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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서울 투어> 백영욱 감독 인터뷰

감독
백영욱 (Young-wook Paik)
배우
시놉시스
연세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백영욱 감독은 광고 대행사 LG애드(現 HS애드)에서 카피라이터와 PD로 근무했었으며, 현재 국내 프로덕션 매스메스에이지(MassMessAge)의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영화감상

<한 잔>, <서울 투어> 백영욱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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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백영욱 (Young-wook Paik)
 


사랑했다 이별이라고, 서로 모든 것을 아껴주다 사소한 오해로 증오하고, 나쁜 남자라니 여우라니, 여자가 어떻다고 또 남자가 어떠하다며 계속해서 여러 견해과 쟁점으로서 삶을 좌주우지하며 서로에게 인생의 달콤함과 쓴 맛을 병주고 약주듯 깨닫게 해주는 현대 대한민국 청춘들의 화두 키워드 “연애”. 상업영화에서 또 최근 인터넷 웹 시리즈 등을 통해 수백, 수천 편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져 왔지만, 여기 이 두 단편 <서울 투어>와 <한 잔>이 보여준 통찰력면에선 그 어느 영화도 못 미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연의 경험이 있는 두 여주인공의 낭만적 로드 무비에서 마법의 술로 시간여행을 경험하는 삼각관계로 틀어진 커플의 비극까지, 더 이상 낭만주의가 아닌 현실적인 날카로운 통찰로서 연애의 대한 탐구를 보여준 이는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오랜 광고 제작 경력의 백영욱 감독이다.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은 다니엘 헤니 맥도날드 시리즈, 대한항공 A380 외에도 삼성과 롯데 등의 해외용 그룹 캠페인을 다양하게 연출한 이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광고 출신 감독들이 그렇듯 이번 <서울 투어>와 <한 잔>에서도, 그림자 진 어두운 화면에 네온 및 가로등 조명으로 컬러 포인트들을 수 놓은 서울도심과, 냉정한 인간관계를 상징하듯 낮은 채도와 명암의 청록색 톤으로 뒤덮인 고깃집 등, 컬러와 그림자 연출이 빛나는 스타일리쉬한 영상들이 돋보인다. 그런 미학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는 인간의 세계, 특히 연애와 그로써 성장통을 경험하는 청춘들의 초상은 냉철하다. 쉽게 위악화시키지 않지만 동정하지도 않고, 연민을 느끼지만 벽이 있는 것처럼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 글을 쓰는 내가 지나치게 그의 영화 세계를 냉소적이다고 멋대로 평가하는 것 같아 미안함이 들지만, 최근 리들리 스콧, 데이빗 핀처, 나타시마 테츠야 등 베테랑 CF 경력 출신 비주얼리스트 거장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어둡고 비극적이며, 잔인할 정도로 비관적인 시선을 내비추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한 입장에서, 백영욱 감독의 시선도 어쩌면, 바로 비관주의는 아니더라도, 그들과 연장선상으로서의 객관적 관찰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로써 그에게서, 아름다운 영상을 찍는 노하우와 동시에, 영화감독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현실과 마주하고 그 세상을 어떻게 바로 볼 것인가를 확실히 배울 수 있었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상연출을 하고 있는 백영욱입니다. 그 동안 광고도 열심히 찍고 짬짬이 시간을 내서 단편영화를 두 편 촬영했습니다. 첫 단편영화 <한 잔>은 미국 '샌디에이고 아시아 영화제',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제 단편영화제', 스페인 '마르베야 국제 영화제'에서 모두 파이널리스트로 뽑혀 상영됐어요. 두 번째 단편 <서울 투어>는 최근 이탈리아 '로마 씨네마 DOC 영화제'에서 파이널리스트로 선발 됐습니다. 광고를 좋아하는 만큼 평소 영화에도 관심이 많은 터라 시간이 날 때마다 시나리오를 써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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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 투어>와 <한 잔> 모두 청춘남녀들의 연애관, 자존심의 충돌 이야기입니다. 그 테마에 평소 관심이 많으신가요?


-평소 관심이 많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제가 제일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소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우연의 일치일수도 있겠지만 <한 잔>과 <서울 투어> 모두 부분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들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저와 제 주변에 연애의 성장통을 겪은 사람들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다 보니 저절로 그쪽 테마에 관심을 더 갖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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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투어,Seoul Tour (2015)" 현장사진



3. <서울 투어>의 구성은 중요한 사건인 이별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이후 세 남녀가 서울 이곳저곳을 떠돌며 자신의 연애관, 본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내는 로드무비 형식이라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마침 <델마와 루이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연출의도에 밝히셨지만, 혹시 그 외에 영감을 얻으신 사례가 있으셨다면?


