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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 윤지석 감독 인터뷰

감독
윤지석 (Yoon, Ji-Seok)
배우
차승호, 김예림, 조범준, 유승일
시놉시스
늘 여자들에게 뒤통수 맞던 사내, 승호는 자신에게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한 해선과 술을 마시기로 한다. 나름 분위기 좋게 흘러가던 술자리는, 난데없는 방해꾼이 등장하고 해선이 그 방해꾼에게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엉망이 된다.
영화감상
https://bit.ly/2qabkO5

<합정동> 윤지석 감독 인터뷰

연애물이 어두울 수 있을까? 그동안 컬러풀하거나 핑크빛으로 대표되어 왔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연애도 충분한 어두컴컴한 편이다. 서로 정말 좋아했느냐, 그냥 즐기려 했느냐, 서로 같이 잠자리를 했냐 안 했냐, ‘나쁜 XX’까지 등등 입에서 오가는 별별 화두들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낭만주의적인 그 베일을 걷어내 보면 난잡한 정글의 법칙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서로 존중하고 그렇게 죽음이 서로 갈라놓을 때까지 완전한 사랑을 일궈내는 동화 같은 실제 사랑 이야기도 존재하지만, 이 세상에서 특히 현대에 들어 그런 동화를 찾는 것은 웃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더 이상 매너나 사과조차 없고, 그 대신 흑심과 상처와 자기만족과 보복심이 부닥친다. 그렇게 선악의 경계가 붕괴되며 거친 모습을 보이는 현실-자연의 연애를 보면 꼭 마치 필름 느와르의 세계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여기 그런 느와르적 비주얼과 시선으로 현대 청춘들의 연애 세계를 비춰 보인 감독이 등장했다. 서울 강북 마포구의 대표 도심 거리인 합정동을 배경으로 서로 함께 정을 합하여 나누는 의미로서 표어 ‘합정(合情)’에 빚대어, 결국 서로 정을 나누지 못하는 이기적인 청춘들의 연애를 음모가 도사릴 것 같은 어둡고 차가운 묘사로 조소를 보내는 단편 <합정동>. 그를 연출하고 각본을 쓴 윤지석 감독도 짧고 명료한 답변만큼이나 그 세계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인터뷰에서 확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차가운 느와르 톤 시각과 이를 일맥상통시키는 ‘탐사보도(investigative journalism)’ 양식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보다 집중력으로 보여주었다. 더불어 영화에서 보여준 자연스런 인물의 찌질한 혹은 비정한 연기력을 어떻게 연출하는가에 대해서, 그는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들과 함께 영화 속에서의 실재하는 인물, 그 리얼리티를 창조하는데 중요한 교훈을 전달해주었다. 그 점에서 “시나리오는 경전이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통제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교훈을 후대 감독들에게 던져준 올리버 스톤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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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합정동>을 연출한 윤지석 감독입니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98년부터 독립영화제작팀 'UFOfilm'을 운영해오면서, 2008년 단편영화 <스위치>를 필두로 영상작업을 해왔습니다. 주로 광고나 홍보영상을 만들어 오다가, 이번에 자신의 7번째 단편인 <합정동>을 만들었습니다. 



2. 로맨스 이야기를 느와르적 영상과 시각으로 냉철히 관찰하고자 한 의도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발상의 계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느와르적 감수성의 핵심은, '냉소'입니다. 선악의 구분도 없고, 사필귀정 같은 정의도 없이, 그냥 냉혹한 현실만 있는 것이죠. 연애사야말로 누가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지 않나 싶은 거죠. 모범적으로 옳게 살았다고 연애 잘하는 거 아니니까. 또 대부분 자기 연애사가 치열하다 느끼지만, 남의 연애사로 보면 그냥 웃기거든요. 그렇게 웃기면서도 비장한 느낌으로서. 비정하고 냉소적인 분위기에 딱 맞는 느와르, 혹은 하드보일드 양식이 딱 맞다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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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느와르 적으로 그림자 진 영상을 위해 조명을 극히 신경 썼을 것 같습니다. 어떤 조명기기로 어떻게 배치하며 연출하셨는지?


