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실 Moon, Thread (2018), 미궁에 빠진 아리아드네의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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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실 Moon, Thread (2018), 미궁에 빠진 아리아드네의 실

감독
정섬/이도 (CHUNG Sum / LEE Doh)
배우
김아이린(민희역), 문진웅(할아버지역)
시놉시스
인적이 드문 산속. 이곳에서 민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남겨 둔 외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1년 전, 민희를 버려두고 홀로 떠난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민희는 항상 엄마가 그립다. 그 그리움이 깊어갈수록 민희는 점점 더 우울해져가고......
리뷰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미궁에 빠진 아리아드네의 실 냉소적, 절망적인, 눈부시게 찬란한, 어른들에게 무서운 경고하는 현실 잔혹 슬픈 동화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화들은 싫은 잔혹하고 성적인 테마가 가득한 이야기에서 윤색되고 수정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알려진다. 

우리 인생 역시 한 편의 잔혹 동화 같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말은 안 믿는다. 그게 꼭 감옥에 갇힌 죄수가 겨울이 지나면 풀려날 거냐고 믿었다가 그리 안 되면 더욱 낙심하는 거와 비슷한 거 같다. 그래서 그냥 지금을 지낸다. 지금 힘들고 서럽고 답답해도 최대한 그러려니 하며 지낸다. 나보다 더 힘들고 더 고통받는 이들이 많을 거로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열린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 때로는 더 안 풀리고 더 힘들다. 그래도 어쩔 것이냐. 오늘 하루를 묵묵히 지낸다. 오늘을 잘 지내고 나면 내일이 오니, 내일을 잘 맞이하기 위해 오늘을 지낸다. 매일 시달리고 학대받는다는 느낌에 괴로울 때가 많다. 어쩔 것이냐. 묵묵히 받아들여야지. 포기하지 않는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힘든 이들이 너무 많다. 이 영화는 엄마에게 버려진 한 아이가 엄마가 올 걸 기다리며 하루하루 보내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다.

 

영화는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한 아이의 태아에 있는 듯한 웅크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시작한다. 곳에서 민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남겨 둔 외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1년 전, 어린 민희를 버려두고 홀로 떠난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의자에 앉은 채 죽은 할아버지는 어린 민희에게 보름달이 뜨면 엄마가 온다는 희망을 말해주고, 민희는 그림을 그리면서 빨리 달이 뜨기를 기다린다, 어린 민희에게 엄마가 그리운 것은 당연하다. 그 그리움이 깊어갈수록 어린 민희는 점점 더 깊은 상실감에 빠져든다. 보름달이 떠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민희는 결국 혼자 엄마를 찾아서 세상 밖으로 길을 떠난다. 혹시나 길을 잃을까 싶어 할아버지가 말한 아리아드네의 실전설처럼 실을 풀어나간다. 과연 민희는 자신의 소망대로 엄마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리아드네의 실은 아주 복잡하게 엉킨 실을 푸는 실마리로 어려운 문제를 푸는 열쇠를 의미한다. 자기를 버린 엄마를 찾을 수 있다는, 자기는 미궁에 갇혀 실을 따라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게 만든다. 실제로 미궁에서 벗어난 인물은 한 한 명밖에 없는 게 신화의 이야기다.


영화는 알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 속에 말 못 하는 한 어린 소녀의 그리움과 슬픔이 녹아나 있다. 엄마를 기다리는 소녀에게 죽음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 영화는 스토리텔링 하기보다, 마음에 그려보고 싶은, 어떤 정서에 고안한 미장센과 음악이 잘 어우러진 단편 동화 같은 이야기다. 어둠과 불안의 기운을 품고 있는 세계 속에 고립된 한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해 달이 뜨면 엄마가 올 거라는, 헛된 믿음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상실감과 그래도 엄마가 왔으면 하는, 지푸라기 잡고 싶은 그리움을 보여주며 우리의 맘에 커다란 돌을 얹어 놓는다.

 

이 영화는 미세하고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겉보기에 화려하게 해서 우리가 아는 친숙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입맛을 만족시키는 특별한 한 끼 식사와 같다. 요리의 달인인 주방장이 해준 특별요리처럼, 그 맛은 보는 이들에 따라 각각 다르다.

 

영화는 장면 장면 꽤 극적이고 긴장감을 안겨주는 에피소드가 여럿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해당 장면에서 보이는 묵직한 공기, 엄마에게 버림받은 소녀가 느끼는 그 나이대 특유의 감정과 누군가를 잃고 경험하게 되는 외로운 상실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영화는 자체가 다양하고 화려한 빛깔을 보여주며, 그 안에 응집된 감정의 색깔은 꽤 다채롭고 이색적이다. 그 소녀가 가지는 그리운 외로움에 대한 두려운 상실에 대한 감정들은 아무렇게나 섞이지 않고 함께 결을 이루며 고요히 흘러가서 옆집에 있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보듬어주고 싶은 심정이 생긴다.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그 옛날의 우리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만큼 영화는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 데는 확실하지만, 음악과 미장센의 스토리가 없이 감정을 전부 이입하기에는 12분이 되는 단편으로는 감정 몰입에 문제가 있다. 미장센이 좋고, 음악이 좋더라도 스토리가 없이는 확실하게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아이의 연기가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런데도 애써 공감하려 하지 않아도 보는 내내 모르게 공감이 가고 그 소녀의 안타까움 순간이 떠오르는 마법처럼 가슴을 때리고, 훌쩍 성장한 것처럼 소녀의 그 토해내듯 한 울음 속에 절로 보는 우리까지 몽글거린다.

 

어린 소녀의 목마름, 자기 버리고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며 붉은 실을 넋 나간 모습으로 들고 걷는 연기는 더욱 우리 가슴에 끝까지 기억에 남을, 다양한 해외 우수 영화제를 통해 굉장한 사랑을 받을 만한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거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특정한 타깃이나 취향을 두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이 무엇인가? 아이에게 엄마는 무엇인가? 라는 인류 보편적인 이야기를 관람객에 따라 과거, 현재, 미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의 정주행을 추천해 드립니다.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영화감상
https://bit.ly/3sbWy6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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