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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괜찮아, 병신아> 이상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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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구원해주지 않는 일명 헬조선사회에서 탈출을 꿈꾸는 가난한 두 연인의 은행절도극을 코믹하게 그린 단편영화 <괜찮아, 병신아>에 대해 나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연상된다고 리뷰를 쓴 적이 있었다. 은행 강도 커플이라는 설정도 그렇지만 대공황으로 은행과 같은 자본권력이 부를 채우고 공권력은 부패했으며 서민들은 가난에 허덕이다 저항을 위해 범죄자가 되어서 먹고 사는 걸 넘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사회적 배경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이상문 감독은, 그 영화의 건조한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달리, 따뜻한 유머로 가득한 그의 단편만큼이나 다정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보다는 코엔 형제의 즐거운 블랙 유머 소동극 스타일을 좋아해 그 스타일을 지향했다고 이야기 해주는 과정에서, 영화가 단순히 감독의 통찰을 내보이는 것을 넘어 관객들이 이를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의미가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영화가 심도 있는 의미를 재미와 결부지어 여러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함을 배운 나의 첫 씨네허브 인터뷰 <괜찮아, 병신아>의 이상문 감독님과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펼쳐 보이겠다.



 

1. 영화의 독특한 발상이 정말 맘에 들었어요. 이 영화의 아이디어 시작은 어떻게 되었나요? 

친구와 동거하면서 자취 생활을 할 당시에 마침 실제로 집 앞에 새마을 금고 은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 같은 요일, 정해진 시간에 현금 수송차량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렇게 수송차량에서 쉽게 돈을 주고받는 과정이 왠지 허술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고, 집에서도 쉴 때마다 그 기회로 은행을 털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떠올려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2. 번뜩이는 개성의 주인공들이 매력이었는데, 주연배우 캐스팅 과정은 어떠하셨나요?

남자주인공 준희를 연기한 배우 김준희님은 저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형이자 친구이자 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이기도 하세요. 마침 성격도 캐릭터와 똑같아서 어울릴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고 캐스팅을 했죠. 여자주인공 민정 캐스팅의 경우가 매우 중요했는데, 준희 형도 지인 배우 지망생 분들을 추천해 주시며 여러 명 여배우분들과 오디션을 보던 끝에, 녹음스텝 친구의 소개로 이샘 배우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만나본 결과 이샘 배우님께서 민정과 똑닮은 털털하다 할 수 있는 강하면서 자연스러운, 보이쉬한 성격을 확연히 보여주시면서 대본 리딩까지 해본 결과 캐스팅을 결정했습니다. 정말 두 배우분께 모두 고마울 따름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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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촬영에 쓰신 카메라 기종 및 촬영 장비는 어떻게 되셨나요?

캐논 5d 마크3 카메라와 삼양 씨네렌즈를 사용했어요. 마침 좋아하는 코엔 형제 감독과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의 영상 스타일을 레퍼런스로 삼아, 그들처럼 24~30 미리 렌즈 등 와이드 계열 영상을 주로 촬영하였습니다.

 

4. 촬영할 은행 섭외도 중요했을 텐데, 촬영 장소 섭외는 어떻게 결정되었는지요?

제가 불광동에 거주하고 있어 그 지역에서 주로 촬영했습니다. 은행 장면은 평일에는 영업 중인데다 오는 고객도 많이 촬영이 어려워, 주말 중심으로 촬영 허가를 받았어요. 셔터 올려 놓는 것을 허가 받은 뒤 안쪽에서 문을 잠근 채 촬영했죠. 그 앞에 오는 현금수송차량의 경우는 같은 기종 밴을 렌트한 뒤 미술작업으로 은행차량처럼 만들었습니다. 주인공들이 사는 자취집은 마침 준희 형이 사시는 집에서 촬영했고요. 그렇게 모두 3~4회차 정도로 촬영했습니다.

 

 

 

5. 최루액을 만들어 물총으로 쏘는 아이디어가 영화의 핵심이라 느껴질 정도로 매우 기발하다 느꼈습니다.

모두가 경험해 보았을 이야기에서 충분히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현실적이면서 유아적인 컨셉으로 구하던 끝에 물총을 떠올리게 되었고, 여기에 자취생활을 하면서 양파, 마늘을 까면서 매운 냄새에 눈이 아프던 경험으로 최루액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죠. 사실 은행 강도 영화라 해서 누군가가 다치거나 큰 범죄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주인공들이 누군가를 해하는 장면을 넣고 싶지 않았거든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 죽는 장면에서 그 사람의 가족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그 점에서 주인공들이 남을 해하거나 살인을 하는 것을 피하고자 해 최루액물총 아이디어로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6. 제가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영화의 설정이 아더 펜 감독의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를 많이 연상시켰어요. 혹시 영향을 받으신게 있으셨나요?

