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지기(2013), 죽음을 위한 세레나데를 보내는 영원한 안식의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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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지기(2013), 죽음을 위한 세레나데를 보내는 영원한 안식의 안내자

감독
오민영 (Min-Young Oh)
배우
시놉시스
삶과는 너무 멀리 죽음과는 너무 가까이 무덤지기는 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숲 저편에서 들려오는 연주만이 무덤지기의 외로움을 달랜다. 그녀를 위한 세레나데를 보내는 영원한 안식의 안내자. 그들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
리뷰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죽음을 위한 세레나데를 보내는 영원한 안식의 안내자 소통할 수 없는 외로움, 친숙한 동화, 설렘, 순수한 감성적 사랑

삶과는 너무 멀리 죽음과는 너무 가까이, 한 소녀는 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숲 저편에서 들려오는 죽음의 저승사자의 해금 연주만이 무덤 지기의 외로움을 달랜다. 이 영화는 그녀를 위한 세레나데를 보내는 영원한 안식의 안내자. 죽지 못하고 깨어난 자와의 애달픈 사랑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는 사회와의 소통을 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슬픈 감정을 가진 외로운 소녀의 이야기다.

 

그녀의 하루는 또 누군가의 종을 치면서 영화는 그렇게 잔잔하게 시작된다. 종이 울린다는 것은 죽은 이가 도착했다는 소리. 그녀는 그를 위해 무덤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저녁을 기다린다. 날이 어두워지면 저승사자가 해금을 켜며 죽은 자의 혼을 데려가고자 무덤을 찾아온다. 그녀는 하얀 상복을 입고 향을 피우며 그를 맞이한다. 또 종이 울리면 시체를 거두러 가는 그녀에게 어느 날 죽은 이의 무덤을 만들어 주던 중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녀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다 깜짝 놀란다. 죽은 줄 알았던 이에게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그의 심장 소리를 듣고 가슴 설레한다. 그의 심장 소리는 그녀의 차가운 심장에 뜨거운 불씨를 지핀다. 그를 살리기로 마음먹은 그녀 덕분에 그는 죽어가던 목숨을 부여잡고 일어서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해금을 연주하며 저승사자가 찾아온다. 훔쳐 간 영혼을 무덤 지기에게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찾아오는 것이 그의 일. 이 해금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할 사람이 듣고 만다. 바로 무덤 지기가 살린 그 사내다. 그녀 덕에 살아난 그는 어느 날 밤 그녀가 사라지자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찾은 그녀는 충격적이었다. 무덤 지기의 복장을 하고 저승사자를 맞이하던 것이다. 이에 그는 황급히 그녀에게서 도망친다. 이렇게 그녀는 사회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통과 함께 외로움을 다시 맞이한다. 그리고 그녀는 저승사자에게 향한다. 그의 해금 소리는 그녀를 보는 순간 멈추고 그녀는 그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의 가면을 벗기며 미소를 띤다. 그렇게 그 둘은 사라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죽은 영혼을 데려가는 저승사자의 해금 연주는 죽은 영혼을 찾으러 왔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너무나 아름답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소녀가 하루 중 유일하게 저승사자와 소통하는 순간 때문일지 모른다. 새롭지만 친숙한 동화, 감성적이며 되짚어 볼 만한 이야기 그리고 관객에게 흥미를 끌어낼 애니메이션. 즉 인형을 통해 스토리 진행에 중요한 요소인 무덤 지기의 캐릭터의 감정을 잘 표현한다.

인형을 이용한 스톱모션이야말로 감독이 만들고 싶어 한 전통적인 스타일의 동화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저승사자를 보며 애틋한 미소를 띠는 장면이 선명하다. 무덤 지기 소녀의 설렘과 순수성이 그대로 녹아들고 그녀의 미소를 생각하며 지금까지의, 현재의, 미래의 사랑을 빠져들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영화는 인형들의 표정과 해금 연주 소리를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사운드와 영상 장치와 더불어 미장센과 서사구조가 잘 어우러진 형태로 영화의 감정을 우리에게 감성적,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많은데, 인형의 표정과 미장센 외에는 내러티브 요소가 별로 없어 무덤지기의 과거의 내용과 그 남자, 저승사자와 관계 의미 파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불친절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분명한 것이 있다. 인간의 고립과 사랑에 대해 말함과 동시에, 감히 누가 영화를 보더라도 쉽사리 생각을 마무리 지을 수 없게끔 만든다. 정갈한 화면, 인형의 섬세한 몸 놀림을 어찌 이리 잘 만들었을까? 상당히 세밀하고 구슬픈 음악에 이끌린 건 무덤 지기만 만은 아니었으리라. 구 슬픈 음악에 눈물 흘리던 무덤 지기의 감정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인형의 작은 동작들 까지도 집중해서, 대화는 없지만, 행동 만으로도 이런 표현을 해낸다는 게 수작임이 틀림없다.

 

고독과 사랑은 항상 공존한다. 그녀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심장을 가지고 노는 듯한 애틋한 사랑과 세상에 다시 모든 게 없어진 듯한 고독감이 그녀를 혼란케 했다. 이것은 그녀에게만 적용되는 특이한 사랑이 아니다. 사랑해본 모든 이들이 공감 가능한 사랑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사랑을 아는 이들의 심장에 날카로운 칼을 꽂는 것처럼 가슴 아프고 애절하게 다가온다.

시대를 초월한 영화. 국적과 배경을 넘어 많은 사람이 보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오래되었지만 다시 한번 봐도 행복할 이 영화 정주행을 추천해 드립니다.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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