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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리뷰와 감독,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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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단편상영작 TOP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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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단편상영작 TOP 12


지난 7월 7일, 10일 전 개막하였던 기다리고 기다렸던 여름의 영화제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BIFAN)’가 그 여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올해에도 기발하고 발칙한 영화들이 장단편으로 상영되 주목을 받았고, 프랑스에서 날아온 영화 <더 룸>이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작품상을 수상하고, 곧 개봉을 준비하며 먼저 선보였던 국내영화 <진범>이 주목 받음과 동시에 관객상을 수상했다. 물론 단편부분에서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단편인 만큼 더 발칙하고 더 실험적이고 더 여운이 남는 영화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여기 내가 올해 영화제에서 찾아보게 된 22편의 단편상영작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최고의 12편을 선정해 순위를 매겨보았다. 물론 이보다 더 좋았을 다른 단편상영작들도 있겠지만, 이들 모두까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비록 개인적인 선정이기도 하지만, 물론 이렇게 선정된 만큼 각양각생의 굉장한 에너지와 완성도, 그리고 똘끼를 지닌 작품인 만큼은 보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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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그것(The Little One)

다닐로 베치코비치 감독/세르비아/2019/14min



<그것>은 좀비 영화이다. 그렇지만 운이 좋은 주인공은 좀비와 절대 만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스마트폰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좀비들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쿨하고 힙한 좀비 영화는 없었다!


-이번 리스트 첫 번째로 오른 세르비아에서 온 단편 <그것>은 사실상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이다. 단순한 걸 넘어 만화적이게 무식하기까지 하다. 아버지가 좀비가 된 엄마와 위험천만한 혈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주인공 아들은 헤드셋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여자친구와 채팅하여 바로 귓가(?)에서 벌어지는 난투극을 눈치 못 챈다. 심지어 여자친구와 채팅하는 대화 내용이 좀비-아포칼립스 사태임에도 말이다. 때론 고개를 돌려 보아도, 하필 때맞춰 아버지와 좀비가 밑으로 숨어들거나 모퉁이 뒤로 시야에서 사라져 아들은 바보같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저 키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일단은 이 황당한 스토리가 재미있긴 하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병맛’ 코드로 부른다면 딱 맞는 영화다! 또한 음악 반주에 맞춰 정신없는 아들과 아버지, 좀비 간의 사투 동선이 댄스 뮤직 비디오처럼 기가 막히게 맞춰져 그 황당무개하게 웃긴 상황을 눈물 없이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그것>에 대해 그 창의성 면에서 만큼은 높게 사고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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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와일드(Wild)

얀 베데이크 감독/네덜란드/2019/12min



남자는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주말 여행을 떠난다. 그림같은 경치와 전원 별장 등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그는 평소와 달리 굉장히 변덕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네덜란드 남부의 아름다운 풍광 속 서서히 감지되는 이상한 불안감을 담아내고 있는 영화.


-급격해진 채식주의 운동과 육식의 자율에 대해 혹은 그로서 대표되는 페미니즘과 기존 남성중심 사회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단편은 그 어쩌면 편견적 상징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직설하기보다는 그 상징성에 딱 맞춘 우화로 그려내고 있다. 반쯤 익힌 날것의 스테이크에 집착하며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가장의 모습과 그에 시달리는 아내와 자녀, 그리고 그런 캠핑장을 덫으로 놓는 사냥꾼들의 모습을 통해 육식과 그의 대표로 문명의 폭력성을 동화 같은 상징적 이야기로 그려낸 점이 인상 깊었다. 더불어 전원적인 시골 캠핑장 풍경과 전통적인 가족상을 표현하는 색감있고 그림같은 촬영도 눈에 들어온다. 그런 이미지들이 마치 그 전통적으로 아름다운 전원성 뒤에 숨겨진 위선을 대놓고 조롱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비록 예상 가능하고 권선징악적인 결말에 부족할 수 있고 자연주의를 여성주의로 육식을 가부장적으로 보는 해석이 진부할 수 있겠지만, 그로서 욕망의 본질을 촌철살인식으로 지적하는 상상력만큼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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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테크놀로지 호수로의 산책(Technology Lake: Meditation on Death and Sex)

브랜든 데일리 감독/미국/2019/9min



이 영화는 최신 기술이 주는 즐거움과 위험의 바다를 항해하는 한 남자와 그의 개를 따라간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끼칠까? 그들과 함께 테크놀로지 호수로의 산책을 떠나보자.


