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승패의 테스트로테론, 사회의 폭력 간의 연장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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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 리뷰 : 승패의 테스트로테론, 사회의 폭력 간의 연장선상

감독
윤정원 (YOON JUNG WON)
배우
류경수 강태영 김록경
시놉시스
고3 장민석은 같은 반 친구 한울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 티켓을 만지작거리면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민석. 그 시각 요한은 중 요한 아이스하키 경기를 앞두고 있다. 몇 시간 후 경기에서 자신에 게 벌어질 일도 모른 채. 민석과 요한. 이들 사이에서는 과연 어떤 일 이 벌어진 걸까?
리뷰
이동준

승패의 테스트로테론, 사회의 폭력 간의 연장선 상

스포츠 영화는 스펙터클한 경기를 보여 주는데 머무르지 않고, 훈련부터 경기에 임하기까지 인물의 내적 성장을 그리는 장르이기도 하다. 정신과 육체는 곧 하나이니, 육체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그를 각오할 만한 정신력 없이는 불가능하며 경기를 위한 체력의 조절은 곧 인내심을 기르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고전이 된 스포츠 영화의 교과서 <록키>, <불의 전차>, <리멤버 타이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까지 모두가 이를 절실히 보여준다. 이 영화들 속에서 서로 몸이 움직이고 부닥치며 경쟁하는 과정들 또한 다른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인물들이 자신만의 욕망을 증명하고자 성장하고 갈등을 빚는 멜로드라마의 장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그 대중적 인기는 낮더라도 스포츠 영화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죽지 않고 명맥을 유지해 온 이유이다. 그러나 스포츠 영화가 인물의 성장만을 보여주진 않는다. 때로는 분출되는 인물의 어두운 내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분노의 주먹>부터 <애니 기븐 선데이>, <폭스캐쳐>까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여기서의 주인공들은 승리와 경기 중에서의 육체적 쾌감에 빠져 자기 일상을 잃거나 폭력적인 본성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그 결과는 잔인한 비극으로 치닫는다. 

 

이제는 여성 선수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하며 그 클리셰 기준이 뒤바뀌고 있지만, 고전적으로 스포츠 영화는 남성 선수 주인공을 통해 그의 남성성과 기존 남성 사회에 대한 은유로서 그려지곤 하였다. 서로 근육질의 몸을 격렬하게 부닥치고 끓어오르는 테스트로테론 혹은 아드레날린의 힘으로 짐승같이 서로에게 경쟁심(혹은 증오심)을 부추기는 과정을 그리면서 남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일종의 가장으로서 사회에 속하는 통과의례에 대해 회고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록키>처럼 자기 정체성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값진 승리를 쟁취하거나, <분노의 주먹>처럼 승리감에 취해 가부장적 사회에 편입되면서 타락하고 마는 등 두 가지 경로가 주되어 지는 것이다. 윤정원 감독에 <히스토리> 역시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를 통해 남성 주인공들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최근 <국가대표2>로 조금씩 국내에서도 주목받으나 아직까지 생소한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을 주소재로 정한 특이점 외에 이 작품은 기존 스포츠 영화와 또다른 특이점으로 스포츠 장르를 빌어 학교 폭력과 그를 비롯한 교내 사회의 통찰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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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전학을 온 민석은 같은 반 일진 무리에게 빵셔틀로서 학교 폭력을 당한다. 민석은 같은 반에서 똑같은 신세를 당하고 있는 한울과 친해진다. 계속 폭력에 시달리는 어느날 호기심에 교내 아이스하키 링크장에 들어선 민석은 홀로 트레이닝 중인 같은 반 요한을 만난다. 요한은 어려워진 가정 형편 속에서 학교 대표 선수가 되 장학으로 대학에 진학하기를 목표로 둔 아이스하키 선수이다. 그러나 훈련 중 다리부상을 입으며 스카웃 진학이 불분명해지고 주변에서도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오가 스트레스를 받아 간다. 같은 반임에도 서로에게 관심없었을 뿐더러 존재조차 몰랐던 둘은 한 순간의 조우로 서로에게 호기심이 생겨난다. 미침 그 날 저녁, 요한은 계속되는 좌절감을 집을 불태워 자살을 기도하나 실패한 뒤 잠시 밖으로 나올 때, 민석이 일진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러나 요한도 그를 구해주지 않고 모른 체한다. 그 다음날, 일진들은 어젯밤 일을 목격했던 요한에게 친한 척하며 다가오지만 요한은 강하게 거부감을 표한다. 그럼에도 일진들은 학교 기대주이자 운동선수로서 힘도 있는 요한에게는 덤비지 못한다. 일련의 일들을 계기로 요한과 민석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이전 학교에서도 폭력을 당하다 죽일 정도로 되받아치는 바람에 전학을 오게 된 민석의 아픔과 가정 형편에 부상으로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요한의 아픔이 서로 공유된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 다시 일진 무리가 민석을 괴롭힌다. 그 순간 마침내 요한이 일진 무리를 막아선다. 싸움이 벌어지려던 찰나, 무리 중 한 명이 요한의 약점을 아는지. “싸우면 대학 못 간다라는 말을 대놓고 내뱉는다. 그 말에 요한도 일진 무리도 싸움을 멈춘다. 그러던 어느날 반 일진 중 한 명의 아이패드가 없어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당일 체육시간 때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간 이가 요한임을 지목하자 자연스레 일진 무리는 요한에게 위협적으로 심문한다. 의심에 기분 나쁜 요한은 자기는 아니라며 강하게 저지하지만 그럴수록 일진 무리는 더 강하게 위협하고, 결국 더 이상 싸움을 일으킬 수 없던 요한은 민석이 일진 책상을 뒤지고 있었다고 고발한다. 결국 일진 무리는 요한에게와는 달리 시작부터 폭력을 행사하며 민석을 심문하지만 아이패드는 나오지 않는다. 민석이 범인이 아님을 알면서도 고발한 이번 일로 민석과 요한 간의 사이에는 금이 생겨난다. 그 씁쓸함을 억지로 뒤로 한 채, 요한은 스카웃 기회가 될 수 있을 타학교와의 아이스하키 경기에 출전한다. 한편 오늘도 한울과 편의점에 들른 민석은 자신과 요한을 곤란에 빠뜨리게 한 일진의 아이패드가 한울 손에 있음을 발견한다. 그 사이 요한도 열심히 경기에 집중하려 하지만 이미 입은 부상에 자신의 죄책감을 이기기 힘들어 하던 끝에 다른 선수와 크게 부딪혀 머리를 다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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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특히 아이스하키 훈련과 학교 폭력 이슈가 교차되는 구에서 영화 <하이랜더>(1986)의 오프닝이 연상되었다. 영화는 수 세기 동안 불사신들이 최후의 전사의 되기 위해 결투를 벌여오는 내용으로, 그중 한 명인 주인공 맥클라우드가 레슬링 경기를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원의 시간 동안 죽지 못하며 그 대신 사랑하는 연인을 세월 속에서 잃고 외로이 싸움을 계속해온 세월에 염증을 느끼는 주인공은 난폭한 레슬링 격투를 보면서 같은 환멸을 느낀다. 이 장면처럼 감독은 에이스 선수가 되어야만 하는 주인공 요한의 중압감 어린 욕망을 새로 친해진 민석이 학교 폭력을 당하는 상황이라는 갈등 한 가운데 세운다. 민석은 새로 온 학교에서도 폭력을 당하지만 이전 학교에서 상대를 죽일 만큼 보복하여 쫓겨나듯 전학을 오는 바람에 대처하는데 망설인다. 요한도 운동선수로서 체격이나 성격도 일진 못지 않지만 어떻게든 대학 진학을 해야 하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없어 역시 덤비지 못 한다. 결국 이 둘은 외부의 폭력 외에 내부의 폭력과도 싸우고 있는 셈이다. 그 점에서 요한 내면의 압박감이나 나약한 민석과 한울이 받는 폭력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민석은 자신보다 적극적이고 강한 요한을 동경하며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요한도 외롭고 힘든 환경에서 에이스 선수가 되어야 하는 압박 속에 난생처음 친구가 생기며 해방감을 느낀다그러나 둘에겐 내외적으로 자기 욕망을 실현하기에 장애물이 많다.

