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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샐러드 데이즈 (2016)

감독
시놉시스
선택 해야만 하는 시간들이 어렵기만 한 태경. 친구인 도현은 그런 태경을 위로 해 준다. 하지만 도현의 존재 또한, 누군가 늘 곁에서 믿어주길 원하고 의지할 대상을 찾았던 우리들의 젊은 날의 초상일 것이다.
영화감상
http://bit.ly/2tjrM0x

제목 : 샐러드 데이즈 (2016)

 

 

 

1. 감상 전

 

 샐러드 데이즈. 평범한 제목은 아니다. 샐러드라 하면 이것저것이 섞여 있는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더럽거나 불쾌한 섞임은 아니고, 놀이터에서 마구 뒤섞여 노는 아이들처럼 건강하고 싱그러운 섞임의 느낌이다. 감독이 '샐러드 데이즈'라는 제목에 어떤 의미를 담았을지 궁금케 한다.

 영화의 스틸컷 역시 범상치 않다. 가운데 누워있는 두 학생을 중심으로 마네킹 등의 여러 오브제들이 배치되어있다. 동화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엽기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 스틸컷이다.


 의미를 생각케 하는 제목과 독특한 스틸컷이 '나는 다르다' 라고 온 몸으로 말하는 듯하다.

 인터넷의 여러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수 많은 영상물들 중,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 감상 중


 연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엄마의 강요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이. 학교가 등장하고, 교실 바닥에 앉아있는 그들의 대화를 들은 후에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이전까지의 장면은 친절하다고 할 수 없다. 설명되지 않는 의미심장한 장면들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미심장함이 결코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유는 분명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쁘다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도현의 클레오파트라 가발, 태경의 초록색 손, 배추를 씻고 그것을 태경에게 입으로 전달하는 엄마…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아니다. 도입부 이후에도 독특하고 실험적인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샐러드 데이즈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독특함.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복도의 무용 장면이다. 굉장히 강렬하고 엽기적인 장면이다. 나는 엽기적인 영화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밤중의 무용 장면을 포함한 샐러드 데이즈의 많은 장면들이 보기에 매우 즐거웠다. 그러나 눈과 귀가 즐거웠던 무용 장면 이후 이어지는 태경의 말은 '아프다' 였다. 몸에 맞지 않아 아프다. 보이쉬한 스타일에, 도현을 응원하는 태경이지만 그 장면에서는 너무나 여려보이고 안쓰러운 소녀였다.

 후에 도현에게 꼭 선택을 해야만 하냐고 말하며 우는 태경. 나도 고등학생 시절에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태경이 더욱 안쓰러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하나의 길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20대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태경의 대사와 같은 마음이 들곤 한다.

 

 

 흔히 고등학생의 힘겨움과 아픔을 담은 이야기들은, 왕따 문제나 학업의 힘듦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고등학생이 아닌, 어른의 시선으로 보아도 알 수 있는 문제들. 그러나 샐러드 데이즈의 감독은 고등학생을 바라 보는 어른의 시선, 타인의 시선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고등학생들의 '진짜 내면'을 이야기 했다. 그들에게는 그저 학업이 고통스럽고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선택'이라는 것을 너무나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고등학생의 내면, 혹은 고등학생 시절 본인의 내면을 주의깊게 들여다본 감독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외에도 도현과 태경의 미묘하고 에로틱한 감정선이 느껴지는 장면, 엄마로 인한 압박감을 느끼는 태경의 장면 등 인상깊은 장면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니, 모든 장면들이 인상깊었다. 태경과 화환 분장을 한 두 사람이 피아노를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은 왜인지 모르게 미셸 공드리 감독의 수면의 과학을 떠오르게 했다. 뜬금없이 수면의 과학이 왜 떠올랐는가, 그 이유는 정말 모르겠지만.

 

 

 

3. 감상 후

 

 결코 지루하지 않은 24분이었다. 보고 난 후에도 선명히 기억에 남는 영화의 이미지들.

 그러나 강렬한 이미지에 비해 내용이 덜 남은 것이 아쉽다.

 

 단편영화는 장편영화에 비해 내용의 문학적인 서사보다는 장면들이 주는 이미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곤 한다. 그러나 샐러드 데이즈는 장면 장면들이 감독의 의도와 내용을 집어 삼키고 이미지만 뱉어낸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어떤 장면도 의미 없는 장면은 없으며, 모든 장면이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감독이 생각하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았다. 그러나 그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는 쉽게 와닿지 않았다.

 영화의 내용 흐름과 주인공들의 심리를 알 수 있는 부분은 그들의 '말' 뿐이었다. 영화의 색감, 각종 오브제, 구성 등이 '말'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전달이 충분히 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작품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감독임이 느껴지기 때문에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다음 작품에는 이번 작처럼 감독의 의도를 독특하게 담아냄과 동시에 그 의도가 보는 이에게 와닿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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