-맨 처음 소개한 <그것>의 경우처럼, 때론 교훈을 주거나 스토리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보다는 단순무식하게 재밌는 이야기가 오히려 효과적이기도 하다. 특히 짧고 강한 인상을 주어야 하는 단편에서라면 더더욱 그런데, 이번 단편이야말로 그렇게 황당하고 헛웃음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눈뗄 없는 재밌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구강성교를 연상시키는 인체-기계 하이브리드 VR에 빠져 코앞의 재난을 눈치 못채는 바보같은 인간과 3D 프린터로 간식 뼈다귀를 제작하다 주인에게 닥친 재앙에 둘 중 선택에서 갈등하는 영리한 강아지 간의 소박한(?) 콩트같은 이번 단편은 <그것>만큼이나 ‘병맛’스런 유머를 선보인다. 감독의 의도대로 서로 대비되는, 아니 정말로 비교되는 강아지와 집사 인간 아이디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유머가 그대로 전달되 단편영화 특유의 농담이란 게 어때야 확실하게 재밌는지 되새기게 해준다. 동시에 그 가벼운 웃음을 넘어 VR을 비롯한 오락 테크놀로지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역시 고찰하는 진지하게 기회를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다방면으로 깜찍한(?) 작품 되시겠다. 개인적으로 연기상을 수상해주고 싶은 영화의 실질적인 히어로인 강아지도 으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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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낮잠(Caw)

라우라 산체스 아코스타 감독/아르헨티나/2019/15min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여름 오후. 시골의 할머니 집을 방문한 말레나는 낮잠을 자지 않으면 무서운 괴물이 잡아갈거라는 말을 무시하고 집 밖으로 빠져 나온다. 지역에 전해내려오는 괴담을 환상적이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잘 담아낸 작품.


-개인적으로 전통적인 공포영화, 특히 <고지라>, <검은 산호초의 괴물>, (존 카펜터 감독의)<괴물> 등 고전 크리쳐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감격을 주는 단편이었다. 멕시코에서 내려지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 점에서부터 고전적인 괴수물, 판타지물에 뿌리를 두려 하는 연출을 보인다. 여기에 원색의 옷을 입은 아이들, 전설을 들려주는 할머니, 배경이 되는 오두막, 그리고 전설 속의 괴물... 이 모든까지 하여 이번 단편은 더운 여름날에 듣는 한 편의 괴담같은 단편이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명암이 짙어져 고딕스러워지는 영상과 음산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곧 그로테스크한 전설 속의 마녀가 등장한다. 그것도 CG가 아닌 사람이 탈을 쓴 실물 특수효과다! 여러 라틴 아메리카 설화 속 괴수들의 이미지와 해당 마녀의 비둘기 같은 얼굴, 여성의 육체를 섞으며 여러 디자인을 거친 뒤 의상과 원격조종 탈을 배우가 써 찍어낸, CG는 절대 못이기는 실사의 매혹은 강력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막 드러내거나 마구잡이로 튀어나와 놀래티지 않고, 히치콕이나 <죠스>가 그랬던 것처럼, 일부분과 같이 짧게 등장시켜가며 관객의 집중을 유도하다 절정에서 본 모습을 드러내는 점진적인 연출 역시 보였다. 최근 헐리우드 괴수영화나 괴물이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들이 철저히 CG에 의존하며 시각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는 현황을 상기하자만, 단편임에도 실사로 괴수와 환타지세계 펼쳐 놓은 라우라 산체스 아코스타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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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도시인(Ipdentical)

마르코 후타르츠 감독/스페인/2018/9min 



안나는 지적재산권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이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보고 비슷한 것을 느끼는 세상에 질려버린 안나는 어릴 때 들었던 추억의 음악을 찾아나서기로 결심한다. 획일화 되어가는 사회에 대한 리드미컬한 단상.


