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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 거울의 저편> 고병욱 감독, 이솔아 배우 인터뷰

감독
고병욱 (Koh, Byoungwook)
배우
이솔아/Lee,Solah, 박인영/Park,Inyoung, 김유진/Kim,Youjin
시놉시스
학교에 이야기가 퍼진다. "옆 반 성진이 아빠 PD잖아. 이번에 다큐멘터리 찍으러 남미 다녀왔는데 이상한 병에 걸려서 돌아왔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이상해지는 아이들. 그 사이에서 홀로 남아버린 희수는 점점 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무언가를 느낀다.
영화감상
https://bit.ly/2GtRZQj

고병욱 감독, 이솔아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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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거장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대표작 제목인 이 명제는 실제로 철학계에서도 인용될 만큼 의미심장하게 전해져 오는 어구이다. 서구 철학계에 이 명제가 있다면, 동양 철학계에서는 장자가 남긴 “내가 꿈속에서 나비인가, 아니면 지금 내가 나비의 꿈속인가” 일명 ‘호접몽’ 사상도 그와 맞먹게 철학사에 길이 남겨져 오고 있다. 고병욱 감독의 <열대 : 거울의 저편>은 이 두 철학 어구와 함께 맞아 떨어지는 신비하면서도 섬뜩한 영화다. 


미지의 열병이 학교에 퍼진다는 소문이 돌고 모두가 집단 패닉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혼자 수상한 냄새와 비이성적인 친구들의 반응을 의심해 사건의 원인을 추적해 나가는 주인공의 공포를 다룬 이 심리물에서, 젊고 혈기어린 감독은 정말 열대와 같은 끈적하고 비릿한 두려움의 향기어린 세상을 그려낸다. 보면서 ‘어떻게 저만큼 음침한 비전을 그려냈을까?’ 감탄하게 만드는 영상미부터 완급조절을 주는 동시에 영화 속 사건도 최근까지 우리가 겪어 온 광우병, 조류독감, 가스, 메르스 발병 사태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감독은 더 나아가, 기존 상업영화들이 실수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극복하는 영웅적 주인공을 내세우며 관객을 질책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과 혼돈을 주는 상징적이며 복선어린 연출로 그려내 주제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레 우리 마음속에 새겨 놓았다. 


그와 함께 사건을 추적하며 혼돈을 겪는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이솔아도 다소 무표정한 얼굴과 묘한 눈빛만 가지고도 공포와 이성이 오가며 흔들리는 캐릭터를 섬세히 표현해냈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어떻게 저리 깊은 눈을 가졌을까’라 느껴지는 그 눈빛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오묘한 듯 하면서도 분명하게 표현되 나옴으로서 보는 이의 인상을 잡는데 성공한다. 이 걸작 단편을 만든 이들이 궁금하던 찰나에 만나게 된 고병욱 감독은 호기심 많은 소년 같았다. 


그는 작품의 영감이 된 프로이드를 비롯한 심리학과 철학에 관심을 보였고 줄기차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해 왔다. 영화 속에서는 물론 만난 자리에서도 깊은 눈빛을 보여준 이솔아 배우 역시 공포 영화를 두려워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영화 세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역시 혈기 어린 의지와 함께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기쁨’과 ‘긍정’으로서 새로운 눈빛을 보여주었다. 이 ‘소년’ 감독과 ‘소녀’ 배우를 만나 인터뷰하면서 또 어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할지 다시 기대되며 또 다시 서로 새 작품을 만들어 신경지를 보여줄 수 있기를 고대 하게 되었다. 그 전에 앞서 나는 힘들고 탈도 많았으나 서로로부터 나에게, 관객에게 까지 새로 가르치는 새로운 생각들을 배움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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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단한 자기 소개 먼저 부탁 드립니다.


