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죽기로 결심했다, #Precut_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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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 죽기로 결심했다, #Precut_girl

감독
에릭 딩키안 (Eric Dinkian)
배우
Alexandre Leycuras, Karin Shibata
시놉시스
자살 중독에 빠진 일본인 여성은 자신이 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쓰레기장에서 필연적으로 소생한다. 그런 다음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의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반복 적으로 자살하여 죽음에 이르는 순간을 탐구하는데...
리뷰

오늘 난 죽기로 결심했다, 죽어야 사는 #Precut_girl

어둑한 방 구석에서 맞이하는 매일이 형벌 같을 때,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나를 용납할 수 없을 때, 더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 어떤 사람은 스스로 죽기를 선택한다. 목숨을 끊는 것에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저 의미를 잃어버린 삶보다 미지의 죽음이 아늑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 어느 때가 왔을 뿐.  


영화의 주인공 나미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한 번도 행복 하질 못해서, 이민으로 일본을 떠나온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삶이 지긋 해진 어느 날 달려오는 지하철에 몸을 내던진다. 어쩌면 깔끔하게 끝났을 나미의 생, 집 근처 쓰레기 하치장에서 다시 눈을 뜨면서 묘하게 뒤틀린다.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로 그녀를 단단히 포장하고 있는 비닐을 찢고 첫 숨을 내뱉는 순간, 나미는 다시 태어난다.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어서 일까, 이 세상 모든 이들이 저마다 삶의 이유나 목표 찾기에 중독되는 것처럼 다시 태어난 나미는 살아야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쾌락에 중독된다. 칼로 스스로를 찔러 죽음에 이르는 찰나, 찾아오는 오르가즘에 하루하루 버텨가지만 짜릿한 감각이 언제나 그렇듯 쉬이 무료해진다. 



이제 나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죽고 싶은데 죽을 수 없고, 죽지 못해 찾아오는 허망한 좌절을 버티며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쾌락마저 그 힘을 잃은 상황에서 가장 쉬운 선택은 무엇일까. 혼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폭발할 때 당신이 누굴 먼저 탓하게 되는지 생각하면 쉽다. 


물론 가족, 가족이 없다면 가장 가까운 연인이나 친구. 본디 이기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 만을 탓해서는 해소할 수 없는 것들일수록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을 탓하며 그 감정 상태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나미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는 무작정 거리로 나가 끌리는 맥스를 택하고는 그와 친구가 되었다가 곧 연인의 관계로 진입한다. 


이쯤에서 우리가 기대하게 되는 건 사랑으로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게 되는 나미나 해피엔딩 정도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아서" 더 흥미롭다. 맥스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미의 목표는 하나 여 서다. 말랑말랑한 감정의 교류보다 더 강렬한 쾌락을 찾는 나미는 맥스와 처음 만난 날 그의 앞에 칼을 내민다. 



"나를 찔러!" 


원나잇을 기대했던 맥스는 도망치려 하지만, '잠겨버린 방문'이라는 덫에 걸려 옴싹달싹하지 못한다. '칼에 찔려 죽어야만 하는 여자와 칼로 그녀를 죽여야만 하는 남자'라는  이해 불가한 관계가 세팅 되고, 둘의 관계가 삐걱대며 이어질수록 우리는 집중하며 기대하게 된다. '또, 다음이 있을까', '진짜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은 올까'로 생각을 이어가며 둘 사이의 무언가를 갈구하게 되는 거다. 


이는 나미에게도 마찬가지다. 영화 말미 그녀는 맥스에게 "What do you see?"라고 반복해서 물으며 그도 그녀와 같은 것을 보는지,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지 대답을 갈구하는데 단순히 죽음에의 쾌락을 느끼게 해줄 엑스트라로만 생각했던 맥스가 그녀 안에서 더 큰 존재가 되었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을 터. 처음에는 이해할 수도, 알고 싶지도 않던 나미가 서서히 우리 안으로 파고들어 종국에는 마음마저 요동치게 하지만, 직접 보기 전까지는 짐작할 수조차 없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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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해 사는 여자, 매일매일 찰나의 쾌락만 찾는 여자라는 단순한 표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나미. 마지막까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해도, 그녀를 이해하며 펑펑 울어도, 이유를 알 수 없이 코끝이 찡해도 좋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이 바로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리 생각하게 되지만 묘하게 울리는 감정의 파동 만은 살아 있다는 거니까요. 재생 버튼은 가볍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영화감상
https://bit.ly/3ctmY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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