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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인터뷰] 명령과 진실사이 - 박성호 감독

박준영 1 65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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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2017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단편영화 <명령>의 박성호 감독을 만났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점점 더 선명해지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영화라서 분위기가 무거울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담담하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인터뷰에 응한점은 적잖이 놀랐을 정도. 단편영화이지만 작지 않았고, 작은 영화이지만 작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명령>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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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감독님의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재학 중에 있고, MFS Production을 운영 중인 박성호라고 합니다.

 

 

Q. <명령>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란?

저는 군 생활을 의경 기동대에서 생활을 했어요. 그렇다 보니 시위대를 막는 게 일상이었죠. 그러던 중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고, 후배가 희생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부대가 유가족 시위를 막게 되었고, 군인신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전역 후 세월호 사고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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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중 아버지 역할로 배우 박철민씨가 나오는데, 감독님과 특별한 관계이신가요?

우연히 박철민 선생님이 출연한 시대 풍자극 <늙은 도둑들>을 볼 기회가 있었고, 마침 정유진 프로듀서의 추천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코믹한 색깔이 강하지만, 연극을 보면서 오히려 제 영화와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먼저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여드렸었죠. 이후 며칠 안에 무급으로 출연하겠다고 승낙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출연해주신 점은 두고두고 감사함을 간직하고 있고, 촬영 이후로도 자주 연락드리고 있습니다.

 

정유진 프로듀서는 배우 섭외 뿐만이 아니라, 경찰청, 로케이션 섭외까지 영화 완성에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배우 박철민이 출연한 영화 중, 최초의 단편영화가 되었다.

 최초 영화시나리오는 작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소설이었다.

 

 

Q. 영화의 초반에는 대사가 없고, 후반부에 대사가 조금씩 나오는데, 이러한 설정이 가지는 의미는?

처음 영화를 제작했던 시기가, 세월호 사고 이후 1년도 안되었을 때였어요. 당시 개인적으로 감정들이 매몰된 상태였고, 어두운 시기였어요. 특히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가공한다는 사실이 힘들었고, 죄책감이 드는 작업이었거든요. 또 주변에서 영화의 소재로만 사용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았기 때문에,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자체만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죠.

 

무엇보다 제가 영화를 찍지만 당사자들의 당시에 했을 목소리를 재현하는 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그래서 시나리오에 대사를 쓰는 것 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서 표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목소리를 없애기로 했어요. 다만 마지막에 대사를 넣은 것은 유가족이 청와대 행진을 할 때, 어떤 아버지가 의경을 향해서 말했던 목소리를 미디어 몽구에서 가져 온 것인데, 그말이 저한테는 엄청 크게 다가왔었고, 그 말을 이용해서 영화를 조금 더 명확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Q. 여자친구가 죽고 얼마 후 남자는 시위대 앞에 서게 되는데요.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길 바라셨나요?

사실 영화는 두남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한 여자가 사고로 죽은 후 두 남자가 겪게 되는 딜레마와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는데 목적이 컸죠. 여자 친구가 죽은 후 남자친구는 장례식에 갔지만 들어가지 못했고, 마지막에 여자 친구의 아버지를 마주하고서도 다가가지 못하고, 여자 친구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설정했던 부분이었어요.

사실 외면하는 행동 자체가 엄청난 슬픔과 고통인 것이고, 장례식장의 아버지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었을 거예요. 무엇보다 남자친구의 외면하는 것에 있어 정당성과 개연성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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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뽑자면?

영화 중 장례식 장면을 찍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장례식에 대한 콘티를 그리는 것도 힘들었고,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거든요. 하지만 박철민 선생님이 실제 상주처럼 3~4시간 동안 혼신의 연기를 해주셔서 생각보다 쉽게 촬영을 마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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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감독이 직접 쓴 노래가사 中>

 

Q. 그렇다면 영화 속 정가는 직접 가사를 쓰고, 노래로 풀어진 것인가요?

영화 속 노래는 44시조에 맞춰서 가사를 쓰고 정가는 가사에 맞춰 노래를 부르지만, 가사 전달이 안 되게 뭉개서 부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노래 가사는 아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이었고, 그것을 즉흥적으로 정가로 풀이된 형태인데요.

