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REVIEW > GUEST REVIEW
GUEST REVIEW

이별은 발판이다. <인연인지,Is It Moving (2014)>리뷰

5 비평 0 52 1 0

 사랑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무방비 상태로 사랑을 맞닥뜨린 우린 이것을 뜨겁게 불태운다. 아무 대책 없이 말이다. 그렇게 우린 아름다운 둘만의 시간과 공간, 추억을 만들고 공유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뜨거운 사랑은 누구에게나 있다. 물론 나에게도 말이다. 사랑을 맞이했던 순간은 군대를 갓 전역했을 때다. 처음에는 아는 친구에 지나지 않던 그녀가 어느새 부턴가 마음에 들어와 조금씩 짙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그녀가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나를 보며 세상 그 누구보다도 활짝 웃어주는 순간, 같이 술을 마시다 불그스름해진 볼을 부끄러워하며 감추는 모습, 그 모든 것들이 내게 세상이 얼마나 밝고 아름다운 곳인지 가르쳐주었다그러나 모든 사랑하는 이가 그렇듯 이런 시간은 너무나 빨리 우리 곁을 떠난다. 어느 순간부터 싸움이 잦아지고 그녀의 사랑스러웠던 모습들이 더 이상은 보고 싶어지지 않아진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던 이유들은 점점 증오의 원인이 되어간다. 그녀의 웃음이 헤퍼 보이고 밥을 먹는 모습들이 더 이상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게 된다.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다. 처음 사랑이 무차별적으로 온 것처럼 오니 말이다.

 

 <인연인지>는 연지의 이삿날 요한과 동호 사이에 벌어지는 삼각관계를 담은 단편 영화다. 사실 말하자면, 삼각관계를 다룬 영화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사랑을 다룬다. 연지의 옛 남자친구인 동호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옥에 티일 뿐이다. 촌스럽고 찌질한 전 남자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여느 영화가 그렇듯 연지가 새롭게 사랑에 빠진 남자는 전 남자친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멋지고 성공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멋진 남자와 함께 그녀가 사랑을 시작하기 바로 전 단계를 영화는 비춘다.

 

 <인연인지>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처럼 과거의 아름다운 사랑을 추억하는 영화가 아니다. 새롭게 만나는 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다. 때문에 사랑이 떠나가고 찾아오는 과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요한이 연지가 과거 동호와 사귀던 시절 찍은 반쪽짜리 커플사진을 든 장면이다. 그녀가 동호와 같이 찍은 커플사진인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그저 좋아서 바라볼 뿐이다. 연지는 그에게 커플 사진이란 것을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 사진에 더 이상 아무 가치가 없다는 말을 살며시 내뱉을 뿐이다.

 

 사람은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기 전까지 이전 사랑을 추억하며 끊임없이 질책하고 후회하며, 그때 자신의 모습을 합리화하려한다.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까마귀에게 간을 물어뜯기는 것만큼 영원할 것 같은 괴로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통 역시 자의적 선택은 없다. 기억하려 기억하는 게 아니다. 사랑이 찾아올 때처럼 막무가내로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그 사람을, 그 사랑을 세상에서 제일 몹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발판삼아 스스로 약속한다. 다음에는 이 같은 사랑을 하지 않기를. 더 나은 사랑을 하기를.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