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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REVIEW

서울투어(2015) - 이상한 밤 나라의 연애통(戀愛通) 입은 청춘들

비커밍레이미프로덕션… 0 255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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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간을 눈 감지 않고 세상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살아온 내 입장에서도,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밤거리는 언제나 예측불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낭만이든 불행이든 낮에 일어나는 일들에 비해 겉보기만으로도 판단 안 되는 희한한 일들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주행성 동물이라는 인간은 밤이 되서야 본색을 보이고 생체활동을 시작하는 야행성 동물이 본성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기도 하다. 그동안 빛으로 안전한 낮에 생활하기를 수천 년 동안 해서 익숙해져서 그렇지. 많은 이들이 얘기해오던 것처럼 모두가 서로 볼 수 있게 세상 전체를 비추는 빛이 사라지고 서로를 감출 수 있는 어둠이 내렸다는 점에서 더 이상 이성을 내비추지 말고 내면의 본성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지 않은가 싶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범죄와 폭력이 곳곳에서 도사리게 된다는 점에서, 어둠을 공포와 불안의 대상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빛이 모두가 내비추는 따뜻함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모두의 마음을 내리누르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자극적인 빛이 지고 세상을 새로운 시선에게 보게 하면서 자연마저도 잠이 들어 조용하기도 한 밤이 제일 편한 편이다. 요즘도 나는 밤에 글을 쓰는 작업을 한다.

 

밤은 낮보다 더 많은 색깔로 가득하다라는 빈센트 반 고흐의 명언 자막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한 바에 모인 세 남녀의 수다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마침 실연을 당한 여인 지은을 위해 두 친구 윤정과 형석이 함께 술을 마셔주고 있다. 윤정은 떠난 사람은 이미 떠났으니 그만 잊으라 하며 셋의 대화가 시작한다. 완전히 만취한 지은은 계속 떠나가 버린 연인을 욕하며 주정을 부리고 그런 지은의 모습에 형석은 그녀의 주정을 말린다. 그러나 윤정은 오늘 같은 날에야말로 마셔주어야 한다며 남은 데킬라를 주문한다. 그 결과 지은 대신 형석이 술에 고주망태가 되고 만다. 지은은 술 마셔댄 건 자긴데 형석이 어쩌다 이렇게 이 지경이 되었냐며 구토를 멈추지 않는 형석을 달랜다. 윤정은 택시로 형석을 먼저 집으로 보내려 하지만 지은은 엉망이 된 형석을 그냥 택시에 보낼 수 없다며 직접 데려다 주자고 요청한다. 둘이 티격태격하던 끝에 술 취한 형석은 멋대로 윤정의 차에 올라타 버린다. 어쩔 수 없게 된 윤정과 지은은 형석을 직접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하며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계속 형석은 과음에 구토를 연발하며 정신이 없고, 자기 차에 토를 할까봐 걱정되는데다 구토할 때마다 차를 세워야 하던 윤정은 가능한 형석을 택시로라도 빨리 보내려고 안달이며, 지은은 자기로 인한 미안함에 끝까지 형석을 보호한다. 엉망진창의 형석을 두고 지은과 윤정이 서로 티격태격하던 중 지은은 다시 떠난 연인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처음 사귀자 고백 받았을 때부터 이야기하던 지은은 자기 자신보다는 자기 골반을 더 좋아했다고 얘기하고, 윤정은 정신 건강에 안 좋다며 그렇게 떠나 버린 사람은 잊으라 냉담하게 말하며 재촉한다. 그러더니 지은은 이번엔 자기가 그동안 잘 대해주지 못해 헤어질만하게 잘못했다 이야기 하고, 윤정은 갑자기 떠난 연인의 편을 들어준다며 헛웃음을 친다. 화두가 이별하던 순간으로 옮기면서 지은은 헤어지자는 소식을 대놓고 말하는 게 잔인하다 말하고, 그에 윤정은 자신의 경험들을 이야기 하며 그러길 잘 했다고 얘기한다. 자기가 경환이라는 옛 애인에게 이별을 선언했을 때처럼 얼굴보며 헤어지지 않으면 서로 미련이 남아 감정 정리가 되지 않아, 그가 지금처럼 새 여자 만나서 회복하지 못했을 거라 충고한다. 이에 지은은 너무 잔인하다 나무라고, 윤정은 충고라며 빨리 잊으라 역시 다그친다. 그렇게 다시 티격태격하던 끝에 형석이 멀미에 차 안에서 구토를 해버리고 만다.

