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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리뷰 - “위선적인”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감독
이호준 (LEE HOJUN)
배우
시놉시스
6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자택 서재에서 회사 업무만 보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15살 샐리. 샐리는 오로지 어머니만을 사랑하기에, 어머니 또한 자신만을 사랑해주길 바란다. 항상 무뚝뚝한 어머니지만, 어렸을 적부터 샐리는 어머니가 자신만을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자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 샐리의 어머니는 처음으로 애인을 집에 데려와 샐리에게 소개하고, 샐리는 이로 인해 큰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영화감상
http://bit.ly/2BxPxGT

“위선적인”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오프닝부터가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했다. 4:3 풀스크린 영상에 꽉 맞춘 완벽한 분홍빛 방 공간을 와이드 렌즈의 롱샷으로 잡아 하단에 놀고 있는 주인공 샐리와 상단에 일하고 있는 엄마를 둘의 상위관계를 보여주듯 딱 떨어지게 표현하는 동시에 그 위로 클래식한 테너 곡이 부르는 첫 쇼트에서 꽥하고 경악을 지를 뻔했다. 심지어 고급 편지지들과 앤티크한 목제 가구들, 40년대식 타자기까지가 소품으로 배치되어 있으니 마치 30~40년대 헐리우드 멜로드라마 영화의 컬러 버전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다. 물론 그동안 이런식으로 팬시 디자인처럼 비주얼이 강조된 영화들을 자주 봐온 입장에서, 이렇게 예쁜 소녀 동화처럼 시작되는 영화가 오프닝만큼 예쁘게 혹은 멀쩡하게 끝날리가 없을 거라는 예감이 단번에 들었다.

 


 

 

15살 소녀 샐리는 아버지를 여의고 커리어 우먼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항상 일과 딸 샐리는 키우는 일에만 집중하며 다른 남자들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어머니도 성공하는 동시에 샐리 입장에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롤모델이 되었다. 적어도 샐리의 시선에서는 그렇다. 지금까지의 샐리의 나레이션이 들리기라도 했는지, 어머니는 책상 위에 널려 있는 한 젊은 남자의 사진을 감추듯 급히 치운다. 샐리가 어머니를 돌아봐 사랑해요라 말해준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부담스러운 듯 눈을 마주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는 척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샐리는 그런 어머니의 행동에 자신의 일에 또 샐리를 위한 일에 열중하는 존경스런 모습으로 비춰질 뿐이다. 곧 초인종 소리가 들려온다. 샐리가 기쁘게 현관문을 열어주자 약간 중년이지만 젊은 남자가 꽃다발과 정장과 함께 나타난다. 샐리는 자기 집에 왠 남자가 찾아왔나 하여 식겁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내려오고, 샐리는 낯선 남자와 어머니가 포옹하는 광경을 본다. “샐리, 인사드려. 네 새아버지가 될 사람이야.”라는 엄마의 말을 들은 샐리는 공포의 비명을 질러댄다.

 

 


 

 

그 날 이후 샐리의 세계, 그보다 그녀의 믿음은 송두리채 흔들리게 된다. 샐리는 엄마에게 다시 관심 받고 싶고, 그렇게 평소처럼 딸로서 인정받는 삶으로 살고 싶어진다. 그러나 엄마에게 새아버지, 새 남자가 생겨서인지 엄마는 그와 자신의 직장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어코 샐리는 엄마에게 다시 관심을 받기 위해 별별 작전에 돌입한다. 엄마가 보는 앞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엄마 화장품을 빌려 모두에게 예뻐보일 수 있도록 꾸며보고 심지어 저녁 식사 자리까지 직접 만들어 보지만, 엄마는 계속 일 얘기, 새 남자 관심 뿐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아예 결혼도 자식도 없었던 새 사람처럼 된 것 같다. 모든 시도가 실패해 실망한 샐리는 결국 엄마와 마주하여 엄마가 재혼하면 자기는 어떻게 되냐며 따진다. 그에도 엄마는 냉정하게 전혀 바뀌는 것이 없고 여전히 엄마의 딸이니 공부나 열심히 하라 말하며 끝낸다. 완전히 실망한 샐리는 한 번은 높은 수납장에 올려진 컵을 혼자 무리하게 꺼내려다 깨뜨린다. 컵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넘어져버린 샐리는 죽은 것처럼 쓰러진다. 순간, 엄마와 남자가 서로 즐겁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자기와 함께 있을 때 보여주지 않은 웃음이다. 심지어 엄마는 자유로워지고 싶어. 새처럼 자유로이 훨훨 날아가고 싶어.”라 말한다. 그 말이 마치 사랑하는 자기까지 버리면서 자유를 위해 도망치고 싶다는 말처럼 들린다. 결국 샐리는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깨진 컵 조각으로 자신의 팔을 그어 상처를 내 피를 보인다. 그리고 엄마에게 다쳤다며 절규한다. 그러나 곧 데이트를 나가야 한다는 남자를 돌아보더니 샐리에게는 그저 돈을 쥐어주면서 아프면 의사에게 가라는 차가운 말만 던지고 만다.

