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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리스트>(2015)리뷰 - 아버지와 딸 관계로서 비극의 역사관

감독
강민지 (Minji Kang)
배우
권혁풍 정우림 김종만
시놉시스
본 영화는 북한 국적으로 인해 대부분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라면 누릴 수 있었을 것들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아버지와 딸(신라)에 관한 내용이다. 영화의 서두는 신라와 주말 휴가를 보내기 위해 그녀가 다니는 스위스 보딩 스쿨에 찾아간 한 북한군 장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영화감상
https://bit.ly/2L4dVpn

아버지와 딸 관계로서 비극의 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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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 한반도 남북부터 중국, 미국까지의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며 정전과 통일을 위한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졌다. 그동안 현실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불가능한 줄 알았던 통일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화해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둘 로 나눠진 한반도 각 국가들에서 벌어진 비극은 이제 화해가 가능해지며 치유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남는 일은 누구라도 조금이라도 욕심 없이 실수하지 말고 또 지켜보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기 위해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현재까지 순탄하진 않았지만, 진중하면서도 교류적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기에 크게 희망을 보이고는 있다. 이 현황에서 이를 지켜보는 우리는 이제 무얼 할 것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지금까지 우리가 분단에 대해 역사에 대해 어떤 자세였는지도 질문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지난 58년 간 은 끔찍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과거였다. 비록 김대중, 노무현 시기에도 2번이나 있었던 남북정상 회담과 한반도 평화를 꿈꿨던 2002년 월드컵이 있었지만, 전쟁에서부터 그 이후 냉전시기라는 이유로 민주주의가 양 국가에서 억압되며 고통 받은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우리의 임무는 그를 청산하며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앞으로도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지 통찰력과 상상력을 펼쳐봐야 할 때일 것이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의 역사관이 재현되지 않게. 고급스러운 제목을 지닌 단편 <로얄리스트>는 제목과 달리 그 고통스러운 통찰을 요청하는 영화다.

스위스 프라이부르크의 우아한 설경 숲 속 한 가운데, 고급 검은 승용차 한대가 달린다. 뒷좌석에는 정장을 입은 묵직하면서도 고풍스러움을 풍기는 중년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승용차는 설경 숲을 지나 오래된 건축 양식으로 된 대저택 풍의 예술학교에 도착하고, 그곳 음악반에서 합창 연습을 하고 있는 한 어린 소녀와 마주한다. 열정적으로 노래에 집중하던 소녀는 남자를 보자마자 노래하던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반가워 하지만 남자는 계속해서 심각한 표정이다. 2분 간의 오프닝을 전혀 대사 없이 무성영화로 시작하던 영화는 마침내 서로 부녀지간임을 알리는 남자와 소녀 간의 대화로 대사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들의 말이 북한 억양이다. 북한에서 온 장교이자 주요 당 간부와 그의 지원으로 스위스에서 유학 중인 딸인 것이다. 둘은 서로 보고 싶었다는 말을 던지지만, 아버지 로 장군은 표정이 여전히 심각하게 뭉뚱그려져 있고 간절한 목소리로 보고 싶었다 말하며 아버지 어깨에 기대는 딸 신라도 표정이 밝진 않다. 그렇게 부녀는 스위스 숲 한 가운데 아득한 산장에 도착한다. 나무로 손 수 지은 산장 안에는 동물 머리 박제 벽걸이들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잔뜩 전시되어 있다. 산장에 들어오자마자 로 장군이 난데없이 신라에게 사냥총을 집어 보게 한다. 받자마자 장전을 시도하는 신라. 로 장군은 그녀에게 “내가 가르쳐 준거 있지 않았겄지?”하며 딸의 사격 실력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신라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총을 잡고 사슴 머리 박제를 겨누어 보인다. 그러나 그 사격을 배우던 플래시백에서는 죄 없는 사슴을 향해 겨누기만 할 뿐 신라는 쏘기 불안해하고 그 반면 옆에서 “바로 당기라우!”라며 압박하다 신라가 실패하자 바로 총을 뺏어 잔인하게 사슴에게 연사하는 로 장군의 모습이 나타난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북한 사람들이 그러듯 정성껏 포장해 놓은 김일성 초상화를 조심스럽게 꺼내 벽에 걸어 놓는다. 아버지 로 장군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는 사이 딸 신라는 옆에서 책을 읽는다. 로 장군은 신라에게 지금 다니는 학교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신라는 여기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며 당당히 말한다. 그 반응을 뚱하게 보던 로 장군은 “네가 여기에 누구 때문에 어떻게 와 있는지 잊어버리지 말라우”라고 똑같이 단호하게 반응해준다.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저녁상, 서로 마주보며 앉은 부녀는 평화로운 식사자리를 갖는다. 그러다 신라가 먼저 뉴욕에 가고 싶다 이야기를 꺼낸다. 갑작스레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딸에 말해 당황한 ~가 이유를 묻자 신라는 뉴욕의 유명 음악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부탁한다. 그러나 당의 간부이기도 한 로 장군은 딸이 적국인 미국으로 출국을 허락할 수 없어 저녁 식탁을 박차고 일어나면서까지 나무란다. 그러나 이번엔 웬일인지 신라도 단호히 나오며 굴복하지 않는다. 그런 신라에게 로 장군은 배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너까지 사라지만, 나는 우찌 살라고?”라며 걱정하는 듯한 말을 무심히 던지고 만다. 저녁 식사에서의 일로 심란한 로 장군에게 산장까지 둘을 태워준 운전기사 군인이 찾아와 새로운 소식을 전달한다. 명령을 전달받은 로 장군은 다급히 한 번만 봐달라고 절규와 같은 애원을 하고, 운전기사는 당으로부터 온 명령이라는 말만 하며 지금 당의 명령과 장군 마음 중 무엇이 중요하냐고 되묻는다. 그 대화가 산장 안에서 엿 듣던 신라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어쩔 수 없는 사면에 몰린 로 장군은 결국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울부짖음을 터뜨린다.

