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노스탤지어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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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 노스탤지어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감독
손희송 (Heui Song Son)
배우
Iman Artwell-Freeman, Nisarah Lewis, Ruthie Austin
시놉시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작가, 릴리가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한다.
리뷰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향수병, 노스탤지어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겪어 보지 못한 기억을 추억 한다는 것,


공간 대한 그리움이 아닌 사람에 대한 그리운 상사병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나에게 가장 생각나는 것은 내가 죽은 후 남겨질, 가족이 아닐까?

 

타지에서 생활함에 있어 가장 그리운 것은 가족일 것이다. 점점 고립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 있어 외로움이 초래하는 향수병은 우울증 같은 여러 가지 정신병을 유발하게 시키기도 한다. 그런 외로움은 언제라도 반겨줄 수 있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향수병은 집에서 멀리 떠나 있는 것을 이유로 생기는 괴로움이다. 이때 온종일 창문을 바라보거나 오랫동안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증상도 있다. , 노스탤지어를 질병에 견주어 일컫는 말이다. 회향병이라고도 한다. 집에서 떨어져 학교에 있거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거나, 여행을 가게 되면, 간혹 향수병을 겪을 때가 있다. 향수병이란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지만, 보통 외롭고 혼자가 된 느낌에 우울해하고 화가 나는 증상을 말한다. 향수병에 걸리면, 집이 계속 생각나고, 심지어 집에 있는 베개의 냄새와 같은 게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그리워질 수 있다.

 

손희송 감독의 영화 <향수병, Homesick>의 주인공 릴리(이만 아트웰 프리먼)는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타지에서 작가 생활을 하던 릴리가 집 돌아가자 가족들은 반갑게 그녀를 반긴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할머니가 불편한 몸으로 릴리를 반긴다.

 

릴리의 어머니와 동생 제스도 마찬가지로 반가워한다. 릴리의 동생과 어머니는 그녀에게 왜 돌아왔냐고 묻는다. 릴리는 자신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가족에게 돌아왔다고 선뜻 말하지 못한다. 저녁 시간이 되자 기도를 올리고, 릴리는 가족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때 할머니에게 뇌졸중이 와서 할머니가 실려 간다. 먹지 못한 음식들을 정리하면서, 릴리는 자신의 진단서를 음식들과 함께 쓰레기 봉투에 담는다.

 

릴리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실로 오랜만일 것이다. 그녀의 할머니가 쓰러진 것도 모르고 있었으며, 구태여 왜 집에 돌아왔냐고 가족들이 묻는다. 릴리의 가족에게 있어 릴리의 건강은 더 큰 불안과 슬픔만을 줄 뿐이다. 릴리가 그들에게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여태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던 가족이 그리웠을까? 자신이 처한 상황이 더는 감당이 되지 못하자 그들을 찾은 것일까? 가족에게 돌아간다고 릴리의 병의 상황이 호전되거나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할머니의 상황이 닥쳐온다. 나이를 먹고, 뇌졸중으로 유령처럼 변해버린 할머니는 예견된 슬픔이다. 그것은 예견되어 있고 앞으로 반드시 다가올 확정된 슬픔이다. 릴리는 거기에 돌발적인 슬픔을 끼얹을 수가 없었다.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가. 이야기에서 화자의 시점 혹은 위치는 영화라는 세계를 창조하는 출발점이다. 개별 장면으로 놓고 보자면 세계를 그린 소실점이라고 해도 좋겠다. 영화에선 대개 은폐된 3인칭 객관묘사를 통해 리얼리티를 부여하곤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공공연하게 화자(카메라)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통해 주관의 세계를 구축한다. 사실 여기서 카메라가 1인칭인지 3인칭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시점의 이동이 언제 발생하는가, 그리고 그 이동이 얼마나 자의적인가에 달렸다. 시점을 이동시키는 방식이야말로 창작자가 세계를 인식하는 태도를 결정 짓는다. 분명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감각은 남아 있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어떻게 그리워하는지가 불분명하다. <벌새>를 비롯해 근래 한국독립영화 중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몇몇 영화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비유하자면 겪어본 적 없는 무언가를 향한 노스탤지어라고 할 수 있다.

 

노스탤지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이 향수병은 이야기의 결과물도, 재현된 공간의 유사함도 아니다. 차라리 형식적인 모방에 가깝다. 이 모사하는 건 이들 영화가 발견했던 영화 언어 그 자체다. 예컨대 클로즈업을 배제한 인물의 풀숏, 인물이 사라진 뒤에도 잠시 공간을 응시하고 기다려주는 지연된 편집 등은 대만 뉴웨이브 영화에서 익히 봐 왔던 보편적인 형식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며 심리를 묘사한다. 인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둔 카메라는 인물이나 사건이 아닌 공간의 시점에서 거꾸로 인물을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향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산업 사회 속의 현대인은 자기 주위를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 이유는 그들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다. 즉 겉으로 드러난 사교성과 다른 내면적인 고정 감과의 충돌로 번민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고독하다. 이러한 고독에서 벗어날 한 가지가 바로 가족이다. 물론 가족과의 관계가 조건 없는 사랑이 바탕에 깔린 것은 아니다. 타지에서 지극히 타인과의 외적인 교류와 달리 가족에게선 내적인 교류가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다. 서로를 마주 보고 응시하던 과거와 현재가 어느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정서를 공유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길고 긴 유학 생활 가운데에 혼자 서있는 우리.

혹시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외롭고 힘들지 않은가? 큰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올랐지만, 막상 와보니 나에게 맞는 친구 한 명 사귀기조차 어렵다고 느끼진 않았는가? 고향이 그립고, 가족이 그리울 때마다 유학생들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 정주행을 추천해 드린다..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영화감상
https://bit.ly/3ziPy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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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brielkun 2021.12.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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