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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내 안에 벌레가 살고 있다> (Crawls within, 2017)

감독
김하늬 (Hanui Kim)
시놉시스
아빠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동연은 어느 날 자신의 주변에 벌레가 보인다. 그 날 이후로 자신의 몸에 벌레가 살고 있다고 믿는 동연. 몸에 사는 벌레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아빠가 아끼는 난을 부시게 된다.. 그 때 분노한 아빠의 몸에 갑자기 벌레가 나오기 시작한다.
영화감상
http://bit.ly/2ABpy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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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영화의 내용에 관한 언급이 있습니다.

 

 폭력의 경험은 몸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는다. 이 영화에서 '벌레'는 폭력으로 생겨난 상처, 혐오, 분노, 억압과 충동이 결합한 복잡한 응집체 같다. 이 응집체는 벌레의 성질을 그대로 빼다 박았는데, '갉아먹음'과 '증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독특한 폭력의 벌레는 몸에 들러붙어 살을 갉아먹고 점점 증식한다. 벌레는 점점 많아지기만 할 뿐,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억제되거나 기생하고 있는 숙주가 파괴되는 것으로만 사라진다. 그래서 동연은 자신의 손을 망치로 내리친다.

 동연의 관점에서, 벌레는 무형의 경험을 드러내는 유형의 상징이다. 아버지가 가한 폭력의 피해자가 될 때 동연은 벌레를 본다. 그리고 그 순간 벌레와 결합한 폭력의 경험은 동연의 몸속 깊숙이 자리한다. 이 벌레는 그 자체로 혐오스럽고 없애고 싶지만 이미 동연의 몸과 결합한 존재이다. 자신의 몸에서 벌레를 찾는 동연은 자신의 몸을 혐오한다. 그리고 동연은 자신의 손을 내리친다. 이 폭력은 동연으로부터 동연에게 이루어지는 자학, 자기폭력의 경험이지만 일어난 계기는 외부로부터 온다. 이는 벌레의 성질, 갉아먹고 증식하는 성질과 유사하다. 동연의 아버지, 외부로부터 온 폭력은 이내 동연을 갉아먹고 그 개체를 늘려간다. 동연은 어떻게든 벌레를 잡아서 없애려고 하지만 벌레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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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연이 아버지가 기르는 난에서 벌레를 본 이유는 동연의 폭력이 어디서 기인했는지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동연의 시선을 따라 가는 듯한데, 초반부에서 아버지의 손이 난을 닦는 장면은 이후 허리띠를 빼 드는 손의 장면과 대비되며 동연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드러낸다. 그리고 영화는 이후 동연이 혼자 있을 때만 슬금슬금 나타나던 벌레들이 아버지와 조우 이후에도 나타남으로써 폭력의 전이를 조명한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동연에게서 '벌레가 보이는 증상' 발견했을 때, 의문스러운 말투로 '너도 보여?'라고 묻는 것은 아버지의 허망한 물음이다. 그는 자신이 벌레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폭력을 전가한 것이다. 그는 무책임한 인물 관계로 남는다.

 동연의 아버지는 동연이 파괴한 난들을 부여잡는다. 그는 동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 보다, 난들을 감싸 안는다. 동연은 아버지에게 난 보다 못한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버지가 동연에게 가하는 폭력은 이미 동연이 자신의 몸에서 발견되는 벌레를 잡기위해 자신의 손에 가한 망치질 만큼이나 가학적이다. 이미 이들의 관계는 벌레의 증식으로만 이어지는 관계로 형성된다. 아버지와 동연의 관계는 부자 관계라는 형식을 빌리는 폭력의 대물림이다. 이 대물림으로 동연은 자신의 속에도 폭력이 실재한다고 믿는다. 동연은 자신 안의 폭력을 인정하는 새 국면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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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벌레가 살고 있다>는 벌레가 나타나는 동연의 정신적 증후에 집중하고 폭력의 혐오감을 직접 드러냄으로써 시각적 충격을 잘 연관하여 보여준다. 그러나 동연의 증후 적 상태만 다룸으로써 '한 국면' 내에서 머문다. 영화 내에서 동연은 이미 증후 속에 허덕이고 있고 플래시 백이나 자해, 난을 깨는 행동 모두 증후의 반복으로 보인다. 또한, 반복되는 증상에서 벌레는 곳곳에서 다시 등장하기에 시각적 충격이 다소 약해진다. 같은 소재를 반복하여 보여주는 것은 강조라는 장점을 만들면서 익숙함이라는 단점을 드러낸다. 

 

 단편영화 감상 http://bit.ly/2ABpy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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