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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충> (BookWorm, 2016) 리뷰

감독
도영찬 (Do young chan)
시놉시스
경제적 파탄과 이혼으로 삶이 황폐해져 버린 윤식은 죽음을 생각한다. 자신의 유일한 낙은 독서다. 그는 자신이 10년 넘게 다니던 도서관에 있던 모든 책을 다 읽고 자살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결국 상 하권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이 남게 되었다. 상 권을 읽은 윤식은 며칠 뒤 마지막 남은 하 권을 빌리러 가지만 이미 누군가 빌려가고 난 후다. 어렵게 도서관 사서에게 빌려간 사람의 주소를 알아낸 윤식은 그 책을 직접 받으로 간 다.
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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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충> 리뷰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충'이라는 짧은 음절은 무언가를 비하하거나 얕잡아 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 말은 특정한 행동이나 대상에 대하여 혹은 특정한 사람에 대하여 비난할 때 쓰곤 한다. <독서충>에서 제목이 지칭하는 것은 바로 주인공 '윤식'이다. '윤식'은 자신이 독서광이냐고 묻는 말에 자신은 그저 '독서충'일뿐이라고 자조적인 어투로 대답한다. 스스로가 별 대단하지도 않다는 듯 말한다. 그러나 모순적으로, '윤식'에게 있어 독서는 그의 삶을 대변하는 모든 것이면서도, 그는 죽음이라는 목적에 이르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 그에겐 오직 독서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 독서를 한다. 즉, '윤식'에게 독서란 삶을 움직이는 모든 행동이자 목적 추구이며 동시에 삶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독서광이 아닌 독서충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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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죽음을 목적으로 하면서 독서를 해나간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으면 죽는 것이 그의 목적인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윤식'은 이미 죽은 듯해 보인다. 그에게는 생기가 없다. 그는 죽음이 도달할 수 있는 목표처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죽음은 이미 그의 주변에 만연해 있다. 원금을 갚은 빚, 무기력한 태도, 라면으로 때우는 끼니처럼 '윤식'은 공허하다. 어쩌면 그는 시쳇말로, '죽지 못해 살아' 있는 것이다. 모순적이게도 그는 스스로가 '죽을 만큼 힘들기' 때문에, 그는 죽기를 망설인다. '윤식'은 죽음을 위해 여러 가지 장치와 단계를 만들고 수행한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으면 죽는다는 것, 자살을 위해 칼을 사는 것 등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윤식'이 스스로 만든 장치와 단계는 그의 죽음을 방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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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으면 그는 죽겠다고 하면서 마지막 2권이 남자 한 권씩 나눠서 빌린다. 그는 애처롭게도 고작 하루를 미룬다. 결정적 순간에 '윤식'은 너무나도 쉽게 자신과 타협한다. '윤식'은 책을 한 권 찾지 못했지만 뭐 거의 달성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고 칼을 사며 자살을 준비한다. 흔들리는 카메라 안에서 비장하게 자신의 손목을 그은 '윤식'은 고통에 앓는 소리를 낸다. 그가 보여줌으로써 생겨난 비장함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환멸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그는 실없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그는 오직 죽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말뿐인 투정에 그친다. '윤식'은 죽음이라는 거창한 변명을 대고 삶을 스스로 '포기해버린 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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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삶은 죽음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삶은, 살아남기란 만연한 죽음 속에서 근근이 버티는 것인지도 모른다. '윤식'은 자신에게 주어진 불행에 과몰입하여 불행으로 인해 '죽을 것 같이 힘들다'고 느낀다. 그래서 망연자실하여 무너진 일상을 반복한다. 그러나 막상 그에게 죽음의 위기가 오자 그는 절대 죽지 않으려 한다. 겁에 질려 소리를 질러댄다. 옆에 묶인 어린 소녀보다 더욱 겁에 질린 모습이다. 그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생각이 없다. 그는 최선을 다해 총을 든 남자를 설득하려고 한다. 그리고 '윤식'은 이때까지 읽어 온 책에서 자신을 죽이지 않을 이유를 찾는다. [죄와벌]의 고상한 교훈으로 사람을 설득해서 살아남으려 한다. 또한, 마지막의 총격에서도 그가 읽으려 했던 책을 들고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책은 '윤식'의 삶을 지탱하며 동시에 그를 살게 하는 구원자의 역할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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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윤식'은 스스로가 만든 장치와 단계를 통해 깊은 우울감에서 반동한다. 그렇다고 그가 바로 삶의 의미를 되찾은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을 옭아매던 사채업자가 욕설하건 말건 '윤식'은 자신의 할 말을 한다. 그는 다시 약간의 생기를 얻은 것이다. 어쩌면 그가 책을 모두 읽음으로써 죽겠다고 말한 바는 사실 목적을 이루는 것을 영원히 미루겠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 언제나 새로운 책들이 들어온다. 도서관은 끝없이 펼쳐진 세계 같은 곳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세계는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윤식'에게 책이 그런 의미가 아닐까. 그는 책을 죽음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책은 그를 구원한다.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모종의 이유가 된다. 사실 처음부터 주어진 것은 목적과 수단이 아니라 그저 책 자체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죽음의 수단으로 생각할지, 삶의 양식으로 삼을지를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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