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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REVIEW

콩스(2016) - ‘편의점의 개들’ 혹은 ‘저수지의 성난 점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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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한 동네와 색색으로 빛나는 간판이 인상적인 아담한 편의점 풍경이 평화롭게 보여 지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이어 축 쳐진 듯한 뚱뚱한 남자의 두 다리가 질질 끌려가는 클로즈업이 보여 지더니, 그 죽은 남자를 힘겹게 옮기는 젊은 남자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뚱뚱한 남자를 계산 카운터 안으로 숨기고 남자 주인공 트립이 숨을 돌리는 사이, 이번에는 한 남자가 편의점 손님으로 들어온다. 트립은 어떻게든 죽은 시체를 계속 조심스레 숨겨 놓으며 손님을 내보내려 궁리한다. 그렇게 편의점 직원인 척하면서, 곧 문 닫을 시간이니 빨리 고르고 나가라는 말을 내던진다. 곧 남자는 핑크 도넛 한 봉지를 가져다 타운터에 놓는다. 트립은 대강 가격을 말해주며 계산하는 척 한다. 그러더니 남자는 갑자기 핑크색인데?”라는 말을 던진다. 알 수 없는 대답을 던진 남자에 당황한 트립은 가격을 잠깐 깜빡했다며 다른 가격을 제시한다. 그러나 남자는 핑크색이라니까?”라는 말만 던진다. 트립은 어떻게든 남자를 내보내기 위해 곧 마감 시간이라며 재촉해 보지만, 남자는 이번에는 깜빡했어? 스노우볼 집어라!”는 더더욱 알 수 없는 말들을 계속 던져댄다. 그리고는 , 봉투 내놔!”는 말과 함께 위압적으로 다가선다. 자신을 방금 살해한 편의점 주인 댄으로 알고 있는 낯선 남자의 대응과 그 둘 간의 비밀 거래를 알 방법도 없는 처지에 트립은 더 이상 어찌할지 몰라 공포심을 느끼기 시작한다.

 

트립은 거래남을 내보내기 위해 날짜를 깜빡했다는 핑계를 대본다. 그러나 거래남은 오늘이 분명하다고 대답한다. 결국 거래를 무마시킬 방법이 완전히 없게 된 트립은 오늘 봉투는 없다며 그냥 꺼지라고 자기도 한번 위압적으로 나서며 조심스럽게 댄을 살해할 때 썼던 방망이를 집어보려 한다. 그러나 거래남은 순식간에 돌변해 트립을 카운터에 눕혀 포박하고 계속해서 봉투를 내놓으라 위협한다. 그 위기의 순간, 또 순찰 중이던 여경 한 명이 편의점에 들어선다. 경찰이 오자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를 바꿔 모른 척 해본다. 와인 한 병을 사려는 여경은 죽은 편의점 주인과 친분이 있는 듯 문 닫을 시간인 거 아니, 빨리 고를게!”라 외친다. 그렇게 셋 간의 어색한 만남이 이어지고, 트립을 본 여경은 댄이 마침내 오늘 쉬나 보내?”라는 말을 던진다. 그에 트립이 거래해야 할 편의점 주인 댄이 아님을 그제서야 알게 된 거래남은 총을 꺼내들고 둘을 위협한다. 그리고 트립에게 당장 댄의 통투를 내놓으라 요구한다. 자기는 물론 괜한 다른 사람까지 다치길 원치 않는 트립은 금고에 있다며 곧 꺼내겠다 하며 거래남을 안심시킨다. 트립이 카운터 뒤로 숨어 금고를 여는 척하는 사이, 거래남은 여경을 위협한다. 범죄 상황에 놓여 진 경험이 막상 처음인지, 완전히 겁에 질린 여경은 죽고 싶지 않다며 모른 척 할 테니 살려 달라 애원한다. 그렇게 울먹이며 애원하는 여경의 모습에 흥분을 느끼는지 거래남은 계속해보라며 희롱하기 시작한다.