-전설적인 풍자 코미디 감독 자끄 따띠(Jacques Tati)의 <플레이타임>을 연상시키는 오프닝에서부터 철저히 그의 도심에 대한 인상을 그대로 따라가는 차갑고 기계적인 미쟝센이 인상적이면서 현재를 연상시켜 썸뜩했던 단편. <플레이 타임>이 그랬던 것처럼 무채색 톤에다 똑같이 규격적인 도시 건축 디자인, 모두 똑같은 디자인의 상점 상품들, 심지어 공공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도 편하기 보단 신경을 거스르는 반복적인 기계음의 반주가 언제 어디서든 흘러나온다. 당연히 이런 사회에서 주인공도 관객만큼 신물을 느낀다. 그래서 어린시절 표현이 자유로웠던 시절에 아버지가 틀어주던 밝은 발라드 음악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새로 품을 희망 혹은 영원한 절망으로 갈라설 클라이막스가 기다린다. 지적재산권의 부재로 창작을 포기하고 안전한 획일화로 일관해 오히려 파시즘화 된 가상 사회를 통하여 저작권과 중요성과 그 부재의 위험성을 고찰하는 이번 단편은 비록 그 극적인 대비효과로 인해 도덕 교과서 같은 훈계적인 한계가 있지만, 작은 제작규모의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자끄 따띠의 모더니즘 미쟝센에 맞춰 <플레이타임>부터 <브라질>, <가타카>, 그리고 <이퀄리브리엄>까지의 파시즘적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사실적으로 구축해 낸 이미지만큼은 놀라운 작품이었다. 미적 탐구와 철학을 함께 잡으려는 동시에 드라마적 재미도 함께 주려는 실험성이 정성어린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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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티무 니키/핀란드/2019/15min



칼레르보는 평생 남에게 목소리 한번 제대로 못 내본 소심남이지만 그를 사랑하는 아누카가 그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면서 칼레르보는 변화한다. 작년 장편 <동물안락사>로 부천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렸던 티무 니키 감독이 만든 단편으로, 올해 칸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용수철도 누르면 튀어 오르기 마련이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기 마련. 특히나 그게 자신의 욕구가 철처히 억압되어 왔던 이라면 더더욱 심각해진다. 사실 이런 플롯은 <싸이코>, <떼레즈 라깡> 등에서 자주 인용되어 오긴 했지만, 이번 단편은 그림 동화책 같은 상징적이며 서정적인 영상과 함께 주연 배우 라우리 마이얄라(Lauri Maijala)의 열연으로 의외의 ‘깜찍한 끔찍함’(?)을 전한다. 평온을 즐기는 내성적인 성격의 주인공 칼레르보는 어느 날 자신이 짝사랑하고 또 자신을 걱정해주는 직장동료 여자로부터 신의 능력을 부여된 팔찌를 선물 받는다. 마침 항상 자기 앞마당에다 강아지 변을 놔두는 이웃집 남자부터 내성적인 자신을 놀리는 직장 동료들, 심지어 아내까지 그 못된 이웃집 남자와 바람이 나자 참을성이 한계까지 오른 칼레르보는 그 ‘마법의 팔찌’의 효력을 확인하자 본색을 드러낸다. 그 과정은 섬뜩하기도 하면서 또 허탈한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전작 장편영화 <동물 안락사>(Armomurhaaja, 2017)로 도덕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주목받은 티무 니키 감독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선악경계가 무너진 도시사회와 그 안에서의 도시인의 잠재된 폭력성을 블랙유머적 터치로 그려 전달한다. 여기에 “남들을 방해하지 않으며 산다.”는 새들의 이미지를 계속 강조시키며 과연 주인공(과 같은 도시인들)이 꿈꾼다는 평온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유도한다. 물론 무엇보다도 GV에서 보여준 실제의 성격과 달리 꾹꾹 눌려져 불쌍해지다 공포스러워지는 주인공을 연기한 라우리 마이얄라이가 압권이라면 압권일 것이다.(사실 순박한 인상과도 달리 농담과 거친 입담을 즐기는 털털한 성격도 반전이라면 반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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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디테인먼트(Detainment)

빈센트 램 감독/아일랜드/2018/30min 



한눈에도 앳되어보이는 두 10세 소년이 유아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금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디테인먼트>는 30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을 아이들의 인터뷰와 플래시백으로 구성한 대담한 작품이다. 2019 아카데미 단편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그 연출력을 인정받은 작품.