 


 

 

거절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지막 기회에서까지 어머니에게 거부당하자 완전히 실망한 샐리는 절망에 빠진다. 커다란 안경을 쓴 소년 친구가 대신 샐리의 다친 팔을 치료해준다. 사랑받을 만한 모습으로 엄마에게 주목받아 보라 제안해준 커다란 안경 쓴 소년이 대신 샐리의 팔을 치료해준다. 소년은 평소 샐리를 마음에 두는 듯 바보같이 돌아다니며 연경만큼 커다란 막대 사탕을 나눠주고, 난데없이 아기는 남자여자가 밤에 뽀뽀하면 생긴다 배웠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바보스러움과 순진함을 지닌 소년은, 이제 누구를 사랑해야 하냐는 샐리의 한탄에 사랑받고 싶은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샐리는 자기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얘기한다. 그리고 그 말에 소년은 용기를 내 자기를 사랑해주면 되지 않냐며 고백을 한다. 그렇게 소년의 심정을 눈치 챈 샐리는 자길 사랑해줄사람이 생긴데 기뻐하며 창피해 자리를 피하는 소년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다음날 데이트, 자신도 한껏 꾸며 드디어 사랑을 받을 준비한 샐리는 소년과 만난다. 샐리는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한다. 그 대답을 받은 후 샐리는 소년에게 뽀뽀한다. 그리고는 나 임신했어. 여기 우리 아기가 있어.”라 얘기한다. 평소 지켜보던 엄마와 새 아빠와 같은 한 쌍의 연인으로 되고 싶다는 얘기었다. 그러나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소년은 아직 밤이 아니라 아기가 생길리 없는 어떻게 생겼냐며 애매해한다. 혼란스러워하는 소년에 모습에 샐리는 당황해하며 자길 사랑하는지 계속해 묻는다. 대답을 들어도 자기 옷깃 단추를 풀어보이고 또 공격적으로 나오며 이래도 날 사랑할 수 있냐며 끈질기게 물어본다, 그에 소년은 오히려 겁을 먹고, 마치 여자친구의 임신을 비롯해 현실의 연애에서 도망치는 남자처럼, 원래는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내팽겨치며 도망쳐 버린다. 그렇게 마지막 사랑에 대한 버팀목, 신념에서까지 배신을 당한 샐리는 완전 넋이 나가 방에 쓰러진다. 그리고 팔에 감은 붕대를 풀어 상처를 본다. 상처가 잘못된 듯 유심히 보다가, 무스 이상한 변화라도 있는지 웃기 시작한다. 그게 점점 심해지더니 완전히 미친것처럼 크게 광적으로 웃어댄다. 한동안의 웃음 끝에 그녀의 얼굴은 눈을 부릅 뜬 채 또다시 넋이 나가버린다. 그간의 일에 또 평생 믿어온 믿음을 잃어 정말 미쳐버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샐리는 방금 전과 같이 천진난만한 아이로 절대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15살 샐리는 전형적인 사랑을 낭만을 꿈꾸는 사춘기 소녀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보살핌을 받던 아이에서 혼자 냉정한 세상에 적응해 살아야 하는 어른으로 변화하고 있는 과정으로서 사춘기 소녀에 더 가깝다. 샐리는 그동안 자신 밖에 모르던 롤모델과 같은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아득한 새둥지와 같은 동화같은 집 안에서 만족해하며 스스로 갇혀 살던 아이였다. 그러나 이제 샐리가 자립을 각성할 나이로 꽤 성장하고 난 뒤 자기도 그동안의 사별한 남편에 대한 충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과 여성 개인으로서의 삶을 찾기를 꿈꾸게 되면서, 보호받는게 당연한 삶이란 생각한 소녀 샐리의 세계관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현실에서도 부모도 인간이기에 아이가 작은 부분에서는 자립 가능한 청소년기가 되었을시 부모도 부모로서의 역할 그보다 숙명적 사회 직책보다는 개인으로서 삶을 추구할 것이 마땅하다. 이런 기간에 아이들도 어른으로서의 갈림길 나이대를 맞이해 유아기 시기에서의 보살핌으로부터 자의적으로 원했든 샐리처럼 타의적으로 마주해야 했든 자연적으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샐리처럼 안전한 집의 보살핌 속에서 만족하며(혹은 갇혀) 살다시피하면 이런 가족관계 변화가 충격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문제는 그보다는 샐리가 엄마와 사랑에 대해 믿은 허상, 위선일 것이다. 엄마는 샐리에게 사랑을 보여 주여야 한다는 명분으로 혹은 이미 결혼했던 미망인이자 아이의 엄마로서 독신을 유지해 와야 했었을 것이다. 사회의 시선에 신경 써 위선을 보여야 했던 것이다. 그 위선을 어린 샐리는 동화처럼 믿을 수 밖에 없었고, 고로 알맞는 시기의 결정이라 믿은 엄마의 재혼이 샐리에게는 믿음으로서 정체성이 흔들릴 만큼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이후 엄마는 마침 샐리가 사춘기가 되었다고 또 새로운 사랑이 생겨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샐리에게도 보다 무심해진다. 그렇게 샐리도 변치 않을 사랑이란 환상에 불신을 갖기 시작하고 결국 사랑해주길 원한 소년에게까지 위선을 목격하자 사랑을 완전히 포기하며 넋마저 나가버린 것이다. 그렇게 소녀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엄마가 엄마라는 굴레에서 표해야 했던 위선, 딸에게 보여야 했던 위선, 그렇게 어린 자식이 믿어야 하던 위선, 사랑에 대한 위선, 심지어 더 나아가 엄마가 이제 사춘기니 성장해야 하고 자기는 놓아 달라고 단순한 엄마와 자식을 넘어서 함께 해줘야 할 가족으로서까지 연대도 차갑게 놓아버리는 위선까지...... 잔인한 현실과 동떨어져 안전하고 평화로운 동화 속 세상 같던 핑크빛 인형의 집은 그렇게 위선으로 가득찬 맨얼굴을 드러낸다. 마침 그래서인지 따뜻한 붉은 톤과 텅스텐 조명으로 빛나던 영상은 끝자락에서는 창백한 백색의 키노 플루 조명의 영상으로 마무리 된다.