-<서울 투어>는 평소 갖고 있던 몇 가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전혀 연관 없는 생각들이 우연히 고민하다 보니 하나로 합쳐진 거죠. <한 잔>을 찍고 나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한 장소가 아닌 다양한 로케이션에서 기획하는 작품은 없는지였습니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한 장소에서만 끌어내는 배우들의 감정선이 마치 연극 같다는 얘기를 들었죠. 저야 뭐 칭찬으로 들었지만 살짝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마음 먹은게 다음 작품은 계속 로케이션을 바꾸는 다이나믹한 작품을 찍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죠. 이 때 마침 제 머리 속에서 10년 동안 돌던 아이디어 하나가 있었는데, 저에게 일어난 워낙 황당한 일이라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실제 벌어진 상황의 주인공 성비를 바꿔 지금의 여성 주인공 두 명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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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투어,Seoul Tour (2015)" 현장사진 



4. <서울 투어>의 두 여주인공 지은과 윤정은 서로 위로하기 위해 만났지만 결국 연애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갈등을 겪습니다. 두 여성 인물들로서 각자 상징하고자 하는 테마가 혹시 있으셨는지?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사람마다 조금씩 방식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지만, 한 번 쯤은 누구나 자기 부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만나는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왜 만나야 하는지, 왜 헤어져야 하는지. 연애를 할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데, 막상 그 정당화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감정의 부정이 되는 거죠. 영화의 두 주인공은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났지만 실은 자존심의 갈등을 겪으며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했던, 그 내면의 갈등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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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One Shot (2013)" 포스터 



5. <한 잔>은 작은 오해와 인물들의 자존심으로 역시 갈등을 겪는 청춘남녀 이야기 입니다. 연출의도에서 밝히신 대로, 운명보다 본성을 바꿀 수 없다는 주제를 보이고 있지만, 혹시 그로서 현대 청년들의 연애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혹은 비판하고 싶은 테마가 있으셨는지?


연애관에 있어서 제3자를 비판할 자격이 제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어려운데(웃음).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바뀌지 않는 우리 본성 때문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게 쉽게 바뀔 수만 있다면 싸우지도 않고 연애 자체가 순조롭겠죠. 하지만 또 바로 이 안 바뀌는 본성 때문에 연애가 매번 다르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본성이 매번 바뀌고 적응이 가능하다면 연애라는게 과연 재미있을까요? 그냥 로봇이겠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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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One Shot (2013)" 현장사진 



6. 사실 <한 잔>과 같이 같은 시간대를 되돌리는 이야기, 평행세계 이론 이야기는 <사랑의 블랙홀>이나 <소스코드> 등 자주 활용되어 왔었습니다. 그 점에서 특별히 참조한 영화가 있거나, 혹은 차별점을 두려한 점이 있으셨다면?


-따로 참조한 영화는 없었어요. 워낙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SF 장르 중 하나가 시간여행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여행을 술을 매개로 삼은 이유는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보통 우리가 술을 마시다가 과음 하면 전 날의 시간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술은 이미 미래로 가는 일종의 정신적인 타임머신이죠. 마시다가 필름이 '툭' 끊기고 일어나보니 다음 날? 만약 그렇다면 술을 마시고 내일이 아닌 어제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생각에서 판타지 부분을 가미하게 됐습니다. 다만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작품들은 많이 봐 왔기에, 캐릭터들이 각자 한 명씩 돌아가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했죠. 한 사람의 시각이 아니라 객관성을 유지하며 스토리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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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투어,Seoul Tour (2015)" 썸네일캡쳐 
 


7. 아이러니하게도, <서울 투어>는 현실적인 이야기임에도 <오즈의 마법사> 같은 판타지처럼 느껴졌고, <한 잔>은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적인 이야기였지만 잔인하게 반복되는 결말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 장르적 아이러니를 나타내시게 된 배경, 계기가 혹시 있으셨다면?


-우와! 그런 해석은 처음인데요? (엄지 척) 사실 <서울 투어>에서 밤이라는 시간 자체가 좀 판타지 같죠. 모두가 잠든 사이 벌어진 일들. 말로만 들으면 그게 꿈과 뭐가 다를까요? 다만 하나는 깨어있을 때 일어나고, 하나는 자면서 일어나는. 말씀하시는 <서울 투어>의 판타지 요소는 분명 그 밤의 색채에서 나오는 부분이 큰 것 같아요. 영화 오프닝에도 제가 '밤은 낮보다 더 활기 넘치고 생생한 색채로 가득 차 있다'라는 반 고흐의 말을 인용했는데, 결국은 영화가 끝날 때 쯤 되면 두 주인공은 밤사이 일어난 다이나믹한 일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쳐있죠. 일출로 동이 트는 순간 그 꿈같은 색채는 없어지고 다 밝아지죠. 그래서 흔히 주변에 두 작품 모두 본 분들은 한 장소에서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한 잔>이 정신적으로 보기 더 힘들고, <서울 투어>는 보기 덜 부담스럽다 하더라고요. 분명한 것은 <한 잔>은 판타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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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One Shot (2013)" 현장사진 