-충분한 조명을 쓸 수 있음에도 제한적인 걸 선택한 게 아니다보니,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웃음) 여기에 하필 스타일이 로우키가 가능한 스타일이고 밤 촬영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포기할 부분은 과감하게 제외하고 포인트에만 신경 쓰는 방향으로 했습니다. 대신 광원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톤에 함께 맞는 장소를 섭외하는데 공을 들였죠. 낮 촬영은 그래서 그에 비해 그림이 아주 심심해 곤란했습니다. (웃음) 



4. 외로움이나 상황의 갇힌 인물들을 보여주듯 프레임에 딱 맞춘 바스트샷이 많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또 거리감을 두고 관찰하듯 롱샷도 자주 등장하는데, 그런 의도에서 였는지?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느와르의 특징상 일정부분 '거리감'과 또 묘하게 들끓게 만드는 '구경거리'에 대한 고민입니다. 한마디로 '강건너 불구경'하는 느낌? 또는 집안에서 팔짱끼고 TV로 중계되는 '싸움 구경' 같은 일종의 쌩쇼를 덤덤하게 보는 느낌을 전달하려는 의도였지요.



5. 외로움에 갇힌 듯한 인물들의 연기, 특히 승호의 연기가 좋았는데, 차승호 배우님에게 특별히 지시한 점이 있으셨는지?


-승호가 최대한 찌질하게 보여야 하는데, 그를 위한 충분한 명분과 합당한 논리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래야 더 볼만해지니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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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인적으로 가장 미스터리한 내면의 인물은 해선이라 느꼈습니다. 해선도 중간 전화통화 나레이션 인서트에서 우혁을 염두하 듯 상황을 보고 빠져나가야겠다 말하고, 먼저 승호에게 술자리를 제안한 동시에 가능한 승호에 같은 술자리에 함께 해주면서 취한 승호에게 그만 가자고 다정하게 이야기 해보지만, 결국 미교와 함께 우혁의 음악실로 가게 되고, 전화 나레이션 장면에서도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결말이 보여 집니다. 해선의 심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음...... 그냥 놀고 싶었을 뿐 아닐까요? 우리도 그러잖아요. 출출한데 라면이나 끓여먹을까 하는데 누가 엄청 진지하게 전주 한상을 차리겠다고 덤비면 부담되지 않을까요? (웃음) 사실 해설이 우혁과 같이 술을 사고 별 일 없이 돌아오는 결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승호 입장에서, 돌아오든 안 돌아오든 상관없이, 오해받는 입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 그 장면을 삭제했지요.



7. 승호가 새로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준 미교에 대해서 마음을 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고, 심지어 미교의 이야기도 중간에 끊긴 듯 느꼈습니다. 그 의도는?


-미교는 사실, 크레딧에 이름을 안넣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냥 '썸녀'로 넣을까 했었습니다. 왜냐면 승호에게는 수컷으로서 증명할 대상이었을 뿐 그게 누구든 상관없었으니까요. 물론 해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배고프다는 통증이 오면 무슨 음식이든 어디서 만들어왔든 뭐 중요하겠어요? 그냥 배고픔을 달래주면 그만 인거나 마찬가지인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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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중간중간 현재 옥상씬에서 계속 모욕적인 욕을 내뱉으며 이야기를 듣는 선배 캐릭터도 흥미롭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비방해댄다는 점에서 방해남인 우혁보다 더 악역처럼 느껴졌었는데, 어떤 의도였는지?


-(웃음) 악역으로 느낄수도 있다는 생각 처음 해봅니다. 악역이라기보단, 승호의 남성중심적 세계관을 겉으로 드러나게 해주고 승호의 찌질한 이성관을 폭로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9. 각각 애증으로 부닥치는 인물들의 연기와 케미를 위해 배우 모두에게 지시하며 연출하는 과정이 어떠셨는지?


-가급적 본래 배우들이 갖고 있는 성격과 등장인물의 캐릭터들 간의 비슷한 지점을 찾으려고 했고, 상황에 대한 '자기논리'를 구축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래야 연기가 자연스러워지니까요. 이 간단한 두 가지를 빼고는 나머지는 온전히 배우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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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앞 질문과 연결해서, 마침 서로 던지고 받으며 마치 거친 테니스 게임 같은 소위 ‘찰진’ 대사들을 써내는 과정은 어떠하였는지?