-고병욱 감독(이하 ‘고’) : 안녕하세요? 독립영화 크루 ‘밤하늘 프로덕션’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고병욱이라고 합니다. ‘밤하늘 프로덕션’은 비전공 독립영화 크루로, 고2 때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시작해 현재는 17명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기 중에 플래시몹이나 홍보영상 등 외주 촬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방학 때는 저희 단편 작품을 촬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크루의 결성 과정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 제작을 꿈꾸게 되어 3학년때 처음으로 <별, 시계, 그리고 바나나>라는 단편 시나리오를 썼었는데요. 그 때 중학생으로서의 패기로(웃음) 주변 친구들에게 제안해 ‘팀 밤하늘’이라는 제작진을 만들어 영화 만들기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무산되기는 했지만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보고자 친구 한 명과 함께 결심하여 들어간 학교 영화제작부에서 촬영의 행복함을 조금이나마 경험 한 후에, 대학에 가서 더욱 전문적으로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음 맞는 친구들 몇 명이서 함께 ‘밤하늘 프로덕션’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현재는 일부 친구들이 군복무 중 또는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어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더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플랫폼에 제출해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솔아 배우(이하 ‘이’) : 안녕하세요? 저는 연기하는 이솔아라고 합니다. 주로 독립영화와 광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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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욱 감독 질문)




2. 영화 아이디어의 시작은?


-친구로부터 가수 쏜애플(THORNAPPLE)의 ‘낯선 열대’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고 거기서 “모두가 꿈을 꾸는, 나만 깨는 열대야”라는 가사에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다른 단편작품들에서도 진실과 거짓, 친숙함과 낯섦, 현실과 꿈 사이의 혼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었는데요. 이번에도 같은 맥락에서 ‘나 빼고 모두가 잠든 밤이 알고 보니 나 혼자만 꿈을 꾸고 있었던 거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던 것 같네요. 여기에 정글이라는 소재도, 밝은 낮에는 형형색색의 꽃과 동물들로 가득 차 어지러울 정도로 다채로운 반면, 반대로 해가 지고나면 어둠으로 자욱해 모닥불 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단절감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적극 차용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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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화는 현재도 언론에서도 논쟁으로 자주 논의되는 ‘루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설정에서 독특하게 정글에서 걸려온 전염병이라는 소재로 가져오셨는데, 그동안의 조류독감, 사스, 에볼라, 메르스 패닉 사태를 연상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일단 ‘루머’에 대한 ‘소재’로 전염병을 선택하신 이유가 특별히 있었다면?


-사실 한 집단 내로 생각이 퍼지는 과정이 전염병의 메커니즘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소문을 전염병에 빗대는 건 어찌 보면 나름 보편적인 메타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이 수반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나아가서는 나 스스로까지 옮을 수 있다는 공포를 그려 내보고자 했습니다. 또, 앞서 얘기한 정글의 낮 이미지가 주는 고열, 환각, 광기라는 이미지를 ‘열병’이라는 매개를 통해 구현함으로써, 내가 상상한 사실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주인공의 왜곡된 감각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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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통 이런류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끝까지 루머의 진상을 파헤치거나 혹은 루머와 집단의식에 넘어가 그에 속해지고 마는 결말은데, 이번 영화의 결말은 오히려 주인공이 의외로 불안의 근원이 되는 반전으로 끝납니다. 그런 결말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신 주제가 있었다면?


