찔리는 것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왠지 개인적인 생각으로 과장이 제안한 곳이 똑같이 유명 산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시 현주의 전화가 울리더니 과장이 아까와 달리 폭력적인 말투로 함부로 전화 끊지 말라고 소리친다. 이어서 남편의 전화까지 울려 받아보는 순간, 의문의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죽였냐고, 걱정했다고 하는 다정함 목소리..... 여주인이 인택의 시체를 발견하는 순간에 왔던 의문의 문자 주인인 미라에게서 온 전화다. 현주는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산장 부부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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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이야기까지 본 결과 쉽게 알 수 있다시피, 모든 사건의 진원은, 승진을 위하여 과장과 불륜을 저지른 현주에게 앙심을 품고 또 자신의 내연녀와의 도피를 위해 살인 및 사체 유기 청부 서비스를 해주는 유명 산장에 서비스를 요청한 인택에게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인택이 현주에게 죽임을 당하고 산장 주인은 서비스 신청을 한 고객을 현주로 착각해 반대로 인택을 처리해 버린 것이다. 불쾌할 정도로 굉장히 비열하고 공포스러운 범죄 음모가 깔린 이야기지만, 이상하게도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사실상 현재 사회 여러곳 곳에서 똑같이 성공과 위해 성적 욕망에 눈이 멀어 위해 배우자와 가족까지 속고 속이며 여럿을 죽이는 사례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살고 있는 입장에서 이 이야기의 공포가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관객이 그렇게 그끼며 영하를 태연히 보고 있다는 사실이, 감독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진짜 공포일지도 모른다.

 

거기다 영화는 우연한 결과로 이 음모가 뒤엎어지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특히 인택이나 현주보다도 더 압권인 산장 부부에게 집중하면서 돌변한다. 고전풍/고딕풍 산장에 살면서 등장부터 불안하게 가식적인 미소를 유지하는 여주인과 마치 슬래셔 영화 속 싸이코패스를 연상시키는 무뚝뚝한 주인, 이 어울려 보이지 않는 두 부부 캐릭터들의 으스스하면서도 어찌 웃기기도 한 연기에서 품어 나오는 에너지는 마치 <악마의 씨>(로만 폴란스키)에서의 카스타베트 부부를 연상시킨다. 이렇듯, 과장된 블랙 유머와 고전 공포물 특유의 코드들을 가지고, 목적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현대 도시 사회에서의 공포를 장난감 다루듯이 실랄하게 조롱하는 창의력은 앞에서 언급한 <조용한 가족>과 너무 흡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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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가족> 얘기가 나옴 김에,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 영화 마치 <조용한 가족>의 후속편처럼 느껴진다. 일단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며 산장사업을 운영하는 기묘한 중년 부부의 모습이, 마치 <조용한 가족>의 주인공 가족들이 마지막처럼 파멸하지 않거나 혹은 그 역경을 견뎌내고 다시 산장 사업을 이어나가는 버전으로 볼 수 있다는 상상을 했다. 여기에, 증거 없는 자살 및 청부 살인 공간 지원을 넘어서, 자기들이 청부 살인까지 직접 해주어 부수입까지 받는 서비스로 비즈니스를 확장했을 뿐이지. 여기에 엉뚱한 아들과 딸, 동생(삼촌)까지 감행했으면 더더욱 완벽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점에서, 90년대 IMF 경제위기로 희망 잃은 사람들의 도피처 혹은 자살을 위한 종착지로서 의미를 가졌던 <조용한 가족>의 산장은 불륜과 승진 등 여타 비즈니스들(???)과 연대하며 이메일과 사생할까지 조작해주는, 21세기에 딱 맞는 멀티 비즈니스로 확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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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메시지와 이에 대한 도발적 풍자를 고딕 공포물에 딱 맞는 미쟝센에서부터, 데이빗 핀쳐 감독처럼 이와 인물들의 불안, 폭력을 정학히 포착하는 카메라 연출, 긴장감을 조성하는 낮은 채도의 조명, 푸른빛의 붉은빛 색채 대조, 그리고 이런 영상적 서스펜스에 뒤지지 않은 배우들의 음침하면서도 깜찍한 연기가 빛나는 단편이었다. 그런 점에서 장요한 감독의 사실주의형 기자와 같은 명확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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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각 배우들에게서 헐리우드 명배우들의 영혼을 왠지 모르게 느껴졌다.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며 고난을 겪는 현주 역의 옥자연 배우에게서는 <블러드 심플>의 프란시스 맥도먼드를, 신스틸러 산장 여주인을 연기한 박설헌 배우에게서는 <악마의 씨>에서의 루스 고든을 쏙 빼닮았다고 느껴진다. 대사도 활약도 적었지만 으스스하게 무뚝뚝한 산장 남주인을 연기한 박경찬 배우에게서는 고전 호러 배우 보리스 칼로프의 포스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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