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턴스, Distance (2012) , 삶과 죽음, 빛과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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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턴스, Distance (2012) , 삶과 죽음, 빛과 어둠

감독
야노 유겐스 (Janno Jürgens)
배우
Indrek Ojari, Väino Laes
시놉시스
안개가 자욱한 바다에서 외로운 배 한척이 표류한다. 안개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배의 모터가 고장 나 있고 시야도 보이지 않는 보트에 앉아 있는 두 남자 사이의 관계만큼 선명하다. 그들이 안개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리뷰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삶과 죽음, 빛과 어둠, 비일상적인 경계를 보고 길 잃은 마음들이 다시 이어지는 한 편의 소설 같은 영화

안개가 자욱한 바다에서 외로운 배 한 척이 표류 한다. 안개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배의 모터가 고장 나 있고 시야도 보이지 않는 보트에 앉아 있는 두 남자 사이의 관계만큼 선명하다. 그들이 안개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경계에 대한 감독의 경험에서 시작한다.

영화 시작부터 아버지와 아들은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왜 웃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고 아들은 아버지가 왜 울고 있는지 이상한 상황에서 2012년에 발트 영화 미디어 학교를 영화 연출을 전공으로 졸업하고. 2012Locarno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그의 첫 번째 단편영화인 이 작품에서 감독은 타인과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지 못함에 따라 아들의 말을 믿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 없는 혼자만의 세계인 절망 또는 욕망 속에 갇혀있는 차갑고 절제 된 흑백 화면 구성과 도그마적 자연스러운 편집, 웅장한 사운드는 소통을 위해 뜨겁게 분투하는 부자의 모습과 날카로운 대비를 이룬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에는 공통으로 어떠한 상실감과, 그로 인해 쓸쓸함이 묻어있다. 때로는 우리는 그들이 겪은 상실에 대해 동조도 하고, 동요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연민으로 인한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이는 바다에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들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며 조금씩 변하는 부자의 미묘한 표정, 말투, 반응에서 드러난다. 영화의 끝에서 아버지는 마음속 깊게 자리한 상실감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같은 공간 속 대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된다. 예를 들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인물의 발걸음, 몸짓, 말투, 표정, 눈빛에는 저마다 '서사'가 담겨있다. 심지어 소품에도 담겨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어둠 속에서 담뱃불이 타닥타닥 타 들어 가는 소리가 있는데, 주변 배경이 조용한 가운데 타닥거리는 소리가 유독 더 크게 들린다. 아버지와 아들의 자연스럽게 두 인물 간의 심리에 녹아들어 티키타카가 이어질 수 있도록 유연함을 더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상실감에 관한 이야기, 죽음에 대한 묘사가 영화의 전반에서 겉돌고 있으며 빛 본다는 어둠이 더 많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마냥 쓸쓸하거나 슬퍼 보이지 만은 않다.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흐름만큼 덤덤하고 가끔 편안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어둠 속에서 부자가 나누는 대화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분명 슬프고 쓸쓸한 이야기를 하지만, 빛이 소멸하고 잠겨오는 어둠에서 왠지 모를 고요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이때,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죽음''어둠'으로부터 아이러니하게도 '''' 과같이 양면을 띄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들이 겪은 '상실감'은 과거에 겪은 일인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다시 이어지고 현재를 살아가는 이야기가 되었다. 한데 모아보면 부자가 느끼는 감정과 여러 인물의 상실감을 통과하며 스스로 변해가는 감정 자체가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 깊숙이 자리한 마음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마음들. 영화는 비록 그 마음이 보이지 않더라도, 일단 어둠을 들여다보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여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마음의 경계를 느껴봐도 좋다고 말해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 속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그리고 양면을 띠는 것들은 동시에 서로를 담고 있다. 낮이 있으면 밤이 찾아오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으며,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이라는 양면성을 띠는 요소를 통해 비 일상적인 틈을 느끼게 한다. 이 틈을 통해 여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애매하고 묘한 감정의 경계를 느끼는 낯설고 신선한 경험인 이 영화 정주행을 추천해 드립니다.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영화감상
https://bit.ly/2QZTV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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