-이번 작품의 핵심은, 과연 ‘비린내’가 정말 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환각에 불과할까 라는 질문에 있습니다. 비린내가 나고, 복도에서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걸 못 느끼는 소수의 아이들이 점점 생겨납니다. ‘쟤네는 왜 저럴까?’라는 가벼운 의문은, 가까운 친구들이 한 명씩 더 변해감과 함께 불안으로 바뀌게 되죠. 희수는 어떻게든 자신의 감각에 대한 동의를 절박하게 구하게 됩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동의해줬던 지현은 사실 희수의 환상이었고,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됨으로써 희수는 애써 감춰뒀던 공포를 직면하고 스스로가 틀렸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 결말을 통해서 결국 억압해왔던 스스로에 대한 의심, 그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을 마주할 때의 공포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프로이트는 ‘두려운 낯섦(Unheimlich)’이라는 개념을 통해, 친숙한 무언가가 순간적으로 낯설게 보일 때 수반되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는 억압된 스스로에게서부터 나온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에서의 가장 큰 공포는 비린내도 소리도 아닌,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라는 억압되었던 스스로에 대한 눈초리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이유에서, 영화를 보시면 반영(Reflection)이 지속적인 메타포로 등장하고, 부제 역시 ‘거울의 저편’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간 희수가 울고 있는 자기 자신의 환영을 마주하게 되는 것도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어쩌면 나 빼고 모두가 열병에 걸린 현실은, 사실 나 혼자 열병에 걸려있고 나머지는 멀쩡한 현실과 과연 구분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싶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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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묵직한 메세지를 담은 성장 드라마임 장르로 잡았지만, 꿈 시퀀스들을 필두로 장르물적 연출이 곁들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이블 데드>나 <나이트메어>, <여고괴담> 등 80, 90년대 유명 공포영화를 연상시키기 하였는데, 그 장르적 연출의 의도와 혹시 두 영화들처럼 레퍼런스 삼으신 게 있었는지요?


-실제로 <여고괴담>을 메인 레퍼런스로 삼았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여고괴담>과 같이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였는데, 그 점에서 미술적으로 색채를 강조해보았습니다. 학교의 경우 교실부터 복도를 거의 무채색으로 하되 녹색을 포인트로 잡아 그렸고, 꿈이나 환상에서는 원색을 보다 강조하고 일부 꿈 장면들에서는, 아예 주인공 이외의 공간을 암흑으로 단절해 비현실적인 암실처럼 보이도록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결말에 환각이 절정에 달하는 지점에서는 현실과 꿈 양쪽이 섞여 있도록 연출하였습니다. 로케이션 자체는 현실적인 교실인데 조명은 꿈에서와 같은 푸른색 빛을 사용하고, 복도 또한 일부러 끝을 어둡게 처리하여 끝이 없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주인공의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즉 익숙함과 꿈에서의 기괴함이 섞이면서 오는 섬뜩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 외에도 꿈 속 장면들의 경우 덩굴이 살아 다리는 감싸는 장면이나 붉은 조명 등 초현실적인 영상들도 <이블 데드>와 <나이트메어>를 연상시켰는데, 그도 혹은 다른 영화들에서 얻은 영감은 혹시 없으셨는지?) 일단은 <여고괴담>을 우선적인 이미지 레퍼런스로 삼았고, 다른 영화들까지 꼼꼼하게 참조한 건 아니었지만, 그외 참조로 <애나벨>과 <맨 인 더 다크>도 역시 어둠과 ‘익숙한 낯설음’을 표현하고자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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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 배경은 학교 로케이션 및 꿈 장면 세트 촬영은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나요? 


-학교 촬영은 동구여중에서 진행했습니다. 프로덕션 멤버 중 한 명이 학교 쪽과 커넥션이 있어 섭외할 수 있었는데, 영화 내용도 그렇고 촬영 장비들이 오가는 작업이다 보니 학교 측의 우려도 컸지만, 그 멤버가 힘껏 설득해주어 서로 조율하며 촬영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학교 측도 배려해 주시며 촬영이 이뤄질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 친구가 중간에서 너무 고생했다는 점에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 외 꿈 장면은 일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였고, 최대한 넓은 빈 공간으로 섭외하여 붉은 조명을 활용해 암실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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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촬영 장비는 어떤 것으로 촬영하셨는지?(카메라 기종, 주된 조명기기, 편집 프로그램)


-카메라는 블랙매직 URSA mini pro 4.6K 카메라로 촬영하였고, 조명기기는 현실과 꿈 장면에 차이를 두고자  ARRI, 키노, 조커 등 다양하게 사용하였고, 젤라틴 필터 또한 꿈의 원색적 빛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제 멘토이신 공원준 촬영감독님께서 워낙 경험이 풍부하셔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후 후반작업에서는 프리미어로 편집하고 다빈치 리졸브(DaVinci Resolve)로 색보정 처리 작업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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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아 배우 질문)



8. 작품에 참여하고자 한 동기와 시나리오에 대한 첫인상은?


