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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현대의 마녀는 독사과 대신 꽃을. - 단편 <꽃>을 보고

감독
박종옥 ( jong ok Park)
시놉시스
백설 공주에게 왕자님이 있는 것처럼 자신에게도 운명의 왕자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던 설. 그러던 어느 날, 순경이 위험에 처했던 설을 구해주게 되는데
영화감상
http://bit.ly/2s72oqQ

 <꽃>은 백설공주를 동경했으나 마녀가 된 '설'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분명하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인 연출로 전달했다. 24분의 단편이지만 이야기할 점이 많은 작품이다.


  

 

1. <꽃>에서 동화 <백설공주>의 역할

 

 주인공 '설'은 어린 시절 부터 백설공주를 동경하며 운명같은 사랑을 기다린 여자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동화같은 운명적인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설'은 살인을 저지른다.

 

 이 작품에서 동화 <백설공주>는 단순히 주인공 '설'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동화 <백설공주>는 영화 전반에 깔려 '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모습을 드러낸다.

 

 '설'의 단발머리와 원피스 차림은 백설공주를 연상시킨다. 백설공주를 동경하는 '설'의 마음이 드러나는 외형이다.

 

 그러나 '설'에게서 점점 마녀의 면모가 드러나고, 순경의 여자친구를 살해하기 위해 찾아가는 장면은 완전하게 마녀를 연상케 한다. 마녀의 망또대신 우비를, 사과 바구니 대신 꽃바구니를 든 그녀. 그녀에게 내재된 마녀의 면모가 직관적으로 보이는 장면이었다.

 '설'의 방에 있는 거울 역시 마녀를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이다. 특히, 순경에게 '사랑한다며.'하고 반복하는 설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는 장면은, 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냐고 확인받고자 하던 마녀를 떠올리게 했다.

 

 때때로 꼭 이 소재가 나와야만 했나?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꽃>은 동화 <백설공주>의 역할이 매우 분명했고, '설'과 <백설공주>의 연결점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2. 색감에 담은 의미

 

 <꽃>은 색감을 잘 이용한 작품이다. 영화 내내 붉은 색이 지배적으로 등장하는데, 가장 인상적인 붉은 색감의 사용은 '설'의 원피스이다. 영화에서 '설'은 주로 밝은 파스텔톤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파스텔톤이 아닌 붉은 와인색의 원피스를 입고 나오는 장면은 두 번인데, 두 번 모두 살인을 저지른 이후이다. 첫 번째는 순경의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순경을 만나러 갈 때, 두 번째는 순경을 살해한 뒤 죽은 순경의 시체와 식사를 할 때이다. '설'의 잔혹한 행위를 색감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원피스 이외에도 붉은 색이 드러나는 장면이 여럿있다. 영화의 주된 공간 배경인 '설'의 방은 온통 붉은 색 투성이이다. 백설공주를 닮은 외형에 내재된 마녀의 모습이 보이는 공간이다.

 또, 순경의 첫 등장은 '설'이 그토록 바라던 왕자의 운명적인 등장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전체에 핏기가 어린듯 붉게 물든다. 이것은 순경의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3. 캐릭터와 앵글

 

 이 작품은 주인공 '설'이 어떤 인물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동화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다. 만일 일상적인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성인 여성인데, 동화 <백설공주>를 믿는다는 설정이었으면 매우 작위적이고 어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설'의 일상 생활을 보면 '설'이 동화를 믿는 모습이 충분히 납득된다.

 

 주인공 '설'에게서는 유아적인 특성들이 남아있다. 타인의 말에 분명히 대답하지 않고 표정이나 눈치로 제 마음을 전달하는 '설'의 모습은 그저 소극적인 여성이라기 보다는 말을 할 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어린 아이처럼 보인다.

 

 영화가 중반부에 이르면서 점차 '설'의 비정상적인 면모가 드러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서워 보이기보다는 약하고 여려보인다. 그 이유는 '설'과 '순경'의 앵글 차이이다.

 

 '설'은 주로 하이앵글로 보여진다. 보는 이가 '설'을 내려다보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 하이앵글의 사용으로 그녀는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순경'은 등장부터 로우앵글로 보여진다. 침대에 누워있던 '설'이 '순경'을 발견하거나, 넘어진 '설'이 '순경'의 손을 잡는 장면에서 '설'의 시야로는 당연히 로우앵글일 수 밖에 없다. 보는 이는 '설'의 시야(로우앵글)와 동일시하게 되고 '순경'을 강하고 힘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므로 초중반부 '설'이 위험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위험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간 하이앵글로 보여지던 '설'은, 순경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순경을 만나러 온 장면에서 로우앵글로 보여진다. 반면 벤치에 앉아 '설'을 올려다보는 '순경'은 하이앵글로 보여진다. '설'과 '순경'의 힘이 반전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꽃>은 앵글을 이용해 인물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4. 그 외

 

 잔혹한 내용이지만 예쁜 샷이 매우 많았던 작품이다. 특히 순경이 주문한 꽃바구니의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바구니에 다가가는 '설'의 모습이 인상깊다. 목과 허리까지만 화면에 담기며 '설'의 표정이 긴장하고 있는지 기뻐하고 있는지 이미 예상하고 낙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꽃을 다루던 '설'이 벌레를 죽이는 장면 역시 기억에 남는다.

 

 노래의 사용 또한 타이밍과 분위기 모두 적절했다. 불필요한 배경 음악은 없었다.


 아쉬운 점은, 독특한 '설'의 캐릭터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반면 '순경'의 캐릭터가 보는 이에게 별로 납득 가지 않은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일관성이 부족하고 대사가 작위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서 앵글의 효과적인 사용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후반부 사각앵글의 사용은 조금 뜬금없게 느껴졌다.



 아쉬운 점은 미미한 것에 비해 긍정적인 점은 매우 많은 작품이었다. 제작자들의 다음 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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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cinehub 2016.10.23 20:47  
단편영화 감상은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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