-마치 우리나라 TV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상시키는 이번 단편은 두 가지의 충격을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첫째로 아직 어린 두 소년들이 묻지마 식으로 유아기 남자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이야기가 그저 영화가 아닌 실화라는 점이 첫 번째고, 각자 다른 경찰서에서 서로 교차되 전개되는 사건의 진술 이야기로 숨겨진 이야기의 진황이 드러나는게 그 두 번째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인상이 순수해 보여 오히려 사건이 그저 사고였거나 다른 험한 소년에게 강요당했을 거란 믿음이 갖다가 한 순간에 붕괴되는 경험을 받는다. 여기에 결국 구체적인 동기부터 어린 아이의 사망원인이 아직 미스터리로 남았다는 점도 세번째 충격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도가니>, <1987>, <허스토리> 등 암울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이 영화들이 저질렀던 것처럼 실화의 끔찍함을 직설적으로 보고 듣게 하거나 감정적으로 극적이게 전개하는 바람에 관객을 괴롭게 하는 문제적인 실수들을 자주 보여 그 어려움으로 대두되곤 하는데, 이번 단편 <디테인먼트>는 그 끔찍함을 보여주고 들려주는데 있어서 철저히 봉쇄하고 극적 전개도 계단을 올라가듯 차분히 단계적으로 전개한다. 감독이 ‘절제’를 미덕 삼아 연출해 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 들면서도 오히려 그렇게 절제해 나갔기에 결국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또 피의자 소년들의 내면 역시 명확히 알 수 없어 비극성이 더 절절히 다가올 수 있었다. 아카데미 단편영화 후보에 올랐다는 그 가치가 충분한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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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위대한 60일(The Great 60 Days)

김태우 감독/대한민국/2018/9min



김탐구 박사는 뇌세포를 획기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여 초파리에게 실험을 한다. 마침내 한 마리의 초파리가 말문을 튼다! 이후 60일이라는 수명의 시간이 거의 다한 시점에서 우리는 초파리의 위대한 업적을 박사의 인터뷰를 통해 듣게 되는데…


-아이디어는 웃음이 나오게 황당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나오는 웃음은 그 황당함에 대한 헛웃음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바로 연상됨으로서 나오는 해학의 웃음일 것이다. 혹은 그를 통해서 우리 현실에 대한 비판을 느끼는 ‘자기 비하적’ 혹은 ‘안타까움’의 웃음에 더 가까울 것이다. (영화보다 더 황당하게도)실제 초파리의 유전자와 인간의 유전자가 60% 이상 유사하다는 발견에서 착안된 이 영화는, 비록 초라하고 천한 벌레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영리하고 훌륭한 언변으로 세계 유명인사들과 조회하고 그를 통해 만민의 정신적 멘토가 되며 심지어 우리의 꿈인 한반도 평화부터 세계평화까지 결실해낸 간디나 김구, 달라이 라마 급의 ‘위충(偉虫)’(?)으로 거듭난 실험체 초파리가 60일 간의 어쩔 수 없는 그다운 수명을 다해 임종을 맞기까지를 위인전이나 다큐처럼 태연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그를 창조한 과학자부터 언론, 모여든 시민들부터 심지어 각국 지도자들까지 추모의 슬픔을 나눈다. 이 웃지 못할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간의 우리 꿈꿔왔던 이상향을 보지만 그 어느 ‘인간’도 실현해내지 못한 이상향이라는 점에서 황당함과 함께, 그보다는 우리가 꿈꾸던 이상을 정작 인류가 해내기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웃음이 뿜어져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그 풍경이 최근 국내 역사적 인물들을 잃고 추모하며 안타까워 하는 우리 현실의 모습을 연상시켜 더더욱 희비의 쓴웃음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희망(?)을 보여주는 듯한 엔딩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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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투게더(Together)

라이언 옥센버그 감독/미국/2019/19min



숨을 거둔 이가 남긴 혈흔 자국을 수습하는 특수청소업체가 있다. 사람이 죽어야 생계가 이어지는 이 곳에 독특한 기호를 가진 한 남자가 채용되며 그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호러영화의 전통을 차분하고 현실적인 시각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배우들의 감성적인 연기가 따뜻한 온기를 더하는 작품이다.