 

그 때, 그 틈을 노려 트립은 다시 카운터 뒤의 숨겨 놓은 방망이를 잡고 휘둘러 거래남의 머리를 쳐내 쓰러뜨린다. 거래남이 완전히 나가 떨어졌지만, 아직 여경과 트립과의 갈등을 끝나지 않았다. 트립에 대한 의심이 아직 풀리지 않은 여경은 경찰답게 총을 꺼내 트립에게 겨누며 어떻게 된 상황인지 말하라 지시한다. 트립은 겨우 숨을 고르며 거래남과 편의점 주인 댄과 무슨 거래를 하러 왔다는, 자신이 그나마 파악한 정황을 겨우 설명해 낸다. 이어서 여경은 왜 거래남이 트립을 댄으로 알고 있는지, 그 거래하려 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에 대해 아무 뒷배경도 모르는 트립은 모른다고 밖에 대답할 수 없다. 그래도 여경은 트립과 그나마 대화가 통해 총을 내려놓아 안심하려 하면서, 상황이 일단락 되는 분위기가 돈다. 그러나 여경은 오늘은 댄이 분명 일하는 날이라며 쓰러진 거래남의 총으로 바꿔 트립을 겨누면서 댄은 어디있냐며 묻기 시작한다. 자신이 살해한 댄에 대해 차마 말할 수 없는 트립은 여경에게 아무 답을 할 수가 없고, 대신 욕을 하며 당장 나가라고 지시한다. 결국 아까 전부터 주머니 속에 계속 숨겨둔 댄의 피가 묻은 손을 꺼내게 되어 상황이 더 심각해진 트립은 결국 다시 카운터 뒤로 숨어 댄의 총을 꺼내들어 본다. 그러나 여경이 먼저 쏜 총소리에 댄은 귀가 잠시 머는 충격에 충동적으로 모욕을 쏟아낸다. 그와 방금 점 트립의 방망이질로 쓰러진 거래남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에 완전히 질겁한 여경은 그 상황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더더욱 위협적인 목소리로 댄에게 봉투 안에 든 것이 무엇이냐고 다시 한번 묻는다. 댄은 여전히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총성! 그러나 카메라는 총성과 섬광이 퍼지는 편의점 외벽 창문만 보여주어 그 결말을 알 수가 없다. 잠시 뒤, 여경 혼자 떨리는 몸을 이끌고 편의점 밖으로 나오면서, ‘콩스 편의점에서의 소동극이 막을 내린다.

 

