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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뷔텐칸트 거리의 노숙자(2017) - 소리 없이 들리는 그녀의 아우성

감독
윌리엄 니콜슨 (William Nicholson)
시놉시스
거리에서 우연히 아파트 열쇠를 발견하고, 아파트에 침입 한 여자 노숙자에 대한 긴장된 드라마 뷔텐칸트는 노숙하는 여인이 우연히 성공한 젊은 여성의 집의 열쇠를 발견하고 그 침입하는 사건을 그린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다. 처음에 그 노숙 여인은 닥치는 대로 훔칠 려고 하지만 그녀는 잠시 생각하고 이 기회를 통해, 길 거리 생활을 청산하려 한다. 그녀의 경험은 사람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케이프 타운의 분리 정책의 결과 어떤지를 현재까지 가져오는
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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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대사가 없어도 충분히 서사나 인물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사실 초창기 무성영화들도 그렇게 했으니. 원래 영화가 시각적 서사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긴 대사로 구구절절히 상황이나 내러티브를 설명하는 영화보다, 오히려 대사가 없이 혹은 한 마니도 없이 이미지나 영상의 편집만으로 모든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게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훌륭한 연출이라 생각한다. 대사로 내용이던 주제의식을 강요하듯 전달하는 것은 라디오나 연설장에서의 일이지. 영화는 일단 시각적 움직임의 예술로서 그를 청각과도 맞춰 일종의청각의 시각화로서도 고민하며 눈을 메인으로 모든 감각으로서 내러티브를 느끼게 해야 한다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모든 감독들의 숙제이자 의무라 믿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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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 날아온 단편 <뷔텐칸트 거리의 노숙자>가 이를 절실히 증명한다. 영화는 바로 초반 낯선 외국어의 싸움 대사로 시작한다. 처음에 낯선 언어와 거친 싸움에 난감했지만, 이 장면에서의 대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주요 장면이 아닌 주인공의 현재 상황을 단번의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니까. 주인공 노숙자 여인이 다른 노숙자들과 자기 담요로 줄다리기 하듯 뺏어 당기며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은 그녀의 현재가 얼마나 처절한 생존 싸움인지를 단번에 보여주고 있다. 대사는 바로 번역하거나 자막으로 보지 않아도 필요 없을 정도다. 그렇게 한바탕 싸움을 한 후, 주인공은 어떻게든 오늘의 쉴 자리를 구해 도시 이곳저곳을 헤메고, 평소와 같이(현실의 노숙자들이 그렇듯이)쓰레기통까지 뒤지며 먹을 것을 챙기는 모습의 몽타쥬들이 다큐처럼 자연스레 보여진다. 그러던 중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띈다. 도로변 물웅덩이에 빠져 반짝이는 열쇠꾸러미다. 열쇠를 집어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생각에 잠겨 보다가, 길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간다. 어떤 사람이 아파트 건물 입구 보안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본 후, 그녀도 열쇠를 이용해 입구를 열어보려 한다. 아파트 경비원에 눈에 띄지 않으려 계속 눈치를 살피며 이곳저곳 다급히 만져보던 중 마침내 보안을 열고 들어가는데 성공한다. 건물 안에서 랜덤으로 여러 방들에 열쇠를 맞춰가면서 방을 찾아보게 되고, 계속해서 맞는 방을 찾지 못하며 안절부절 해 하던 와중에 드디어 방에 맞는 열쇠를 찾는다. 역시 그 아파트 방들 중 하나의 열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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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열고 방으로 들어간 여인은 처음으로 밝고 따뜻함을 경험해본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방은 잘 정돈되어 있고 흰색 벽지 때문에 밝은데다 여러 컬러들로 장식되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 따뜻함이 느껴진다. 