무엇보다 이러한 정가가 굿의 3단계를 재현 한 것인데, 제가 아꼈던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라고 생각해서 연출한 것입니다.

 

 

Q. 촬영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촬영은 7~8일 만에 빨리 끝냈지만, 편집이 엄청 오래 걸렸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굿 장면을 담기 위한 세트 촬영도 추가적으로 진행했었죠. 사실 그 전에는 다른 제목으로 완성되었다가, 영화제에 출품하는 게 힘들어서 1년을 쉬다가, 이번 영화제에 <명령>이란 제목으로 관객 분들과 만나게 된 것입니다.

 

 

Q. 영화에 나오는 남자와 여주인공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요?

남자친구 역할을 맡은 분의 이름은 최시형인데요. 우연히 현장에 갔다가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원래 감독출신이고, 장편영화도 찍은 경험도 있기 때문에 독립영화계에서는 라이징 스타셨고, 저한테는 연출선배이셨기에 촬영 내내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었죠. 그리고 여자 친구 역할은 실존이 인물이었기 때문에 캐스팅을 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처음독립영화계에서 연기를 잘하는 20대 배우를 시작으로 70명 가까이 오디션을 보다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실제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보게 되면서 이 친구를 캐스팅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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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독님께서 궁극적으로 영화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란?

영화를 본 사람들이 제가 당사자였기에, 제가 그들에게 무엇인가 이야기 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영화적으로 그렇게 표현된 것들이 있지만, 사실 저는 기록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영화에 대한 평가 중 대다수가 하는 말이 “그만해도 된다. 소재로 많이 사용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저 역시 영화를 찍을 때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사실 영화에도 감정들이 매우 매몰되어 있지만, 그때 당시 이 영화가 만들어졌고, 그때의 사람들의 감정과 제 감정에 어땠는지에 대한 기록이란 생각이 들면 절대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상처들을 명확하게 기록했다는 점, 이것들이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점. 이 두 가지만 제대로 되었다면 저는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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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독님이 보신 인생영화를 뽑자면?

저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 감독의 초기작 중 <21그램(21 Grams)>, <비우티풀(Biutiful)>, <바벨(Babel)>을 꼽고 싶어요. 사실 감독님의 초기작들이 제 영화세계를 엄청 지배하고 있거든요. 얼른 벗어나야 하는 고통도 있지만, 저는 이 3대장을 인생영화로 꼽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보신 영화 중 추천하고 싶은 단편영화가 있을까요?

제가 본 단편영화 중에 첫 번째는 김건 감독님의 <포커페이스 걸>을 추천하고 싶어요. 제 스승 같은 분이시고, 19살에 본 영화였는데 매우 의미 있는 영화였고요. 두 번째는 엄혜정 감독님의 <즐거운 우리집>을 뽑을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다음 영화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차기작으로 장편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작은 영화이지만 엄청난 장르영화이자,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여기저기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고민은 있지만 말이죠. 사실 요즘, 자신감이 없을 때거든요. 영화를 찍은 지도 한 2년 정도 됐고, 당장 이렇다 할 작업이 없지만, 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관객분들게 받은 엄청난 에너지를 잘 활용해서 다음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영화 <명령>과 함께한 스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연출/각본 : 박성호
촬영 : 이종욱
프로듀서 : 정유진
조연출 : 송나래, 최선엽
편집 : 주혜리
음악 : 장영규
음향 : 신지은
출연 : 최시형, 박철민, 최봄, 박민희


- 인터뷰 박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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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Lv.2 박준영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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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에디터, 모더레이터입니다.

1 Comments
cinehub 08.08 14:21
수고 많았습니다. 박준영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