-보통 배우 커뮤니티를 통해 오디션 정보를 살펴보곤 하는데, 열대는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하던 중에 오디션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공포영화를 못 보는 편이거든요. 그렇다고  스릴러/공포 장르의 연기까지 피할 수는 없잖아요. 공포심을 느끼고 표현하는 역할을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공포심을 이겨보고자 지원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작품 보안상 시나리오 전체를 볼 수 없어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지만, 처음 받은 시놉시스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오디션에서 발췌대본을 받아 리딩을 했는데, ‘묘한 표정’이 나오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여 달라 하셨던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실제로 묘한 표정은 완성된 영화에서도 큰 역할을 했구요. 캐스팅이 된 이 후 시나리오를 풀로 받아 보게 되었을 때는 더 흥미로웠어요. 아닌 작품도 있지만 지금까지 참여하였던 타 작품들은 보통 자살, 히키코모리, 가족 문제 등 다소 어둡거나 전형적인 소재들이 주로 많았는데, 이 작품은 전형적인 부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전염병과 루머라는 소재를 연관지어 다루는 점도 재미있었고, 게다가 많은 반전을 담고 있었어요. 이 내용들이 짧은 러닝타임 안에 어떻게 연출될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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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연기하신 주인공 희수는 똑같이 공포가 있어도 무조건 소문을 믿지 않고 오히려 더 이상한 집단을 의심하는 나름 이성적인 캐릭터지만 결국 똑같이 병에 걸려있는 반전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환각과 현실을 교차해서 보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공감이나 이해를 잡기가 어렵지 않으셨는지?


-희수가 이성적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집단에 포함되어 있다보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결론을 내릴 때 많잖아요? 간단히 말하자면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게 되는 거죠. 심지어 희수는 성인이 아닌 고등학생이잖아요? 그렇기에 희수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는 어렵지는 않았어요. 대신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 웠는데, 그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기보다는 솔직하고 단순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리얼한 세트나 촬영장의 분위기도 캐릭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었구요. 으스스한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추웠거든요. (웃음) (고 : 촬영 당시가 그냥 겨울도 아닌 근래 가장 추웠던 2018년 2월이었던데다 야외 촬영도 있어서, 배우 분들부터 스텝들까지 고생하셨고 미안하다는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웃음) 그래도 촬영 들어가자마자 떨림 없이 역할에 집중하시는 모습에서 역시 배우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0. 친구들을 연기한 다른 배우들과의 공연을 어떠셨는지?(특히 유영 역의 박인영 배우와 지현 역의 김유진 배우)


-정말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다들 열정적인 분들이었어요. 첫 촬영이 영화의 오프닝인 유영이 냄새 때문에 불안에 떠는 화실 씬이었어요. 박인영 배우님의 연기를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다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정말로 괜찮은지 다시 물어볼 정도였어요. (웃음) 지현 역의 김유진 배우님과는 붙어있는 장면들이 대부분이여서 장난치며 놀 때가 많았는데, 마지막 씬에서 평소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마주보는 장면이 있거든요. 몰입이 빠르셔서 정말 놀랐어요. 덕분에 저도 집중해서 중요한 장면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구요. 다른 배우 분들도 모두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 어려운 점이 없었어요. 너무 좋은 말만 하는 걸까요? (웃음) 그치만 사실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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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질문)



11. 영화는 ‘소문’을 통한 ‘공포의 전이’에 대한 영화입니다. 지금도 전염에 대한 공포 뿐만 아니라 특수집단, 인종 및 성별과 같은 성향, 연예계 이슈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는 소문이나 편견이 돌아다니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혹은 영화 속 학급 학생들의 모습처럼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자 생각을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다면?