방을 이리저리 살피던 여인은 본능적으로 급한 돈을 벌기 위해 돈이 될 만한 비싼 기기들을 훔쳐본다. 그러던 중 기기들 사이에서 방 주인의 사진을 본다. 가족과 친구들 등 여러 인물들과 함께 찍어 집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모두 다 즐겁고 긍적적이어 보인다. 그 사진들을 쳐다보는 여인의 눈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인간미와 더불어 눈물 흘릴 것 같은 부러움이 느껴진다. 일단 허기부터 채우기 위한 오랜만에 맛보는 신선한 수돗물과 음식을 먹어본다. 그동안 너무 배고파 음식을 오랜만에 한껏 먹으면서도 급하게 먹느라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보고 방주인이 눈치 챌까 놔두지도 쓰레기통에 넣지도 못하고 그대로 음식 통 안에 넣어둘 정도로 절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번에 그녀는 냉장고에 음식과 함께 있던 와인을 꺼내본다. 그리고 평소 꿈꾸어 왔었던 듯,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 마셔본다. 점차 그녀의 얼굴에서 이전 장면들과 다른 평온함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인간다움을 경험해보는 순간인 것이다. 그러나 점차 그녀의 눈빛이 다시 어두워진다. 왜 이 사람이 당연히 느끼는 걸 자신이 뭐가 다르다고 누리지 못하는지에 대한 분노거나 혹은 결국 침입에 도둑질을 해서야 이리 평온함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이 안 쓰러워서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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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 씻어 보고, 편안한 스웨터를 입어 본다. 정말 자기 집에 온 것 같은 평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에 잡힌다. 자기도 집주인만큼 아름다워 보이게 살 수 있는데, 왜 거리에 나앉아 굶고 피로해야 하는지 고뇌한다. 이렇게 남의 집에 몰래 들어와서야 혜택을 보는 모습도 처량하다. 순간 분노가 떠오른 그녀는 옷장에 걸린 옷들을 뜯어 내리기 시작한다. 홧김에 하나 둘... 계속 뜯어 내리고 심지어 옷걸이들도 부수고 방도 어지럽힌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였는지, 자신도 마땅히 누려야 할 편안함을 독차지 하는 것 같은 집주인 혹은 사회 계층에 터뜨리는 분노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물 한잔 마시며 진정해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생활에 흔적들을 정리해본다. 곧 자신이 사용했던 물 컵도 닦고 홧김에 어지러놨던 침대도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다. 집주인 덕분에 누린 자신의 기쁨에 대해 보답하는 듯 해보인다. 곧 그녀는 다시 자기 짐을 챙겨 방을 나서고 문도 잠궈 놓으며 아파트를 나선다. 그렇게 그녀는 집주인이 올 때까지 눌러 앉기보다는 더 상황이 돌이킬 수 없기 전에 정리해놓고 다시 자신이 왔던 거리로 돌아간다.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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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없이도, 심지어 주연 배우도 거의 무표정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노숙자 여인의 절절함이 전해져 오는 작품이었다. 오프닝에서의 거친 싸움에서부터 소음과 지저분함이 가득한 거리와 조용하고 따뜻한 색감의 아파트 방을 대비시키며 현실의 계급 문제와 빈부 격차를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보면서 남아공 사람이 아닌 외국인 입장에서 또 같은 경험이 있는 입장이 아니었음에도 왜 주인공은 저 편한 혜택을 공평히 누릴 수 없는 건지 그 근원을 계속 되물어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놀라기까지 하였다. 그 점에서 강렬한 외침이 없음에도 많은 생각을 주는 작품이었다. 별 주장은커녕 아무 대사 없이도 절망적인 결말 없이도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니... 최근에 만들어져 보게 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화들에서는 자주 인종 문제를 비롯한 계급, 빈부 격차 갈등을 익숙하다 할 정도로 확연히 드러내곤 한다. 