8. 오랜 광고 경력 출신다우시게, 두 작품 모두 스타일리쉬한 촬영이 일품이었습니다. <서울 투어>는 명암대비가 두드러지는 검은 바탕에 컬러 포인트들이 눈에 띄었고, <한 잔>은 낮은 대비에 녹색톤의 무채색 영상이 인상적이었어요. 둘 간의 스타일 차로서 의도하고자 한 바가 있으셨다면?


-조금 전 질문과 살짝 연관시켜도 될 것 같아요. <한 잔>은 판타지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남녀 관계와 연애의 잔인한 면을 보이고자 좀 더 무채색으로 갔습니다. 사실 두 주인공 동욱과 혜원의 대화는 다툼으로 이어지고, 이 다툼은 고기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 채 반복이 되며 보는 관객을 힘들게 하죠. 다툼 속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열기, 그리고 반복. 색채는 DI에서 더 작업을 했는데, 무채색의 녹색이 살짝 들어가는 게 정적이면서도 미묘한 잔인함을 느끼게 하죠. <서울 투어>는 윤정, 지은, 형석의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들이 들어나지만, 그 이야기는 밤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 잘 들어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밤에는 사람이 더 솔직해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하고요. 그 밤을 또 하나의 캐릭터처럼 보여주고 싶었어요. 평소 서울의 밤이 참 이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그 밤을 채우는 가로등, 간판, 네온 싸인 등의 컬러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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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투어,Seoul Tour (2015)" 현장사진 
 


9. 그런 점에서 두 영화의 스타일리쉬한 촬영기술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두 작품 각자 어떤 촬영기기를, 특히 조명기기를 어떻게 배치하고 촬영하셨는지?


-두 작품 모두 카메라는 Canon C300을 썼습니다. 평소 광고 촬영 할 때는 Alexa나 Weapon을 많이 쓰는데 단편영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동성, 견적도 매우 중요했고, 무엇보다 C300이 표현하는 명암 대조가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찍어내는 그림이 좀 더 영화스럽다고 할까요? C300으로 찍은 작품들 몇 개를 보고 결정을 했죠. 조명 세팅 같은 경우 <한 잔>은 낮부터 밤 공간 실내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창문 전체를 블랙 천으로 가리고 아주 기본적인 데도 라이트 셋업으로 촬영했습니다. 워낙 시간을 되돌리는 씬들이 많고, 각 상황마다 앵글을 바꿔가며 셋업을 하기가 시간상 힘들었습니다. 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를 뽑아내기 위해 카메라 5대를 동시에 설치해 와이드, 미디엄, 클로즈업을 한꺼번에 건졌죠. 그래서 혹시라도 연기가 안 나오면 모든 앵글상 굿 테이크가 있고 시간을 아끼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서울 투어>는 <한 잔>보다 라이트 셋업이 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실내 씬, 밤 씬, 자동차 이동 씬들이 많아 LED부터 젬볼, HMI, 아리텅 등등 다양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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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One Shot (2013)" 현장사진 



10. 두 작품 모두 <델마와 루이스>처럼 주관이 뚜렷한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입니다. 남성 캐릭터들은 간혹 위선적이거나 두 여성 주인공들 갈등에 끌려 다니는 등, 그들만큼 만큼 인상적이지 않다 느껴졌는데, 이런 여성 캐릭터의 영감을 얻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


-글쎄요. 계기 보다는 평소 여성 캐릭터들이 강하게 나오는 장르를 좋아해서일까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나 <에어리언2>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굉장히 독립적이고 자아가 강한 여성 캐릭터들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그 여성 캐릭터들이 절대 남성적인 면을 답습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방금 언급한 제임스 카메론의 두 작품만 봐도 주인공 사라 코너나 리플리의 강인함은 모성애에서 시작합니다. 킬러 사이보그나 에어리언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물 불 안 가리는, 가장 여성스러운 본능에서 그 힘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작품은 액션 영화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를 바라 볼 때의 저의 여성 캐릭터들은 마냥 남자에게 기대는 캐릭터들은 아닙니다. 아직까지 남성 중심인 우리 사회에서 당연히 여성들이 지켜야 할 본능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세를 캐릭터화 했을 뿐입니다.



