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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in MOVIE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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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이 사라지면 그 안에 있던 이야기도 함께 사라진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사진관도 그 중 하나다. 주관적 체험과 결합된 공간을 ‘공간’과 구별해 ‘장소’라고 한다면 과거 사람들에게 사진관은 공간을 너머 장소의 의미를 부여 받은 곳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관을 찾았고 대개 그런 사진들은 한 사람의 생이 끝날 때까지 함께 했다. 하지만 1998년 제작된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사진관은 2000년대 초반 디지털카메라의 전국민적 열풍과 함께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사진관은 이제 추억을 상기하는 공간으로, 젊은 세대들에겐 프로필 사진을 찍는 공간 정도로 남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 공간이 어떻게 장소로 변하는지, 또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 속 정원(한석규 분)의 사진관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든다. 사진관은 무엇보다 마지막 모습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방문지였다. 대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들어서는 노년의 손님은 이른바 장수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어르신들은 사진 찍는 일을 마지막 의례로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물리적 실존은 사라질지라도 기억이 존재하는 한 당신 곁에 머무르고 있다는 말을 대신하는 우회적인 사랑의 표현이라고 할까.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이자, 나를 잊지 말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초원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삶을 정리하는 중이다. 어느 날 8월을 담아 싱그럽게 생동하는 다림(심은하 분)이 사진관에 찾아오면서 초원사진관은 정원과 다림이 기억을 공유하는 장소로 변모한다. 정원은 다림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또 곧 떠날 자신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선다. 사진관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이들의 만남은 격정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한 공간의 머무름이 곧 관계이고 사랑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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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사진관은 그녀에게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추억을 간직한 장소였고 그 장소를 통해 그녀의 삶은 조금 더 깊어졌고 풍성해졌으며, 언제든 떠올리면 웃을 수 있는 따뜻함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여기에 더하거나 덜할 말은 없다. 하지만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는다. 겨울, 초원사진관을 다시 찾은 다림은 사진관 외벽에 자신의 사진이 걸린 것을 보고 환하게 웃는다.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누르던 사람의 애정 어린 시선과 기억이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초원사진관은 그녀에게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추억과 기억을 간직한 ‘장소’였고 그 장소를 통해 그녀의 삶은 조금 더 깊어지고 풍성해졌으며, 언제든 떠올리면 웃을 수 있는 따뜻함으로 남았다.


영화의 마지막, 카메라는 저 멀리서 초원사진관을 나오는 아버지(신구 분)를 비춘다. 영화는 이제 정원의 공간이었던 사진관을 아버지의 장소로 확장시킨다. 한 사람의 생은 저물었지만 물리적 공간은 인생보다 더 오래 남을 것이다. 또 기억은 사진을 통해 계속 상기될 것이기에 정원의 떠남도 오로지 슬픔으로만 남진 않는다.


글 박지연 기자

이상민 기자  esang_vdcm@naver.com

VDCM (비디오 디지털 카메라 매거진)은 최신 DSLR 카메라 리뷰, 실사, 비교분석, 국내외 사진작가 인터뷰, 작품소개, 최신 트렌드, 개발자 인터뷰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www.vdc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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