 

형석의 냄새나는 토사물을 혼자 치우면서 윤정은 결국 제대로 폭발하고 형석을 강제로라도 택시로 보내려 한다. 그러나 지은은 윤정에게 미안하지만 형석에게도 너무 미안해 그러지 못 한다. 그렇게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같은 고집을 지닌 두 여자가 갈등을 일으키며 참다못한 윤정은 혼자 가버리려던 순간, 갑자기 경찰이 차를 세운다. 일단 술은 깼지만 어쨌거나 자기도 함께 술을 마신 상황에서 그동안 운전해 당황하는 윤정에게 경찰이 신분증을 보이며 묻는다. 윤정은 괜찮은 척 해보자만 긴장 때문에 오히려 더 어색하게만 보인다. 신분증 검사부터 안전벨트까지 이것저것 묻는 젊은 경찰에게 윤정은 단속기간도 아닌데 왜 이러냐고 다그치기에 이른다. 새로운 위기가 닥쳐온 순간, 같이 동행한 선광 경찰이 다가온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그 경찰은 윤정이 경환과 이별한 뒤 만났던 종운이다. 새로 연인이 될 뻔 한 사이인 만큼 윤정의 상황에 대해 한 눈으로도 파악한 종은은 자신감을 세게 내보이는 윤정에게 음주운전한 거 안다며 운전 조심하라고 말해준다. 자존심 상해가는 윤정에게 종은이 뒤의 형석과 지은이 누군지 묻자, 윤정은 (과거 종운에 대해 경환에게도 분명히 말했었을 것과 같이)갑자기 남자친구라 답한다. 그 말에 형석도 아리송해 하던 찰나, 종욱은 벌써 눈치 챈 건지 아닌지 모를 놀리는 듯한 미소를 보이며 자리를 떠난다.

 

종욱과 불편한 재회를 한 후 윤정과 친구들은 (황당하게도)이번엔 구토로 술에서 깬 형석에게 직접 운전을 맡기며 그의 집으로 향한다. 지은은 윤정에게 종운이 전에 얘기해준 경환을 떠난 이후 만났던 그 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윤정이 떠난 아니라 사로 헤어진 거라 솔직히 말한다. 그동안 어찌된 전말인지 파악한 지은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아지며 언니도 남자한테 차이는구나~”라며 장난스레 말한다. 그에 윤정은 그게 아니라 서로 헤어진 거라며 별 참견을 다한가고 방어적으로 나온다. 지은이 우연이 들었다고 그녀를 달래고, 윤정은 자기가 먼저 좀 까탈스럽게 나와서 먼저 헤어지자고 얘기를 받아다 털어놓는다. 그런 윤정의 태도에 그동안 약해 보였던 지은은 윤정이 강조한 냉정할수록 빠르게 잊을 수 있는 법이라 약올리듯 얘기하는데서 시작해 윤정은 행복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며 다그치기 시작하고 그에 슬슬 짜증이 나던 윤정도 신경질적으로 자신을 방어해 보지만지만, 들어만 봐도 거짓말임을 알아 챈 지은은 그러니까 여태 시집을 못가지라 정곡을 찔르는 일침을 가한다. 그 말에 제대로 폭발한 윤정은 뒷 좌석 지은에게 덤벼들고 그렇게 차안이 아수라장이 되 중앙선까지 넘는 사고가 일어난다. 또 찌질한 순간이 끝난 후, 형석은 혼자 직접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먼저 둘을 떠난다.

 

술에 의존해 실연의 슬픔을 달래느라 주정을 떠는 지은에서 시작하여 과음에 만신창이가 된 형석, 그리고 자신의 전 연애사까지 들춰지며 이미지까지 구기고 마는 윤정의 모습들은 오늘날 각자마다의 자존심으로 관계에 대해 과소평가, 과대평가하며 상처받은 청춘들의 모습을 비춘다. 그러나 이를 너무 낭만적으로 그리거나 심각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지질한 유머들로 이들을 은밀히 조롱하면서 그들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전개시키고 이어서 이들의 감정 및 갈등을 확장해 나간다. 그런 점에서, 감독이 의도한 <델마와 루이스>보다는, 개인적으로 <위대한 레보스키>(코엔 형제)의 여성판을 연상시킨다. 그 주인공들과 똑같이, 지은과 윤정과 형석은 현실의 우리 청년들의 모습과 별다르지 않은 만큼 충분히 공감가지만 너무 이기적이거나 어수룩하게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여, 같은 입장의 보는 관객들 입장에서도 자기들보다 모자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그렇게 비하하고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평범하게 바보스러운 모습이야 말로 현실의 우리 본모습이자 작품의 매력일 것이다. 어찌 세상 누가 상처가 없는 것은 물론, 그 상처에 찌질하게 매달리지 않거나 쉽게 완벽히 벗어나는 데에 있어, 감정 있는 동물로서의 인간인 이상 벗어날 수가 있을까? 그런 점에서 누구나 비슷하게 관련해 한심하게 짝이 없는 점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사랑, 행복, 그보다 더불어 구원이 올 것인가? 이에 영화는 엉뚱한 전환의 결말로 답해준다.