-고 : 마음 한 편에 있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을 계속 마주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확신의 정도는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의 수에 비례하지만, 진실성의 정도는 비례관계에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 생각이 옳은 걸까?’라는 섬뜩함이 들 때면, 누가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과연 나 스스로는 나에게 동의하고 있는건지, 답을 알고 있는데 오히려 무너지기 싫어서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계속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삶을 일단 저부터 살고 싶습니다. 그 순간적인 낯섦과 섬뜩함을 무시하게 되면 생각에 먹히게 된다고 생각해요. 지현이 그리고 있는 그림, 그리고 희수가 마지막에 웅크려 있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장면에서 이런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이 : 이성을 잃지 않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죠. 그렇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하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관을 뚜렷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뻔한 대답일까요? (웃음)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잖아요. 당연히 그 주관의 옳고 그름도 중요하겠지만요. 늘 긴장하고 의심해야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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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서로 촬영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로서 협업은 어떠셨나요?


-고 : 제 지배적인 감정은 감사함입니다. 이솔아 배우님은 워낙 단편들부터 광고들까지 경험이 풍부하시다 보니 촬영이 훨씬 매끄럽게 진행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분위기를 잘 리드를 해주셔서 스탭들 긴장도 많이 풀린 것 같고요. 제가 요청해드린 ‘묘한 표정’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도 해석해주시며 직접 캐치해주셨는데, 그 연기도 의도했던 바와 맞아서,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 : 어떤 작품을 하든 아쉬움이 항상 남곤 하는데, 열대도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프리과정도 길지 않아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해 사실 감독님과의 손발이 척척 맞았다고 할 순 없지만, 다행히도 작품의 주제와 감독님이 담고자하는 그림이 뚜렷했고, 추위에 약했던 저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방향을 잘 잡아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림과 동시에 아쉬움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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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촬영 중 기억 남는 에피소드가 각자 있다면?


-이 : 의사 역할의 이우성 배우님과의 씬이였는데, 세팅할 부분이 많아서 굉장히 정신없는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갑자기 학교 경비 아저씨가 오셔서 예정된 촬영시간보다 4~5시간 일찍 끝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사정상 추가 촬영도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다들 엄청난 고민에 빠져서 일명 멘붕 상태에서 촬영이 진행됐는데,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경비아저씨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원래 약속된 시간까지 촬영해서 마칠 수 있었던 기억이 나요. 심장 쫄깃한 순간이었답니다... (웃음)


-고 : 마침 저도 최근 메이킹 필름을 다시 찾아보니, 촬영 초반에는 저부터 배우, 스탭 모두가 생기 있었다가 마지막 날쯤 가면 반쯤 죽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걸 보니 고생해주신 모두한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다시 들더라고요. 특히 영화에서 초반 반 친구들과 운동장 스탠드에서 대화하는 장면 촬영의 경우, 그 추운 겨울 날씨에 오전 10시부터 촬영이 들어갔었는데요. 날씨 때문에 조명팀은 조커로 햇빛을 만들고 있고, 사운드 팀은 멀리서 계속 들려오는 차소리와 까마귀 소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고, 다들 너무 고생 많았었죠. 그 사이 배우들께서는 담요로 몸을 덮고 계셨다가 롤 들어가면 그 추운 춘추복 의상으로 영하 15도의 추위에서 연기에 임하셔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단하셨던 점이, 롤 들어가면 심호흡하시면서 떨림도 멈추면서 어색하지 않게 진짜 같이 연기해주셔서 ‘역시 프로시구나”하는 생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꿈 시퀀스 중 하나인 화장실에서 발진을 발견하는 장면 촬영이었는데, 그 발진을 바디 페인팅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이동하는 차 안에서까지 미리 분장 작업을 해야 하여 미술팀에서도 고생하셨던 기억이었습니다. 확실히 영화에서 ’화실‘이 메인 로케이고, 환각을 위한 각종 소품들을 준비해야 됐다는 점에서 미술팀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늪을 연상시키는 찐득거리는 액체를 표현해야 돼서 매생이를 재료로 썼는데 워낙 비린내가 심했어서 그 이후로 매생이국을 못 먹는다는 멤버도 있었습니다. 한겨울에 맨손으로 매생이로 모양을 내고, 일반 교실을 화실로 꾸미기 위해 각종 소품을 트럭 단위로 준비해줬던 미술팀에게 다시 한 번 너무 고생했고 고맙다는 얘기도 전하고 싶네요. 