당연히 영향이 있었습니다. 사실 한번 밖에 보지 않았지만요. (웃음) 그 영화도 익사이팅하다기 보다가는 조용하고 사실적이라는 점에서 제가 지향하는 스타일이 사실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코엔 형제의 영화처럼 왁자지껄한 블랙 유머 분위기의 영화로 만들고 싶었죠. 또 마침 그들의 영화처럼 미니멀리즘한 스타일을 지향하고자 했어요. , 접근은 단순하게 가되 그 안에 갖고 있는 내용들이 매우 복잡하게 다가오길 원했던 거죠. 그래도 물론 영향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웃음) 이 외에도 지인의 추전을 받아 영화의 톤 앤 매너로 시드니 루멧 감독의 <뜨거운 날의 오후>를 크게 참조했어요. 개인적으로도 매우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해요. 그 외 우리나라 옴니버스 영화 <델타 보이즈>에서도 영향을 받았어요. 그 영화도 저예산 독립영화로 네 명의 스텝으로 촬영했어요. 그 점에서도 역시 영감을 받아 촬영현장과 스텝까지 미니멀리즘하게 시도하였습니다.

 

7. 후반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했나요?

색상은 거의 D.I를 안하고 밝기 조절 정도만 했어요. 앞서 얘기드린 것과 같이 미니멀리즘한 즉, 리얼리티 톤을 원했거든요. 그 대신 편집은 여러 번 시도하였는데, 이윤희 편집기사님과 함께 자기가 이렇게 편집하면 재밌을지, 제가 요렇게 편집하면 재밌을지 의견을 서로 교환해가며 즐겁게 작업하였어요. (웃음) 영화가 화려한 영화가 아니다 보니 편집으로서 재미를 크게 주어야 한다 생각했었어요. 영화를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의미를 전달하면서 동시에 재미를 주어야 한다 생각하기에 그를 중심으로 두며 편집기사분과 같이 그에 맞추어 작업해냈죠. 그런 점에서 이 자리를 빌어 이윤희 편집기사님께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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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촬영 스태프는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촬영 스텝으로 저(연출 및 촬영), 녹음기사, 조명감독, PD까지 해서 4명이 작업했어요. 은행 탈취 장면의 경우만 단역 배우분들은 물론 현장 통제 및 경찰차량 동반 연출부, 추가 촬영기사님 등 스무 명 가까이서 예외로 작업했습니다.

 

9. 영화는 둘이 잡히거나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 한가운데 잡힌 상태에서 돈다발을 날리며 달려 도망치는 열린 엔딩으로 끝맺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열린 엔딩을 통해 얘기하고자 한 결론이 있으셨는지?

결론은 관객의 몫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뜨거운 날의 오후><우리에겐 내일은 없다>처럼 암울한 결론도, <트루 로맨스>처럼 성공해서 휴양지로 가는 환타지적인 엔딩도 굳이 원치 표현하고 싶지 않았어요. 둘다 좋하하지만, 바로 암울하거나 환타지적인 엔딩으로 대놓고 마무리 짓길 원하지 않았죠. 그 대신 관객에게 결말을 맡기기로 하되, 이 영화들의 주인공들처럼 작품의 주인공들도 응어리진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둘이 돈다발을 던지고 연인으로 함께 달려 나가는 그 한 순간에서 응어리가 해소되면서 그제서야 행복을 느끼는 결말로 마무리 짓고 싶었죠.

 

 

10. 감독님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는 씨네허브 플랫폼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매우 좋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기만 찍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생각해요. 꼭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죠. 이전에도 유에프오인가? 이와 같이 단편영화를 상영해주는 사이트가 있었다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단편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사이트가 다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거리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효과적이고 의미 있다 느껴요.

 

11. 차기작 아이디어가 있으신지?

지금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써내서 준비 중에 있습니다.

 

12. 존경하는 롤모델 감독을 꼽으신다면요?

너무 많아 특별한 한 명을 고를 수가 없어요. (웃음) 역시 앞서 얘기한 코엔 형제, 시드니 루멧 감독을 좋아하고, 한국 감독들 중에는 봉준호, 이명세 감독을 존경합니다. 여기에 인생의 영화를 무엇으로 꼽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꼽을 것 같애요. 영감을 주는 매우 훌륭한 영화죠.

 

13. 인터뷰를 마치기에 앞서, 마지막 관객들에게 건네고 싶은 인사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씨네허브에도 작품을 상영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상문 감독의 <괜찮아, 병신아> 보러가기

http://www.cinehubkorea.com/bbs/board.php?bo_table=bbs01&wr_id=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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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7 이동준  프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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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을 꿈꾸는 20대 후반의 못말리는 영화광 학생입니다^^; 몇편의 습작 단편들을 찍어왔고, 지금도 연습용으로 시나리오, 기획안, 만화, 컨셉 아트, 콘티 등을 쓰고 그리고 있습니다. 스텝으로도 참여해 경험을 쌓으려고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고, 여기서 좋은 정보, 좋은 단편들 보고 배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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