 

그를 잘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반 일진 무리의 태도이다. 일진 무리는 민석에게는 가볍고 쉽게 폭력을 휘들지만, 자기들에게 반항적으로 나오는 요한에게는 덤비지 못 한다. 학교 대표 선수로서 기대받는 인사일 뿐더러 자기들만큼 체력도 있기 때문이다. 사라진 아이패드를 둘러싸고 똑같이 의심되는 요한과 민석에게 처음부터 보이는 태도 차이가 그를 증명한다. 그러나 요한에게도 역시 약점이 있다. 바로 반드시 대표 선수로 스카웃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그를 알고 있던 일진 중 한 명이 싸움을 일으키면 바라던 대학 진학에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석을 보호하려던 요한을 회유하게 만든다. 물론 학교 폭력이 성별 구분 없이 누구에게든 어디서나 더 난폭하게 벌어질 수 있으나, 영화는 히스토리(history)’라는 제목에서 말하듯(history역사라는 뜻도 되지만, he+story로도 읽을 수도 있다.) 약자일수록 당연하게 폭력이 행사되고 그만큼 힘이 승패만이 모든 걸 죄우하는 남성적 폭력의 세계를 남학교라는 배경으로 축소시켜 보여준다. 이는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 점이 영화 속에서 두 갈등이 서로 달라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끌어오르던 갈등은 요한과 민석 서로를 향하게 되기도 하다 민석의 자기 희생과 정성으로 파국을 면하는 듯이 끝나지만, 다시 학교를 옮겨야 할지 모를 민석이나 머리까지 큰 부상을 입은 요한의 미래와 우정은 불안하게만 보인다. 일진에게 보복한다고 도둑질을 한 한울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특성들 외에 영화는 특정 중요 시퀀스에서 순차적 전개 대신 결과와 원인을 뒤섞기까지하는 실험을 보인다. 그래서 관객로 하여금 이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무엇이 문제였는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준다. 또한 이러한 긴장감은 똑같이 교내 사회를 경험해 온 관객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결국 이 폭력의 순환을 끊기 위해 주인공들의 선택이 옳은지는 스스로 이를 마주해야 할 관객의 몫일 셈이다. 이런 실험적인 연출부터 하여 질풍노도의 남학생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연출해 같은 남성 감독이 연출했다고 생각될 만큼 역량을 보여준 윤정원 감독에게서 차세대 캐서린 비글로우감독같은 인상이 느껴졌다. 사실적으로 냉철하면서도 뜨거운 드라마를 함께 잘 엮어내는 솜씨는 (성별을 불문하고)보통 연출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 캐릭터 자체인 듯 훌륭히 연기해낸 류경수, 강태영, 김록경 배우들의 힘도 역시 클 것이다. <파수꾼>의 이제훈, 박정민, 서준영처럼 훌륭한 연기들을 보여준 이들 역시 곧 메이저에서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강렬한 연출력의 윤정원 감독 역시기대되는 신인 감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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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brielkun 2021.12.28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