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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화실>(2015) -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감독
서민호 (Min Ho, Seo)
시놉시스
화실에 마스크 낀 남학생과 평범한 여학생이 있다. 남자는 여학생에게 짓궂은 행동을 하지만 여학생은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다. 그림 발표가 시작되고 남학생의 마스크 뒤에 숨겨진 정체가 드러나고 여학생의 숨겨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남학생과 여학생의 갈등이 해소된다.
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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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상업적인 무조건 달콤하거나 야한 격동적인 멜로드라마보다는 대화나 정서로만 승부하는 독립영화풍의 잔잔한 멜로드라마를 더 선호한다. 큰 기교 없이 두 주인공 간의 대화나 정신적 교류가 때론 키스나 포옹보다 더 달콤하거나 어떨 땐 더 성숙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다. <화실>도 그런 작품이다. 어쩌면 대놓고 멜로-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맞겠지만, 멜로드라마의 사전적 의미가 사랑이든 우정이든, 남녀 간이든 동성 간이든 두 인물 간의 교류를 다루는 낭만주의적 스토리의 장르라는 점에서 이도 충분히 멜로드라마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로잡는 것은 두 인물들의 특성이다. 영화는 초반 미술 선생님의 오늘의 미술 수업안 설명 이후 거의 무성영화의 방식으로 나간다. 서로 짝지어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는 말 없는 여학생과 마스크로 입을 가린 남학생 간의 행동적 교류에 집중한다. 왜 바로 대사가 없을까 갸우뚱 하게 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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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인물 간의 무성 영화식 대화법을 성실히 또 사실적으로 전달하여 관객이 쉽게 참여하게 만든다. 또 처음부터 남학생이 마스크를 쓰고 벗으려 하지 않으며 마스크를 벗는 장면도 정면에서 바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남학생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렇게 반전을 기다리며 서로의 여러 버전의 초상화를 장난스럽게 그리고 또 투정부리고 화해하며 친해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보여 주다, 끝내 발표의 시간을 가지면서 반전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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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마스크를 한 채 늦게 수업에 들어 여학생, 곧 둘 간의 발표가 시작되면서 마스크를 벗어 코에 큰 여드름이 생긴 여학생은 청각 장애가 있는 것이 밝혀지고 그래도 열심히 자신의 발음에 대한 양해를 당당히 발표하고, 이후 남학생의 도움으로 자신이 그린 남학생의 초상화에 대한 발표를 마무리 짓는다. 남학생도 이전부터 똑같이 코에 커다란 여드름이 있던 것을 숨겨왔다가 여학생의 친절로 자신의 얼굴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고, 마스크로 쓴 초상화로 다시 그려준 여학생의 배려에 마음을 연다. 여학생도 끝까지 자신의 발표를 도와주고 역시 자신을 그려줘 자신을 웃게 해준 남학생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둘은 친구 사이가 되면서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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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는 기본적으로 치명적 단점(장애)으로 창피함을 가진 두 인물의 우정 이야기이다. 이런 설정은 사실 <레인맨>부터 <제 8요일>까지 여러 영화들에서 이미 다루어진 내러티브이다. 그 점에서 식상할 수 있겠지만, 영화는 청소년 드라마 장르와 남녀 간의 멜로드라마를 가지고 이를 리얼리즘으로 엮어 충분히 식상하지 않게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의 장애인/장애인 인권을 다룬 영화들과 달리 <화실>은 장애가 있는 소녀와 콤플렉스가 있는 소년에 대해 그 어떠한 사회적 시각을 던지기보다는 있는 인물 그대로로 사실적으로 비추며 그들의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 보여준다. 여기에 따뜻한 조명과 밝은 색상, 긍정적인 분위기를 통하여 마치 한 편의 청소년을 위한, 혹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읽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애초에 대사도 말도 굳이 필요 없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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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번 청소년, 어린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점에서 주된 고민이 어린이, 청소년 캐릭터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다룰 것 인가였다. 캐릭터에 매우 집중하는 편이라 천진난만하거나 사춘기적이기만한 편견적인-스테레오 타입 적이 아닌 실제 같은 사실적인 캐릭터로 꼭 그리고 싶었다. 물론 편견이 존재하는 만큼 어떤 면에서 정말 순수하고 반항적인 면이 있기 마련일 것이다. 이를 어떻게 표현할까? 아마 답은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이를 극화하기보다는 그들을 상황에 자연스레 풀어 주면서 그들 성향에 맞춰 상황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자연스레 연출하는 방법이 그나마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큰 기교나 시작부터 직설적인 메시지, 심지어 별 대화 없이 충분한 기승전결의 멜로드라마를 만들어 낸 <화실>이 그 좋은 예라 생각한다. 이런 좋은 연출의 내츄럴한 드라마에서 정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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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서민호 09.20 07:57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