80년대 자본주의적 편의서비스가 절정에 다달아 편의점이라는 시설이 등장하면서, 그의 본국 미국은 물론 같은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과 우리나라 영화 속에서도 편의점은 새로운 영화 무대이자 동시에 상징적 장소로 표현되어 왔다. 하루에도 한 편의점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드나들어 이용하고, 젊은 세대가 가장 쉽게 자주 취직하는 아르바이트 직업으로서 편의점 직원이 상단에 등단하였으며, 최근까지 노동운동에서 가장 많이 문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직장이 편의점으로 거론되는 풍경만 보아도, 충분히 영화 속에서도 반영될 만한 만큼 편의점은 일상의 한 일부로 자리 잡게 된 현실을 보자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분야 영화의 고전이자, 독립영화의 고전이기도 한 케빈 스미스 감독의 <점원들>에서부터 시작해, <아메리칸 울트라>, 일본의 <백엔의 사랑>, 우리나라의 <내 깡패같은 애인>, <한공주>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들에서 편의점은 여러 남녀노소 여러 신분의 사람들이 오가며 좁은 만큼 서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또 점장과 비정규직 및 고객과 서비스업자로서의 갑과 을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자본주의의 대표 상징으로서, 그리고 둘이 뒤섞여 유물론적 긴장감이 타오르는 인간관계의 무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보여주어 왔다. 그렇게 금전적으로 절박한 심정에 살인을 하고 편의점을 터는 트립, 알고 보니 편의점 운영 뒤에 숨어 밀거래를 하는 비정한 인간이었던 죽은 편의점 주인 댄, 그를 통해 밀거래를 하는 위압적인 거래남, 그리고 그 틈 사이에 끼어 목숨 위태롭게 되어 총을 쏘고 마는 여경까지, 편의점에 갇혀 10분간의 한판 승부를 펼친 이들은 어찌 생각해 보면 물질주의 문명의 급류에 휘말려 인간성을 심판받는 극단의 상황에 빠진 인물들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필수 물품들과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편의점이라는 폐쇄된 주무대 역시 이를 상징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이번 <콩스>를 연출한 이안 쉴러 감독도 연출의도에서 이곳은 여행객들이 해변을 보러오고, 부자들이 해변 앞 시설에 돈을 벌기 위해 과잉투자를 하는 곳이죠. 하지만 햇빛 아래 어두운 면도 존재하죠. 사회의 끝자락에서 갈 곳 없는 자들은 산타 크루즈행 버스에 타야만 하죠. 그들은 해변의 파도 따라 스케이트도 타고 서핑과 파티를 하며 살아가죠. 아무 일이나 하고 가끔은 도벽도 일삼으면서요. <콩스>는 이러한 필사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범죄자에게서 영감을 받은 네오 느와르 장르의 영화입니다.”라 설명하며 영화 속 배경이자, 작품에 영감을 준, 자신이 사는 도시 산타 크루즈 카에 대해 묘사하고 주제의식을 밝혔다. 첨단기술 공업 단지 실리콘 밸리와 해변과 어우러진 레드우드 숲의 자연풍경으로도 유명한 산타 크루즈는, 그 화려함 뒤의 부와 빈곤 간의 갈등, 낭만과 탐욕이 뒤섞인 위선, 눈부신 햇빛 풍경 아래에 도사린 밤낮 없는 범죄 등으로서 그 만의 민낯을 갖고 있다는 점을 통해 순식간의 뉴욕 브룩클린이나 로스 엔젤레스 헐리우드를 맞먹는 느와르의 공간으로 돌변한다. 물론 이는 산타 크루즈든, 브룩클린이든, 헐리우드든,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대표 국가로서의 미국 모든 도시들의 본성이겠지만, 감독은 뉴욕과 헐리우드 뒷골목에만 익숙해 첨단도시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별다른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산타 크루즈 도시 뒷골목의 세계를 함축적으로 잘 캐치해 내, 그 뒤의 숨겨진 불우한 현실의 고발과 함께 나름의 그럴싸한 느와르 장르의 무대로 완벽히 세팅해 내었다.

 

이러한 감독의 통찰력 외에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의 개들>이나 시드니 루멧의 <12명의 성난 사람들>처럼, 한정된 한 공간에서 목숨과 정체성이 위태로워 부닥치고 비극을 맞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편의점으로 설정해 이와 같은 주제의식은 물론 긴장감을 끝까지 밀고 들어가는 연출력 역시 충분히 인상 깊다. 여기에 앞서 얘기한 케빈 스미스의 <점원들>에서와 같이, 한정된 좁고 번잡한 편의점 공간을 드라마틱한 무대로 표현해 보이는 촬영 역시 훌륭했고, 더불어 느와르 물로서의 긴장감을 탁 트이게 만들어 준 3인의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들까지 훌륭했다. 그 점들에서 또 어떻게도 보면, 특유의 엉뚱한 유머들이 별로 없을 뿐이지만,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코엔 형제의 느와르 영화들(분노의 저격자, 파고) 풍의 정서 역시 충분히 느껴질 수 있었다.(특히 두 얼굴의 여경을 연기한 배우 셜리 필립스에게서 차세대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느낌을 받았다.) 깊은 통찰력의 힘있는 연출, 좁은 공간과 긴장된 인물들의 표정을 절제되면서도 다이나믹하게 잡는 카메라, 3명밖에 없음에도 짧은 작품을 꽉 채우는 힘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정통 네오 느와르 장르를 10분 내로 화끈하게 또 푸짐하게 보여준 이 작품의 배우, 스텝 모두가 앞으로 더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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