거부할 수 없는 당의 명령을 받은 로 장군은 밤잠을 못 이루고 고민에 빠진다. 어두운 시간까지 잠에 들지 않는 그를 향해 신라가 걱정되 다가간다. 로 장군은 괜찮다며 이 상황을 넘기려 하고 그런 그에게 신라가 아버지의 기운을 돋아주기 위해 음악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준다. 아름다운 신라의 소프라노가 산장 전체에 울려 퍼지고, 노래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로 장군은 노래를 다 듣기 전에 마치 당 대회에서 국가 지도자를 향해 치듯이 빠른 박수를 격하게 친다. 그리고 저녁 식사에서의 일이 언제 그랬냐는 듯 역시 우리 딸이 최고라 찬사를 보낸다. 그렇게 부녀 간의 긴장이 좀 풀린 시점에서 신라는 미국으로의 유학길에 아버지 로 장군도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자신도 그렇고 아버지도 함께 탈출해 원하는 삶을 찾자며 강력히 요청한다. 조국을 떠나자는 말에 흔들리던 로 장군은 곧 서랍에서 한 다발의 서류들과 여권들을 꺼내 보여준다. 그리고 스위스 내에 있는 미국부터 캐나다 대사관까지를 신라가 미국으로 탈북하기 위해 찾아 갔었다는 정보를 폭로하며 그가 진실이냐고 감히 조국을 버리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며 다시 나무라기 시작한다. 그러나 신라는 이번에도 물러나지 않는다. 발악이 안 통하자 로 장군은 결국 조국으로 돌아가자고 울부짖듯 애원한다. 하지만 신라는 결국 아버지 로 장군에게 총까지 겨누며 거부한다. 그러더니 로 장군은 신라의 어머니와 똑같이 행동한다고 말한다. 그에 신라는 로 장군이 어머니를 죽게 한 이들과 똑같다며 분노한다. 로 장군은 당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 하고, 그에 대해 신라는 그가 어머니를 죽였다며 절규한다. 그렇게 마침내 더이상 소용 없음에 조용해진 로 장군은 신라 뒤 창 밖을 향해 눈길질을 보낸다. 신라가 그에 놀라는 순간, 총성이 울리고 신라는 머리에 총을 맞아 쓰러진다. 죽어 쓰러진 신라에게 로 장군은 “니 오마니하고 잘 있으라우...”고 잔인하게 속삭인다. 그러나 그도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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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비극은 당연 아버지의 탓이라고만 보기 힘들다. 아버지 로 장군도 자신의 신념이나 욕심을 넘어 국가의 이데올로기 상 그를 배신하면 죽음 혹은 그 직전에 그 이상으로 끔찍한 댓가를 치뤄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서는 딸 신라도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점 역시 알고 있다. 물론 현실의 다른 탈북자들의 경우와 희망을 믿고나서 판단해 봐야 겠지만, 같이 둘의 결과는 이미 결말까지 보지 않아도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하나임이 바로 느껴진다. 영화는 아버지와 딸 간의 비극으로 초점을 맞춰 보여주지만 그래도 이는 ~의 입장에서도 적용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로 장군에게도 국가(정확히 김일성으로부터 이어진 현 북한 정권)는 아버지와 같다. 그리고 신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도 위압적이고 위험한 아버지로부터 피할 수 없다. 그리고 피하기를 시도한다는 것은 신라의 마지막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댓가로 해야 한다. 결국 이는 국가에 압박당하는 이 부녀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정권 간부인 로 장군에게도 해당되는 만큼 이 이야기 자체가 현재 북한의 비극인 것이다. 외세로부터 보호하고 민족주의와 평등을 수호해준다는 명분으로 자신에게 충성을 강요하고 그 어떠한 의심도 갖지 말라 배제하는 정책은 오히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험하게 하며 진정한 민족주의와 정치에도 위기를 만들어 내었다. 그것은 그 철학적 논쟁에서 그치지 않고 수 백만명의 북한 국민들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단순히 잘못된 정치가 문제인 게 아니라 그 잘못된 정치를 유지하려는 권력층의 이데올로기적 탐욕 혹은 과대망상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집단의 문제가 개인을 망치는 셈인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그것이 정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이 역사관과 그 비극을 상징하는 듯한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사냥된 동물들의 박제된 머리 장식들도 섬뜩하게 장식되어진 산장 내부에서부터 산장 벽에 초상화로 걸려진 데서부터 수집되어 놓여 진 나치의 철십자 훈장들, 감정과 임무로서 대비되는 성격을 보여주는 사냥 플래시백과 연관되듯 이어져 보여주는 김일성 초상화를 거는 로 장군과 책을 읽는 신라의 모습까지. 그보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종교적 상징 이미지들이 더 많이 보여 진다. 오프닝에서 또 마지막에 부르는 신라의 노래는 다름 아닌 아베 마리아이며, 당의 명령을 받고 참담한 심정의 로 장군의 얼굴에는 달빛에 창틀이 비춰져서 십자가가 드리워져 있다. 아베 마리아는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는 노래로 어머니의 포근한 품과 같은 평화를 희망하는 노래이다. 마침 신라를 비롯한 북한 국민들의 염원이기도 할 것이다. 십자가는 희생이자 곧 그로서 사랑으로서 절대적 의미이다. 사랑이자 동시에 절대 부정해서는 안 되는 상징물로서, 딸을 위해 희생하고자하는 마음과 당을 향한 절대적 복종에 시달리는 로 장군의 마음을 확연히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듯이 북한에서는 김일성부터 현 김정은까지 국가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을 기르기 위해 기독교는 물론 종교 자체가 일제히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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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현실과 북한 국민들의 좌절감이라는 무겁고 광대한 정치적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산장 하나를 배경으로 부녀 간의 이야기로 압축시키면서 단순명료화 해낸 연출력이 훌륭한 작품이었다. 보통 이런 정치와 역사가 뒷 배경에 크게 자리 잡으며 얽혀 있는 보통의 쉽게 연출된 영화의 경우 오프닝에 자막을 넣거나 대사 등으로 역사적 배경이나 국가 사회 내부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애쓰기 마련인데, 그렇게 부연설명이나 명시해주지 않아도 부녀라는 친근한 가족 관계만을 필두로 가지고 그 둘의 성격 대비만으로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이를 도덕주의적인 감상적 연출로 몰아가지 않고 다큐멘터리 같은 관찰자적 톤으로 전개한 집중력 역시 훌륭하다. 초반부터 조용하면서도 광활한 스위스의 아름다운 설경으로 강렬하게 시작해 관객들을 자연스레 극에 유도하며 호기심을 자극한 후 여타 설명조 대사가 굳이 없이도 사건의 전제를 스스로 유추해 내며 인물들의 절박함과 그 비극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도 이끈다. 여기에 역사적·종교적 상징 이미지들까지 동원해 관객이나 평론가로에게 그 퍼즐을 던져주며 영화를 더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감독의 예사롭지 않으면서 사려깊은 연출력 역시 느껴질 수 있었다. 그 점에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훌륭하며 웅장한 체험을 하게 해준 놀라운 단편이었다 평하고 싶다.