원래 오랜 격동과 고통의 인종 갈등, 흑백 차별의 역사를 가져왔던 나라인 것도 있지만 이가 단순한 인종을 넘어 사회, 경제적으로도 격차가 나눠질 만큼 그 오랜 문제가 아직도 전혀 해결이 없음을 증명해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헐리우드에서 성공한 남아공 출신 닐 블룸캠프 감독도 <디스트릭트 9>이나 <엘리시움>, <채피>에서 하드 SF 장르’(Hard Sci-Fi Genre)를 표방하고 있지만 항상 극심한 빈부 격차와 인종 및 계급 격리와 같은 주제의식을 다루고 이도 혐오감이 느껴질 만큼의 다큐를 방불케하는 묘사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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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자신의 성장기 때 남아공에서 벌어진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 정책)을 염두해 두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에서 밝혔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앞서 얘기한 닐 블룸캠프 감독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들과 충분히 맞춰 볼 수 있었다. 겉으로 꽤 성장한 도시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른 선진국들이나 우리나라에 비해 계급격차가 매우 크게 비춰져 보이는 듯 하다. 오프닝에서 보여진 주인공을 비롯한 노숙자들의 세계와 주인공이 머루는 방의 시각적 분위기 격차가 그를 보여주는 듯하다. 대놓고 인종을 논하지 않았지만 이 설명만으로 충분히 급격한 인종 갈등, 인종 차별 격차 및 갈등을 보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정치적 상황을 확연히 유추해 볼 수 있다. 심지어 주인공의 외모도 평소 보던 인종과 다른 생소한 분위기라는 점에서 어쩌면 백인과 흑인간의 혼혈이거나 혹은 소외 민족으로 보여 진다. 이런 캐스팅 역시 감독이 의도한 인종 소외에 대한 메시지일거라 믿는다. 이렇게 감독이 의도한 역사/정치적 메시지를 다시 되짚어 보는 점도 이 작품의 또다른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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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말로 설교하지도 고달프고 잔인한 현실의 격한 단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도 않고 부드러운 전개와 핸드핸들과도 적절히 매치된 편안한 영상으러서 극영화 방식으로도 현실을 상세히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거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와 일본영화 특유의 일상적 리얼리즘을 잘 섞은 작품인 것 같이 느꼈다, 오히려 최근의 개봉되고 있는 폭력과 공포, 욕설과 절망감을 직설적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사회 문제 고발 영화들보다 이 영화가 더 실제같이 다큐멘터리같이 느껴진다. 배우도 스타 배우가 아닌 무명 배우이고, ‘레하네 에이브람스 넬리샤 쇼바의 사실적인 연기 실력도 있겠지만, 오히려 잔인하게 핍박받거나 집주인이 마침내 들어와 주인공을 쫓아내는 전개까지 등장했으면 오히려 더 사실감을 잃어버렸을 것 같은 생각이다. 그만큼 영화는, 물론 현실이 극적이기도 하지만, 그런 대놓고 극적임을 포기하고 현실의 노숙자의 일상 자체를 묘사하는데 집중함으로서 더 사실감을 주게 되었고, 오히려 그 리얼리티가 어떤 영화보다 더 극적이도록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것처럼 현실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나를 유도했다. 그만큼 이 작품을 만든 윌리엄 니콜슨 감독의 활약이 기대되면서,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의 사회성 영화들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사회성에 관심이 매우 높은 우리 영화계에서 심각한 문제인가 아닌가를 불문하고 모두가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진실을 무조건 보라며 대놓고 관객에게 들이밀며 보여주거나 바로 카메라 앞에서 설교해 관객을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 염두해 훈계하기보다는, 이렇게 눈에 띄는 일상 자체에 묘사함으로서 작은 것에서 현실을 찾을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연출을 꿈꿀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첫 문단에서 말했던 것처럼 사회문제나 주장을 대놓고 구구절절 얘기해주는 것은 영화가 아닌 라디오나 연설장에서의 일이다.   

 

단편영화 감상 http://bit.ly/2g1XB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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