 

서로 싸워 불편한 윤정과 지은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지은이 핸드폰을 잃어버린다. 차 안 어디에도 없자, 둘은 자신들이 머물렀던 서울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핸드폰을 찾아본다. 자신들의 더러운 흔적들(?)이 남겨진 곳들을 싹 다 뒤져보던 끝에, 형석과 헤어졌던, 핸드폰을 잃어버렸음을 알게 된 바로 그 장소로 돌아와서야 도로에 떨어진 핸드폰을 찾는다. 그러나 결국 핸드폰은 지나가던 차바퀴에 밝혀 박살이 난다. 그러나 그토록 찾던 핸드폰이 그렇게 망가져 버린 결말에도 둘은 쓰러지지도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녀들에게 이제 남는 후회가 없다. 단 하나, 데이트로 갔었던 ~에서의 일출 사진 빼고. 윤정은 마침 서울 도심을 향해 떠오르는 일출로 미안함을 달랜다. 지은은 상관없이 기뻐한다. 그리고 정윤은 지은에게 사람이 그리웠던 것인지 일출이 그리웠던 것인지를 묻는다. 지은은 둘 중 하나를 대답하는 대신 사람은 더 이상 그립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렇게 윤정의 말대로 떠난 사람을 잊어 낸 지은는 윤정에게 해장술을 찾자고 제안하며 이야기를 맺는다.

 

태평한듯 하면서도 자연스런 감정에 따라 뒤끝 없이 끝내는 엔딩이었다. 때론 우린 엉뚱한 계기로 미련을 버린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엉뚱한 상황도 상징적으로 미련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해 안달이 나 어떻게든 잊고 싶어 고통스러워하던 지은은 단순히 추억 사진이 담긴 것을 넘어 필수품인 핸드폰이 망가지면서 자동적으로 추억 사진들도 사라짐으로서 더 이상 옛 연인을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 똑같이 그런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윤정도 자신의 고집을 인정하게 되면서 지은의 핸드폰과 함께 자동적으로 자신의 상처를 버리게 되었다. 우연이면서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게 우리의 현실의 삶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만큼 그들에게도 새로운 인연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남자나 혹은 지금 같이 있는 둘만으로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바로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 눈치 채지 못했던 인생의 가치임을 발견하는게 우리의 인생이니까. 사랑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항상 곁에 있어 익숙해지는 바람에 쉽게 느껴졌던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느끼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가족애든. 그렇게 둘은, 또 끌려 다녔던 형석과도 함께, 하룻밤 동안 고생스런 모험담을 함으로서 크게 성장하였다.

 

감독의 의도처럼 여성영화의 걸작 <델마와 루이스>(리들리 스콧)의 주인공들을 연상시키는 두 강렬한 여성 주인공들(그리고 역할이 별로 없지만 둘 간의 촉매제 같은 캐릭터 형석도 함께)의 연애와 관계에 대한 상처와 성장담을 정말 <델마와 루이스>처럼 시원한 영상으로 표현한 감독의 비주얼 감각과 재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위대한 레보스키><오 형제여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의 코엔 형제처럼 일상을 담은 엉뚱하고 찌질한 유머들로도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그려나가는 완급 조절도 양념처럼 느낄 수 있었다. 적당히 잔잔하면서 유머를 곁들인 담백한 스토리를 컬러풀하고 명암대비가 강한 감각적인 영상들로 포장하는 방식에서, 리들리 스콧이나 코엔 형제 만큼의 새로운 비주얼-스토리텔러의 탄생으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또 오늘날 생각이 다양해지고 삶의 목적보다 감각이 중요시 된 만큼, 불필요할 정도로 과하게 예민해지는 관계의 법칙(혹은 그보단 차라리 자존심 경쟁 체제) 속에서 우리 청춘 세대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화해할 수 있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이 작품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길 바란다. 이 감독이 다음 작품으로(장편으로라도) 그에 관한 새로운 청춘-비주얼 마스터피스를 만들기를 소원해보는 바이다.

 

(여담 주인공 배우들 이야기를 깜빡했다. 각기 소금, 후추, 설탕 등 각기 양념 같은 개성의 세 주인공들을 연기한 엄소향, 강진아, 김욱 이 셋의 조화가 양념들이 서로 잘 어우러진 훌륭한 요리처럼 좋았다. 비록 아직 시작이어서 어색하거나 너무 극적인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캐릭터들 그 자체로 동화되어 보인 만큼 강한 연기혼의 불씨를 보았다. 이 불씨가 이후 장편에서 이르기까지 폭발급으로 불타오르길 역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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