-이: 많은 배우들과 함께 하면 생기는 시너지 효과가 있어요. 추우면서도 재미있었어요. 두 번째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꿈 시퀀스 중 하나인 화장실에서 발진을 발견하는 장면 촬영이었는데, 그 발진을 바디 페인팅으로 표현해야 했거든요. 어느 촬영장이든 그렇듯 시간이 빠듯해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분장을 해야 했어요. 미술팀에서 굉장히 고생하셨죠. 궁금해서 함께 그려봤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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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각자에게 영감을 주는 요소나 롤모델이 있다면?


-고 : 개인적으로 미셸 공드리 감독을 좋아합니다. 애초에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나서였습니다. 이미지가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웠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연출이 흥미롭게 다가왔었습니다. (혹시 앞서 말씀하신 현실과 환상 간의 혼돈으로서 주제를 선호하시게 된 것도 이 영화에서부터였나요?) 네, 맞아요. (웃음) 그와 같은 이유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좋아합니다. 이미지도 이미지이지만, ‘과연 이게 진짜일까?’라고 지속적으로 물음을 던지는 플롯이 항상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 저에게 영감을 주는 가장 큰 요소는 저와, 제가 느끼는 것들입니다. 흔히 감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죠.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 제 자신을 시시각각 다양한 면으로 살펴보며 기억하려 노력해요. 무엇보다 솔직한 표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점에서 공효진 배우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 물 흐르는 듯한 솔직함이 눈빛부터 연기에까지 실린 부분이 정말 닮고 싶은 부분인데, 같은 이유로 심달기 배우님을 좋아해요. 최근에는 ’대자보가 붙었다’라는 영화를 인상 깊게 보았구요.




15. 작품이 상영되고 있는 씨네허브 플랫폼에 대한 의견


-고 : 영화를 공부해보고자 아등바등했던 고등학생 당시에는 전공이 아니다보니 어디서 영화를 배워야 하나 고민하다가 씨네허브 사이트를 찾게 되었습니다. 야자 시간에 씨네허브에 올라왔던 단편영화들을 보면서 씬 단위로 대사나 조명을 분석해 봤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그랬던 플랫폼에 저희 작품이 올라갔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합니다. 요즘은 사실 네이버티비 등 여러 플랫폼이 창설되어 비교적 쉽게 단편영화들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씨네허브나 인디스페이스 밖에 없었던 것 같아서 더욱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앞으로도 계속 사이트가 유지되고 번창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 많은 단편영화를 해오면서 씨네허브라는 사이트 이야기를 처음 들었거든요. 고감독님께서 우리 작품이 이 사이트에 게시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검색해보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내용과 국적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어요. 가장 처음에는 다른 감독님들은 씨네허브를 알고 계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 라구요. 아마 모르셨던 것 같아요. 굳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양한 홍보를 통해 많은 분들 역시 이를 알게 되면 좋겠다? (웃음) 유튜브 채널로서든 사이트로서 활성화되든 감독 뿐 아니라 배우 입장에서도 장면 분석 등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이 업로드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16. 차기 계획과 함께 마무리 인사


-고 : 지난 5월 새 단편영화 <몽마>(가제)의 편집을 마쳤고 씨네허브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 출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역시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열대>에서 연기해주신 배우님들과, 무엇보다도 가장 고생한 우리 밤하늘 스탭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한 명 한 명 저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고, 또 어디에서든 빛을 발할 멋진 사람들이라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제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또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작품 계획으로는, 일단 당분간은 직접적인 촬영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쓴 작품들은 플롯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한 번 사람들의 감정을 묘사하고 대사에 집중하는 영화를 새로 써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치열하게 고민해서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 : 현재 ‘한강 수계 관리 위원회’에서 제작하는 웹드라마와 다른 광고 촬영 및 오디션 등 많은 준비를 하고 있구요. 더 많은 작품에서 찾아 뵐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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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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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이근영 07.30 21:34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