-많이 잘 알려져 있다시피, 때론 단편으로 찍은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훌륭한 장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쏘우>, <디스트릭트9>, <위플래시>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리고 이번 <투게더>도 똑같이 장편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자살한 충격으로 죽음을 청소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줄리아는 살인 및 자살 현장의 혈흔과 시신 조직을 청소하는 사업을 한다. 그러나 이 힘든 일을 당연히 혼자 하기 어려운 만큼 직원을 채용하기로 하고 클레이톤라는 남자가 급하게 자원하면서 위기를 넘긴다. 그렇게 한 여인이 남편을 살해하고 자살한 가정집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두 캐릭터 간의 드라마가 전개된다. 자살한 아내가 자녀에게 남긴 냉혹한 유서를 읽어보고 자녀가 충격 받을까봐 걱정되던 줄리아는 유서를 새로 바꿔 써서 희망을 주려하고, 이전에 괴한에게 습격 받아 생체가 변하기 시작하던 클레이톤은 핏자국들과 시신 조직들을 주워 먹기 시작하며 빠르게 청소를 끝내 줄리아의 환심을 산다. 충격적이고 황당하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서로에게 딱 맞아 보이는 파트너쉽. 서로 상반되어 보이지만 서로에게 필요할 기이한 두 캐릭터 드라마가 깔끔히 연출된 작품이었다. 죽음 청소부 버전의 버디물, <워킹데드>와 <E.T>가 만난 듯한 이 단편을 보고 나면 과연 이 파트너쉽이 어떻게 이어질 지가 궁금해지고 기대되게 만든다.(더불어 클레이톤을 식인으로 만든 괴한에 대한 정체도.) 그만큼 호감 가는 캐릭터들과 죽음에 대한 두 인물 성향 간의 아이러니가 톱니바퀴처럼 맞춰진 같은 작품이었다. 꼭 장편화 혹은 TV 시리즈화 되길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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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미래인간의 마지막 날(Last Days of the Man of Tomorrow)

파디 바키 감독/레바논/2017/30min



이 영화는 프랑스가 레바논에 선물한 로봇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공개되었을 때 대중들에게 경이감과 희망을 주었던 그는 이제 낡고 잊혀진 고철인간이 되어버렸다. 영원히 죽지 않는 '미래 인간'에게 마지막 날이 올 것인가? 로봇인간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이 기발한 페이크다큐 단편영화는 전통적인 스팀펑크(Steam-Punk) SF장르를 적극 인용해 재미를 주는 동시에 자국 레바논의 현대사를 되짚어 가 씁쓸함도 주는 작품이었다. 과거 레바논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시기, 새로운 20세기를 맞아 프랑스 정부가 레바논 식민 정부에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인공지능 인조인간 즉 ‘신인간’을 선물해준다. 당연 그의 등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 혹 창조주에 대한 거역으로서 논쟁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신인간은 각종 레바논 주요 행사에 참석하며 정치적, 사회적 대표자들과 조우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생기고 욕구도 생겨 명성을 얻고자 연예계에 뛰어들며 쾌락마저 쫓는다. 그런 그는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 젊은 세대 영화감독은 겨우 스스로를 부지하는 그를 찾아 취재한다. 그 과정에서 (페이크)다큐멘터리답게 숨은 이야기를 파헤치며 순간 익사이팅하다가 인터뷰 당사자가 격분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달콤쌉싸름하다(Bittersweet)는 표현이 딱 어울릴 것이다. 당연히 영화는 가짜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보고 넘어갈 수 없는 게, 이 가상의 신인간이 겪은 굴곡들이 실제 레바논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기부터 경제적 부흥기, 내전에 이르기까지 신인간과 그가 재회하고자 하는 기술자는 함께 울고 웃고 곤혹을 치르기까지 한다. <기생충>만큼 웃지못할 이 희비극 스팀펑크+역사드라마를 보다 보면, 아무리 전지전능한 첨단 인공지능 로봇이라도 역사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감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감독이 과거 역사에 대해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역사에 대해 우리에게 던지는 충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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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구의역 3번 출구(Guui Station Exit no.3)

김창민 감독/대한민국/2019/27min



선희와 승구는 6개월간의 조정 기간을 끝으로 법적으로 남이 되려 한다. 재판이 있는 날, 그들은 구의역 3번 출구 앞에서 재회하게 되고 거리를 헤매며 서로의 감정을 재확인 하려 한다.