11. 두 작품 모두 유명인들의 명제에서 시작합니다. 평소에도 유명인 명언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웃음) 아, 그게 이유가 있습니다. 작품들을 명언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입니다. 첫 단편 <한 잔>을 편집하며 편집 실장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다른 영화 같았으면  메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인트로 씬에 다른 장소나 캐릭터의 이동 경로를 보여줄 텐데, <한 잔>은 오프닝 크레딧 끝나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아무래도 대사가 많고 캐릭터들의 갈등을 한 공간에서 반복해서 보여주다 보니, 영화 앞부분에서 뭔가 심심하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명언이었습니다. 영화 시작 전 관객에게 '무슨 얘기일까?'하며 질문을 던져 그 질문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며 보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차기작 <서울 투어>도 그런 전통(?)을 이어 명언을 넣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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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One Shot (2013)" 현장사진 연기자와 가운데 백영욱 감독



12. 인물들의 애증이 충돌하고 또 긴 대사들이 테니스 게임처럼 오가는 스토리인 만큼, 캐스팅 및 촬영시 배우들 간의 케미 연출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 그 점에서 훌륭한데, 그렇게 캐스팅이나 배우 연출에 있어 노하우나 집중하는 점이 있다면?


-우선 캐스팅에 있어서 영화의 경우 배우 한 명만 연기를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다른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을 때 느끼는 에너지가 중요합니다. 보통 한 번 테스트를 통해 걸러진 배우 후보들은 다시 불러 다른 배우들과 함께 테스트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조금 다릅니다. 다시 부르기 전에 개별 배우들의 연기 영상을 경우의 수로 나눠 씬 편집을 합니다. 개별적인 영상이지만 다른 배우들 연기와 편집해 붙이면 대충 어느 조합이 케미가 맞는지 느낌이 와요. 편집상 그 케미가 느껴지는 배우들만 실제로 다시 불러 씬 재연을 합니다. 시간과 비용적인 면에서 효율적인 방법이죠. 최종 캐스팅한 배우들은 촬영하기 앞서 그들끼리 식사도 나누고 서로를 좀 알고 촬영장에 나오라고 합니다. 물론 시나리오 상황에 따라 접촉이 없는 캐릭터 사이는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의 판단만 맞는다면 연기 연출 할 때 있어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가끔 미묘한 감정이 필요할 때는 제가 직접 나서서 그 느낌을 연기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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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투어,Seoul Tour (2015)" 썸네일 캡쳐 

 

13. 감독님의 두 작품이 상영중인 씨네허브 플랫폼에 대한 생각은?


-단편 영화라고 하면 흔히 독립 영화같이 접촉하기 힘든 영역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씨네허브 플랫폼은 다행히 그런 단편 영화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깔끔한 디자인과 레이아웃으로 관객이 보기 편하게 만들었으며,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열심히 만든 작품에 대한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향후 단편 영화에 대한 더 넓은 배급과 해외 영화제 유통까지 맡는 큰 역할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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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One Shot (2013)" 현장사진 연기자와 백영욱 감독 (오른쪽)



14.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지? 혹시 이번에도 청춘들의 애증 이야기를 준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애초부터 <한 잔>, <서울 투어>에 이어 차기작까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 3부작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시나리오는 이미 작년에 완성을 했고, 광고 연출 스케줄 때문에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일단 올 해 상반기 안에 촬영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애증 보다는 '후회 없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3부작을 마무리(?) 하는 느낌이라. 물론 그 판단은 관객이 하겠죠. (웃음)




15. 감독을 꿈꾸고 단편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가르침 있다면?


-가르침이라... 제가 제일 부담스러워 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웃음) 제가 봤을 때 감독은 작품을 찍으며 스스로 자기 자신을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분야와 다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풀어가는 과정이라 타인에게 가르침 받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나태해지면 안 됩니다! 무엇이던, 어떤 소재이던, 누가 뭐라고 비웃을지라도, 감독은 항상 한결같이 뭔가는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이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굉장히 외롭기도 하고 슬럼프에 빠지기 쉬워요. 그럴 때일수록 가만히 있지 말고, 작은 시나리오 하나라도 쓰거나,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되던 안 되던 그 결과를 갖고 영화제나 공모전에 출품하세요. 쓰고, 만들고, 출품하고. 단편, 장편 상관 없습니다. 이 과정은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한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통해 어느 순간 내가 나 자신을 가르치고 있을 겁니다. 마치 제가 제 자신의 시행착오를 통해 아직도 배우고 있는 것처럼요.



인터뷰 : 이동준


서울 투어,Seoul Tour (2015) https://bit.ly/2GoZhXg

한잔, One Shot (2013) https://bit.ly/2GMI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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