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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REVIEW

고립과 사랑. '무덤지기(The Gravedigger’s Tale(2013)'를 보고

 무인도에 떨어져 혼자 살게 된다면 어떨까. 종종 장난삼아하던 생각이다. 아마도 며칠 동안은 매우 좋을 것이다. 인생에 방학을 맞이한 것과 다르지 않으니. 그러나 오래가리라고 보진 않는다. 세상에 외에는 아무것도 소통할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 얼마나 외로울 지 짐작도 할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간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크게 우리에게 작용할지 모른다. 어쩌면 소통은 삶, 그 자체일 것이다. 이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든 영화가 있다. 바로 <무덤지기>.

 

 <무덤지기>는 사회와의 소통을 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소녀의 이야기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지내야하는 무덤지기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녀의 하루는 누군가 종을 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종이 울린다는 것은 죽은 이가 도착했다는 소리. 그녀는 그를 위해 무덤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저녁을 기다린다. 날이 어두워지면 저승사자가 해금을 켜며 무덤을 찾아온다. 그녀는 하얀 상복을 입고 향을 피우며 그를 맞이한다. 그의 해금연주는 죽은 영혼을 찾으러 왔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너무나 아름답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소녀가 하루 중 유일하게 저승사자와 소통하는 순간 때문일지 모른다. 그녀가 띠는 얕은 미소가 이를 뒷받침해주는 듯하다.

어느 날 죽은 이의 무덤을 만들어주던 중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녀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다 깜짝 놀란다. 죽은 줄 알았던 이에게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 온다. 그리고 그의 심장소리를 듣고 가슴 설레어한다.

그녀 덕에 살아난 그는 어느 날 밤 그녀가 사라지자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찾은 그녀는 충격적이었다. 무덤지기의 복장을 하고 저승사자를 맞이하던 것이다. 이에 그는 황급히 그녀에게서 도망친다. 이렇게 그녀는 사회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통과 함께 외로움을 다시 맞이한다. 그리고 그녀는 저승사자에게 향한다. 그의 해금소리는 그녀를 보는 순간 멈추고 그녀는 그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의 가면을 벗기며 미소를 띤다. 그렇게 그 둘은 사라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무덤지기>를 본다면 인형들의 표정과 해금연주소리를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사운드와 영상 장치와 더불어 미장센과 서사구조는 이 영화가 수작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많은데 인형의 표정과 미장센 외에는 내러티브 요소가 별로 없어 내용과 의미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난해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타 영화에 비해 조금은 불친절하게 느껴질 뿐이다. 불친절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분명한 것이 있다. 이 영화가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립사랑이 그렇다. 인간의 고립과 사랑에 대해 말함과 동시에, 감히 누가 영화를 보더라도 쉽사리 생각을 마무리 지을 수 없게끔 만든다. 이것이 이 작품의 최대 특징이다.

 

 욕심 많아 보이는 오민영감독이 앞으로 더 성장한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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