-기본적으로 영화의 대사들을 다 써내고, 4~5번 정도 배우들과 대본 리딩을 해봅니다. 그 과정에서 각 배우들에게 각자의 대사들이 본인 입에 안 맞으면 만들어 오도록 지시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사를 칠 때 배우들 입장에서 (앞서 말한)’자기논리’가 되는 대로 대사 할 수 있게 해보거나, 안 되면 안된다고 얘기하라 하여 감독과 배우 간의 조율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또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상황과 배경을 알려주어 보기도 합니다. 또 리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배우들이 서로 합을 맞추어 자기가 신호를 주어 서로 간의 액션, 리액션이 가능하도록 해볼 수 있게 하는 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촬영에서도 먼저 신호를 보내는 배우를 먼저 선정해 알려주고 촬영에 들어갑니다. 대사는 사실상 소재일 뿐입니다. 감독과 배우들이 그를 풍성하게 조율해 만드는 거죠. 이러한 식으로 선배 캐릭터의 경우, 대사의 50%가 애드립이었습니다. 물론 단점이 있다면... 해외 출품시 번역이 어렵게 된다는 점이 간혹 있지요. (웃음)



11. 촬영 카메라는 어떤 기종을 쓰셨는지?


-캐논 EOS 5D Mark 2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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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테마나 영상을 위해 참조한 다른 영화가 있다면?


-영화는 아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구성을 참고했어요. “왜?”에서 시작해서 끝까지 몰입감 있게 가는 구성력을 필사까지 해서 시나리오 작업때 반영했습니다. 사실 느와르라는 스타일이 폼잡긴 좋지만, 한 두 장면 보고나면 금방 피곤해지고 집중 안 되거든요. <영웅본색>은 그래서 총기 액션이 그 지루함을 메꾸죠. 그러나 저는 돈 없으니 그렇게는 못하고, (웃음) 스타일은 얘기하는 방향과 맞아서 그렇게 느와르를 선택했지만, 그 다음 고민이 어떻게 안 지루하게 만드냐였어요. 그때 본 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어느 여종업의 사망 미스터리'를 다룬 방송이었는데, 사건 증언과 사건 추적을 왔다갔다하며 너무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거에요. 그래서 그걸 따라하기로 한거죠. “왜 안잤냐?”라는 물음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게요. 물론 여기에 정통 느와르적인 건조함과 냉정함을 위해 <브릭>(2005)에 영감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13. 감독님 작품이 상영중인 씨네허브 플랫폼에 대한 의견


-단편은 완성된 이후 공개되는 경로가 극히 제한적입니다. 가급적 많은 채널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싶지만 영화제 말고는 마땅치가 않은 형편입니다. 온라인 상영매체였던 '유에포 필름'이 10년 전에 출범했을 때, 단편영화 감독들이 매우 반가워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였겠지요. 하지만 그 '유에포 필름'이 이제 시들해진 이유가 뭘까요? '브랜드 이미지'가 없어서라 생각합니다. 온라인 상영 플랫폼은 한마디로 '유통 업체'입니다. 우리가 주말마다 자주 쇼핑하는 (업계 1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이마트’에 대해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이미지가 있겠지요? 물건만 사는 게 아니라 밥도 먹고 쇼핑하기 편한 부대시설에 아늑하고 밝은 조명과 음악들까지... “이마트가 제일 편해” 이런 이미지를 주는 겁니다. 그보다 가장 기본인 게 바로, 다른 경쟁사에 비해 '철저한 상품관리'로 인해 “상품의 질이 높다”는 것입니다. 직접 상품을 만드는 곳은 아니지만, 검토되어 진열된 상품은 '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가 생기고, 그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죠. ‘유에포 필름’는 바로 이런 이미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외람되지만 제가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보니 일을 할 때 '재능'이 좋은 친구보다 '태도'가 좋은 친구가 더 귀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씨네허브에게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겁니다. 위에 언급된 이마트의 '상품관리'처럼 여기 올려 진 작품들을 관리하고 필터링 하지만, 단순히 작품의 값을 매기는 게 아니라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어루만져지'고 ’존중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뿐 아니라 이곳을 통해 생긴 많은 사람들의 믿음으로, 이 공간이 더 확장해 나갈 것이고 나중엔 이 공간에 서로 자기 작품을 올리면서, 이 공간에 작품 올린 것 하나로 무게감 있는 필모그래피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 점에서 씨네허브에 감사하고 응원을 보냅니다.



14. 준비 중이신 차기작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현재 투명인간에 대한 새 단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판타지지만 존재 증명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는 살아있다“고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죠. 여기에 자주 남성 주인공을 내세워 남성 중심적이었던 기존의 투명 인간 영화들과 달리 여성 투명인간을 주인공으로 해, 보다 더 현실적인 존재 증명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이동준


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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