 


 

 

그동안 <방문>(신미래 감독), <시간 에이전트>(전주영 감독) 등 똑같이 귀엽거나 스타일리쉬한 등의 혁명적인 미쟝센의 국내 단편영화들을 많이 접했지만, 이 만큼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궁극의 미쟝센을 보인 국내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 단순히 쇼트들을 예쁘게만 꾸미고 나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꾸밈과 결부지어 영화 속 세계만의 규칙을 만들어 아예 새로운 세계 자체를 만들어 낸 것 같았다. 소녀 만화에서 볼 것 같은, 보는 것만으로도 달콤함이 느껴질 듯한 핑크빛의 오프닝을 비롯한 따뜻한 파스텔 톤의 원색상 집안 인테리어에서부터 중간중간 챕터처럼 나타나는 샐리의 메모 인서트 샷에서의 빈티지한 글씨체의 고급 메모지 및 액자 같은 그 주변 엑세서리 배치, 그리고 방 공간 내와 야외 벤치를 중심으로 하여 풀스크린 비율에 명화나 만화같이 딱 떨어지게 잡은 영상연출 등, 이 모두가 단순한 예쁜 그림들의 나열을 너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처럼 일정한, 엄격한 규칙들로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의 비전이다. 항상 유지되는 샐리의 분홍색, 엄마의 보랏빛, 새 아빠 정장의 검은빛, 두려움 많은 소년의 노란색도 역시 이를 증명한다. 비주얼 스타일을 항상 강조하며 이로서 관객과 소통하길 원한다는 이호준 감독이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비록 이번 작품이 성장통을 보여줄 잔혹동화치고는 너무 가벼웠지만, 여기서 보여준 아름다움과 위선의 충돌만으로도 다음 작품에서는 파격적인 비판 주제의 의식을 보일 거라 믿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추신-주인공 샐리를 정말 완벽한 만화 속 소녀같이 열연한 배우 김가은과 신스틸러 소년-토마스를 연기한 배우 이선호의 차후 활동 역시 기대해보는 바이다.)

 

단편 <방문> http://www.cinehubkorea.com/bbs/board.php?bo_table=bbs01&wr_id=1350

단편 <시간 에이전트> http://www.cinehubkorea.com/bbs/board.php?bo_table=bbs01&wr_id=1423

 

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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