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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REVIEW

[리뷰] 한 걸음 물러서기 그리고 다시 보기 <시간 에이전트>(Time agent, 2016)

 리뷰 <시간 에이전트>(Time agen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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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간단 했다. 재미 있는 영화다. <시간 에이전트>는 반전 아닌 반전의 요소가 숨어 있고 자연스러운 연출을 통해 흥미를 극대화 한다. 스타일도 세련됐다. 조명의 배치나 색감, 전체적인 톤의 조절 등이 일정하면서도 연출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한다. 이야기는 적절하다. 절제되고 명확한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 모든 요소를 모아 놓고 보니, 잘 만들어 놓은 영화다. 그러나 밋밋하지 않고 '꿈틀거리는'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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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연출이다. 이 연출이 보여주는 특징의 한 꼭짓점은 줌-아웃 씬이다. 붉게 점철된 배경, 에이전트가 '이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다독이는 한 편, 배경음악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나 카메라는 서서히 인물들에게서 멀어진다. 묘한 전환이다. 카메라가 점점 멀어지자 '이슬'이 한 껏 진중한 분위기를 깨며 말한다. "근데 이거 얼마나 걸려요?", 에이전트가 대답한다. "몰라." 그리고 그들은 밥을 먹는다. 조금은 특별한 한 끼를 먹는다. 줌-아웃에 무거운 공기는 단번에 날아가고 흐름이 계속된다. 이 물러서기가 연출의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야기는 어디서 멈추지 않는다. 인트로로 사용되는 아름다운 물결의 흐름처럼 다양한 선택지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다시 다양한 방향의 '파랑'을 만들어 낸다. 단선적인 운명이나 결정을 전제하지 않고서 말이다. 유연한 연출이 자연스레 의도를 담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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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줌-아웃 씬을 더욱 깊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전환을 보아야 한다. 첫 번째 전환은 역시 진중함에서 가벼움으로의 전환이다. 인트로에서 영화는 다른 커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에이전트는 외부에서 이야기를 관장하는 서술자이다. 그러나 자살하려는 학생을 만나면서 에이전트는 갑작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 전환에서 스타일과 이야기를 포함한 연출도 전반적으로 달라진다. 네레이션과 몽타주를 중심으로 한 서술 중심의 이야기에서 보다 정감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다소 가볍게 진행된다. 비장한 표정으로 시간과 세계를 관장하던 에이전트는 '예, 아니오' 조차 버벅이는 어벙한 사람이 된다.

 이 '물러서기' 혹은 '멀어지기'의 두 전환은 달라지는 분위기를 유연하게 연결한다. 진중함에서 가벼움으로, 비장함에서 허함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는 어떤 한 지점이 극한에 이르기 전에 감정을 털어낸다. 다시 말해서, <시간 에이전트>는 극한에 이르러 감정을 폭발시키기 보다 극한에서 한 발 물러서기를 택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을 통해 이 영화는 자신의 이야기를 보다 흥미롭게 내어 놓는다. 초반의 네레이션에 담긴 이야기들, 선택이 과연 진실된 선택인지 아니면 다양한 것들 요인들이 주고 받는 일종의 현상에 불과한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 낸다.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는 연출과 함께 어우러지는 조명과 미술로 완성된다. 그리고 아주 효과적인 소품들이 꼼꼼하게 자리를 채운다. '고추 참치'라는 유머는 치명적이다. '무색한' 붉은 조명은 한 것 고조된 분위기를 감싸고 끝까지 유지해 준다. 영화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배경은 영화의 전반 분위기를 들뜨지 않게 하면서 배경 안의 이야기 꽃이 피고 지게 한다. 전환을 통해 이야기는 더욱 가까워지는 역설을 보여준다. 에이전트의 일상을 채우던 미술은 이슬을 만나면서 특이점을 만난다.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화면 또한 유연히 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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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한 재미가 파장을 일으킨다. 파장은 전체 이야기를 비튼다. <시간 에이전트>는 전환으로, 반복에서 균열을 찾는다. 이야기를 변주한다. 소박하고 주체적이며 생동하는 이야기가 태어난다. 그 어떤 진중함도 내려 놓은 채, 혼자서 꿈틀거린다. 열린 결말도 같은 주제를 명확히 함축하며 폭발한다. 기억에 남는 엔딩을 주면서 영화는 급격히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 폭발도 열린 결말이라는 점에서 끝이 아니다. 영화의 어떤 지점도 강렬하게 방점을 찍지 않는다. 다만 다음으로 이어질 뿐이다. 우리는 에이전트의 마지막 표정에 부딪힌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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