더불어 이 단편에 크게 받은 인상은 미쟝센과 영상미가 놀랍다는 것이다. 오프닝에서부터 이국적인 프라이부르크의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설경을 와이드 헬기샷으로 시작하는 동시에 음학학교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에서 놀랍도록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크레인샷, 콘트라스가 깊으면서도 경계가 부드러운 조명연출에서 앤티크한 음악학교와 산장의 인테리어까지가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조화를 이루며 마치 007 시리즈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타이> 같은 메이져 영화, 헐리우드 영화급의 스파이물처럼 다가오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감독이 이 작품을 찍기 위해 레퍼런스로 수많은 헐리우드, 유럽 첩보물들을 참조 했을 것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영화에서 장 피에르 멜빌이나 앙리 조르주 클루조 등 프렌치 느와르 거장들의 영화들처럼 비정하고 쿨한 향기 혹은 그 유혹적인 악취가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강민지 감독은 미국에서 성장해 뉴잉글랜드 테버 아카데미와 콜롬비아 대학교 대학원에서 연출 및 각본 활동을 줄기차게 해오며 필모를 준비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콜롬비아대 대학원 졸업작품으로 만든 이 단편으로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 받으며 헐리우드로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보여 내었다. 편견적으로 평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도 생각해보면 미국에서의 한국인으로서 이방인이자 남성 중심적 사고가 심한 미국 영화계에서의 여성으로 지내온 감독의 배경이 사면에 몰린 로 장군과 신라의 절박한 심리묘사 연출로 이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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