-2010년대 들어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죽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각박하게 극단화 된 현실을 반영하여 자극적인 스릴러나 액션물의 유행하는 대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나 낭만주의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받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그런 현실에 맞추지 않고 옛 것의 코드를 우려먹다 공감을 잡지 못하는 안이함도 문제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등장한 이번 단편 <구의역 3번 출구>는 그 불안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현시대와 맞추는 방식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시작에서는 평범한 커플처럼 만났으나 사실 결혼했던 관계고, 마침 오늘 합의이혼 신고를 마쳐 낸 남녀의 술주정 소동(?)을 그린 이 작품은 전혀 달콤하지도 낭만적이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취기만큼 찌질하고 안쓰러워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사랑스럽다! 밉상에 철없어 서로 일상에 도움 안되고 술 마시면 더욱 최악이지만, 각자만의 장점이 있어 결코 미워할 수가 없고 끝내 이혼하고 헤어지고 나서야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에게도 객관적이게 되 다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이 설득력 있고 자연스럽게 전개되 관객들의 감각을 사로잡는다. 흡사 홍상수나 초기 이언희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이 '현실적인' 주정 연애담(?)은 영화계에게 새로 가져야 할 로맨틱 코미디 장르 패러다임의 충분한 모델이 되어 주고, 보는 관객에게도 상대방을 돌아봐 줄 교훈 역시 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촉방 받는 두 배우 오동민과 김예은(특히 최근 <항거>, <물비늘>로 주목받는 김예은의 신경질적이면서도 인간미 있는 연기가 훌륭했다.)의 불꽃 튈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리는 케미 역시 보는 재미를 더 해 앞으로 메이저에서도 보여줄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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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행운의 상자(Other Side of the Box)

칼렙 필립스 감독/미국/2018/15min



행복한 한 커플이 옛 친구에게 어떤 상자를 받으면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바닥이 없는 이 미스터리한 상자는 커플에게 생각치도 못한 놀라움을 선사하는데... 화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설정이 긴박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


-또하나의 단순하고 황당한 아이디어로 만든 단편이나, 지금까지 소개된 그 어떠한 단편도 이만큼 집중도 높고 숨막힐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의 연출을 보여주지 못했다. 처음에는 불안한 삼각관계의 로맨스(혹은 치정극)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아예 밑바닥이 없는 무한 공간의 상자가 난데없이 등장하더니 영화는 주인공들의 생사가 걸린 호러로 돌변한다. 그 과정은 깜짝스런 음향효과도 잔인한 영상도 없다. 오직 앞을 알 수 없는 초자연적 상황 속에서 느끼는 공포감 그 자체이다. 흡사 <샤이닝>이나 <링>, <블레어 윗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연상시키는 알 수 없는 존재와 상황에 대한 공포감을 계속 자극시키면서 관객마저 주인공들이 느끼는 앞을 모르는 두려움에 그대로 던져 놓는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사건의 단서를 쥔 상자를 준 친구를 찾고자 도박과 같은 시도를 하고 숨 막히는 충격적 결말에 다다른다. 여러 공포물에 단련된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이번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는 한 순간도 숨을 쉴 수가 없이 두려움에 눈귀를 막았다. 비록 기본 아이디어는 유치하다 싶을 만큼 황당한데도, 그런 소박한 아이디어에다 호기심과 불안, 긴장과 유머를 최상의 비율로 섞어내며 어떻게 저리 극도로 심장 떨리는 15분을 만들어 냈는지 그 재주가 궁금하기까지 할 따름이다. 강렬한 긴장감의 공포물을 만들고 싶지만 제작비가 없다고 불평하는 감독 지망생들에게 크나 큰 교훈을 줄 수 있는 작품이자, 오랜만에 보는 가장 완성도 높은 단편영화이자,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공포였다 평하고 싶다.


사진 및 시놉시스 출처 :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사이트( http://www.bifan.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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